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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아프다

두 번의 차 사고가 있었고

(두 번 다 주차해놓은 내 차를 그 분들이 박음.

한 사람은 강화노인복지관 노인이용자, 한 사람은 한예종 학생)

가해자 쪽 보험회사에서 

더이상 미루면 면책이 된다고해서

월요일, 차를 맡겼다.

 

수리기간 동안 쓸 차로

모닝을 원했는데

모닝이 없다고

SM5를 줬다.

처음 차를 탔을 땐 방향제 냄새가 독하더니

좀더 있다보니 담배 냄새.

그 날 이후로 목이 아프고 계속 가래가 끓는다.

 

차 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은 벌 받아야해.

그것도 자기 차가 아닌 차 안에서 말이지.

SM5는 너무 커서 

운전하는 게 힘들었다.

그 고통을 호소하니 남편이 차를 바꿔줌.

남편이 있어서 좋군!

 

남편이 있어서 좋은 점은 이 한가지가 아니다.

강화복지관 노인분은

"수리하고 연락달라"는 문자를 남기셨고

카센터 사장님의 견적을 보내드렸더니

내게 전화를 해서

"그냥 도색만 하면 될 걸 뭘 범퍼를 바꾸냐"

그래서 "저는 그냥 전해드리는 건데요"

했는데 막 뭐라 그러면서

강의도 하고 그러는 사람이 왜 노인한테 바가지를 씌우냐

그래서 기막히고 무서워서 "그 차 제 남편 명의로 되어있는데 그쪽하고 통화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또 전화가 왔고 안받았더니

몇시에 어느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느냐, 내가 찾아가겠다

등등의 문자를 보내서 정말 무서웠음. 막무가내였다.

 

남편이 처리를 해줌.

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실은

그 할아버지가 카센터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사정했다 한다.

카센터사장은 내게 전화를 해서

"그 분이 동향이시고(네? 동향이요?/ 네 저도 강화 토박이거든요)

또 말하다보니 종친회 어른이시라서 싸게 해드리기로 했어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잘 해결됐어"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뭔 일인지도 모름.

그러니까 남편은 역할을 해서가 아니라

"제가 남편이 있구요 그 차는 남편 명의예요"라는 식의 언질만으로도

이 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

 

내가 이래서 결혼을 했다.

엄마가 혼자 되신 후 달라지던 동네 사람들의 태도를 보며

여자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알았거든.

 

남자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어느 밤, 개화역에 내려서 주차료를 내려고 정산기로 갔는데

어떤 남자가 정산기 앞에 버티고서서

영수증을 한 개 한 개 살펴보고 있었다

정산기 아래에는 영수증이 못해도 열 장은 흩어져있었는데

그 안에서 자기 영수증을 찾느라 한 장 한 장 찾느라

가로막고 선 채로, 오래오래 그러고 있었다.

밤의 개화역은 무섭기 때문에 나는 오래오래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다 내 뒤로 한 남자가 섰다.

그 남자는 1분을 채 안 기다리고

"거 좀 비켜줍시다" 했다.

앞에서 영수증을 뒤지던 남자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눈빛이 안좋았다)

내 뒤에선 남자를 보더니 불량한 목소리로 

"영수증 찾는 겁니다" 하면서 비켰다.

 

내 뒤에 선 남자는 영수증 찾는 남자보다

몸집도 컸고 그래서 싸움도 더 잘하게 생김.

영수증 찾는 남자는 영수증이 없어서인지 짜증이 나있었고

내가 뒤에서 조용히 서있는 걸 알면서도 

무시한 채 계속 자기 행동을 하고 있었지.

만약 내가 "좀 비켜주실래요?" 했으면

나한테 덤빌 기세였거든.

 

그렇게 남자들한테 빌붙어서 살금살금 살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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