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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눈을 밝힙니다

1.

남편은 꿈일기를 쓰기 때문에 머리맡에 항상 메모도구를 두고 잔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 일기를 본다.

왜냐하면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어제는 이 말이 적혀있었다.

꿈 속에서 이 목소리를 들었는데 잊을새라 얼른 적었다고 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말이다.

 

2.

갑자기 RTV가 나온다.

그래서 요즘은 매일 RTV를 본다.

어제는 줌마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정말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같다.

내가 숨쉬는 공기는 기득권의 공기.

내 무딘 감성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3.

어제 초콜릿을 만들었다.

38살이 되어서 처음 해본 일이다.

혼자 먹어야할 음식들이 이렇게 늘어나고 있다.

 

4.

슬픈 아기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이제 2주일 정도 후면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다.

하늘은 마지막 졸업생이 되고 하돌은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간다.

내일 우리들은 새로운 어린이집의 오리엔테이션에 갈 것이다.

한달전, 마지막 부모회가 끝나고 엄마들은 아이들을 어디 맡길 것인가에 대해 아주 길게 얘기했다.

어린이집들은 많지만 보낼만한 어린이집이 없다.

그래도 평판이 좋은 곳은 대기자가 줄을 서 있고....

전화 한 번 해서 안받으면 바로 탈락하고 다음 대기자한테로 순서가 넘어간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던 현이엄마가 혁이엄마한테 말했다.

 

"왜 전화 안 받으셨어요? 전화안받으셔서 저한테 기회가 왔어요...."

대단한 어린이집들. 혁이엄마는 교사인데 수업중이라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기회는 단 한번 뿐인 것이다.

이상하게 요즘들어 눈에 뜨이는 게 어린이집의 끔찍한 소식들이다.

추운 겨울에 옷을 벗겨서 내쫓는 어린이집,

콩이 기도에 걸려 1급 장애인이 된 아이 소식을 알리는 엄마의 한맺힌 통곡,

피아노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아이의 멍투성이 얼굴.

보육, 교육, 의료는 장삿속에 맡기면 안된다.

물론 세상의 어떤 것들이건 장삿속에 맡기면 안된다.

그리고...모든 것이 다 장삿속이라 하더라도

제발 보육, 교육, 의료는 장삿속에 맡겨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작년에 보육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록하면서

나는 참 많은 것들을 알아버렸다.

내 아이가 무사하다고 잊어버리기에는

가끔씩 들려오는 아기들의 슬픈 사연은 사무친다.

그런 식의 사건 사고들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아기엄마로서, 아니 아기엄마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슬픈 아기들의 영혼에 안식을.

그리고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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