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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

어제 새벽에 엄청나게 긴 글을 썼다.

몇 년 전에 내가 쓴 글이 통째로 다른 사람의 것으로 둔갑해있는 것을 발견한 것에 이어

얼마 전, 몇개월동안 연구하고 작성한 내용들이 또다시 다른 이의 것인양

발표되는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며 앉아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올리려 마우스를 굴렸는데 실수로 다른 사이트로 이동해버렸다.

 

처음엔 속상했지만 글을 쓰는 동안 내 마음 속에 가라앉아있던

서운함이며 억울함이며 분노며 혹은 뭐 기타등등 안좋은 감정들이

많이 희석되어있음을 느꼈다.

고맙다. 블로그.

 




 


 

 

 

 

 

그 때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장애에 관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밑천이 떨어져서 인터넷으로 영화들을 검색하는 중이었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장애, 영화, 장애인, 영상, 뭐 이런 단어들을 쳐넣으며

검색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저 글을 발견한 것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이유는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였고

더 나아가서는 영화를 통해 장애나 인권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를 바래서였다.

하지만 저 글을 발견했을 때에도 그리고 그 전에 강의안 사건 때에도

선뜻 나서지를 못했다. 마음은 상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누구 이름이면 어때? 누구한테든 저렇게 쓸모가 있다면 다행 아니야?

하는 착한 척 하는 목소리가 내 안에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심하게 기분이 상해버리는 나라는 사람이 참 욕심쟁이 같고

쪼잔한 것같고....도무지 정리가 안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카피레프트를 실현해왔고

그래서 우리 사무실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널리 퍼뜨려 보시면 좋습니다,

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어둠의 경로로 <송환>이나 <엄마>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살짝 기쁘기까지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왜 글은? 왜 글은....??

 

남편에게 다섯병에게 내가 기분나빠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닌가 물어보기도 하고

혼자서 마음을 끓이기도 하다가 결국 메일을 보냈고

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네이버에도 편지를 썼다.

네이버는 '임재신 칼럼'이라고 썼던 출처를 '위드뉴스'로 바꿨다.

어쨌든 세 곳(더 있을지도 모르지)의 담당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수정을 했는데

해당 게시판의 어떤 덧글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몇 년 동안 다른사람 이름으로 다 퍼져나갔는데 이제 와서 고치는 게 무슨 의미가?"

 

어쨌든 그 일은 일단락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의 일은 좀더 복잡하고 좀더 어려웠다.

다른 단어와 다른 문장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그 사실관계를 증명하기가 힘들었다.

관계자에게 메일을 다 쓰고 보니 9페이지가 넘었다.

나는 제발 그 관계자가 "알았다"고.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말해주길 기다렸다.

만약에 아니라면 나는 3년전, 밤을 새워 편집을 했던 영상물과 문서자료들을

증거물로 삼아서 다시 주장을 했을 것이다.

그건 정말이지 피곤하고 외로운 일이니까.

 

끊임없이 고민했던 건 이런 생각이었다.

이 억울함의 동력은 나의 명예욕인건가?

내가 지금 내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 이렇게 발악을 하는 건가? 그런 회의.

나는 남편에게, 사무실 선배에게, 또 사무실 동료에게, 그리고 슈아에게

사건의 전말과 내 감정과 내 혼란까지를 털어놓았다.

내 주장은 간단했다. '참조'라고 언급해주기를.

왜 내 시간과 노력이 당신의 것으로 둔갑을 해야 하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글은 또한 다른 문장과 다른 단어로 쓰여져있었고

또한 훨씬 더 풍부한 내용으로 발전되어있었기 때문에

만약에 관계자가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알고 내알고 하늘이 알건만....'이라는 박완서선생의 소설처럼

정말 당신 그렇게 살지 마라. 나중에 천벌받는다,

뭐 그런 식으로 끝날 일이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같다.

몇달 전 지역에 내려가서 포럼 소식을 처음 들었고

내 노력의 결과물들을 가지고 다른 이가 그 분야의 대표자로 발표했다는 걸 알았을때

속이 상했다.

그리고 얼마 전, 우연한 모임에서 또 그 사람의 발표문을 보고 또 듣고 와서

그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며 앉아있었던 나는

그 밤에 집에 와서 내가 썼던 글과 그 사람의 글을 하나하나 대조해보았다.

표절도 아니고 인용도 아니고 완전히 새롭게 쓰여진 글이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화되어있는 그 방법론은 내가 내 아이들을 위해서 짜낸 것들이었다.

내 참여자들에게 가 닿기 위해서 나는 수많은 영상물들을 보고 웹을 뒤지고

다른 단체의 활동들을 눈여겨 보면서 그렇게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고 월요일, 관계자가 "그렇게 하는 게 정당하다"고

내 의견을 지지해주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나는 대표자로 행동하는 그 사람을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사람과 잠깐 같이 일을 했으나 경쟁하듯이 행동하고

은근하게 공격하는 그 사람이 피곤해서 그 쪽 일을 정리했다.

한때는 절친했고 지금은 절연을 해서 먼 데서 보이면 차라리 내가 얼른 숨어버리는

그 사람.

그런데 그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할까? 가끔 궁금하다.

처음에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런 저런 자료들을 공유하고

내가 알고 생각해낸 것들을 모두 퍼주면서 그렇게 지냈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를 공격한다.

지금 '칼럼니스트교실'을 하면서도 나는 안다.

그들은 곧 나의 경쟁자가 될 것이고(그건 내가 바라는 바다)

어떤 이는 이제 나를 공격하기도 할 것이라는 것을.

그건 벌써 내가 겪었던 일이다.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던 한 사람이

어느날 부터 소식이 없더니 다른 단체의 활동가가 되어 나를 공격한다.

장애에 대해서 모르면 공부를 하라고 한다.

쓰레기같은 영화를 좋다고 추천한다고 비웃는다.

나는 가끔 밤을 밝히며 그 시람을 증오하기도 하고

또 가끔 몸이 불편한 그의 처지를 생각하며 이해해야한다고 자신을 다독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는 잊고 싶다. 제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세상은 무섭다.

그래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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