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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거리

1. 교육을 시작했다.

1시 30분 정도에 길을 나섰는데 4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길이 너무 막혔다.

가다보니 변했버렸지만 낯익은 거리가 나왔다.

14살부터 21살까지 살았던 곳.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있었던 로얄스포츠센터.

롤라장이 있어서

어쩌면 거기 깡패가 있을 것같아서

무서워서 차마 건너지 못하고 빙빙 돌아가던 굴다리.

학교가는 버스를 타려면 건넜던 육교 바로 앞의 동부시장.

그런 곳들을 지나는데

차 안에서 <Honesty> 가 나왔다.

고등학교 때 테이프 앞 뒤로 반복해서 녹음했던,

그래서 정말 테이프가 너덜너덜해지도록 들었던

그 음악.

황홀한 우연.

 

2. 나는 요즘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모두가 나를 문제있는 인간이라고 가리키니

내가 문제있는 인간 맞는 것같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람은 자기한테 맞는 자리가 있는 것같다.

고향같은 동네에서 사람들과 강의라는 이름으로

재미있게 대화를 주고받고

그리고나서 돌아오는 길은 좋은 기운으로 충만했다.

 

계속 강화에서 살아야하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중랑의 밤거리를 지나오면서

이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꼭 강화에 있어야 하는 걸까.

어떤 곳에서는 나도 괜찮은 인간으로 여겨지는데

왜 강화에서는 문제많은 인간으로 낙인 찍히면서

이런저런 일들의 원인제공자가 되어야하나.

계속 이렇게 살아야하나

끊임없는 물음이 올라왔다.

 

늘 나는 도와달라는 말을 듣고 도우러 간다.

가서 이상한 일을 목격한다.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 내가 

정작 일도 시작하기 전에 

‘우리끼리는 뭘해도 괜찮아’ 라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거다. 

내부인에 대한 특혜가 있는 사업에

내가 관여하고 있는 게 불편한 거다.

자기들끼리 하고 싶은대로 하려면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지를 말든지

사업에 참여는 시켜놓고

대화방에서 궁금해서 물어본 것 뿐인데

누군가가 방을 나가버렸고

강화사람들은 내게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손가락질한다.

모두 나보고 문제라고 한다.

 

기가 막히고 이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대화를 보여주면서

이 대화가 촉발시킨 일련의 행위와 내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서

의견을 구했다.

내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사람은

'단 한 명' 빼고 모두가 그렇게 느낀다고 했다.

그는 모두를 근거로 삼았고

그렇기에 그 모두가 세상의 기준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

나의 가족, 동료감독, 심리상담사에게 질문을 구했다.

그들은....

이제는 잔가지, 썩은가지들을 정리하며 살아가야할 나이이니

더이상 속끓이지말고 정리하라고 했다.

 

이미 그 모임은 정리를 했으니

더이상 대면할 일도 없다.

다만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계속 강화에 남아있어야 하는게 걸린다.

이 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싶다.

집이 이 곳에 있으니 집을 옮길 수는 없지만

집이 여기라고 여기 사람들과 얽히고 살아가야하는가.

이 이상한 곳에서는 내가 이상하고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저 곳에서 나는 별다른 문제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저 곳으로 가야해.

저 곳으로 가야만 한다.

이 이상한 동네에서 미쳐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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