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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2

 

 

 

 

오늘 나는 바닥이다.

집 지어주신 분을 식사에 초대했고

사람들은 술을 마셨고

남편은 늘 하는

흙수저, 금수저 얘기를 하고.....

 

나는 몇 번이나 남편에게 

그 구분으로 하는 대화는 제발 그만 하라고 부탁했는데

오늘은 확연히 깨달았다.

그게 남편의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스무살이 되자마자 부모를 잃고

온 재산을 말아먹은 큰형 덕분에

알바자리를 전전하며 살아오면서 

그렇게 혼자 힘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오면서

느껴왔을 그의 막막함.

그의 곁에는 아무도, 아무 것도 없었던 거다.

나는 가끔씩 남편의 그....

뭐라 해야하지 끝없는 결핍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여젼히 이해는 못하지만 확실히 이해하는 건 그 결핍의 절실함이다.

 

 

남편은 최근에 대그룹 계열사의 사장이 된 나의 오빠 얘기를

자꾸자꾸 반복했다.

취해갈수록 자꾸자꾸 반복해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여움에 말을 잃었다.

 

대기업 임원이나 대기업 사장이나 다 임시직일 뿐인데

정말 1~2년 머무는 비정규직, 임시직일 뿐인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나의 오빠 얘기를

자신의 자랑처럼 얘기하나...

그렇게 할 말이 없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연민에, 짙은 연민에 할 말이 없어졌다.

 

혼자서, 혼자만의 힘만으로

열심히 힘들게 살아왔을 그의 삶이

갑자기 실감나서

할 말을 잃었다.

 

이봐.......

자신만 믿고 살면 안되나....

왜 이렇게 나를 슬프게 하는 거야.

너의 옆에 있어서 바닥인 나의 자리를

그토록 실감나게 설명할 필요는 없는데 

왜 그렇게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거야.....

 

정말 슬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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