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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무사히 마쳤구요...

Hyunhyun님의 [] 에 관련된 글.

 

처음엔 'GV 잘 했구요..'라고 했다가

무사히 마쳤구요...라고 고쳤어요. ^^

 

<엄마...>를 보고 처음으로 울어봤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거리두기가 되었다는 말인지

아니면 최근의 상황이 반영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많이 울면서 영화를 봤고 첫 발언 때 울컥 눈물이 나왔어요.

사회자도 당황했고...그보다 제가 더 당황했어요.

정말 우스운 건 뭔지 알아요?

관객의 첫 질문을 듣는 순간, 제가....GV용으로 트랜스폼 되더라는 거예요.

물기 하나 없이 짱짱한 목소리로 이러저러하게 말을 하고 있더군요.

나중에 사무실 동료 J는 첫 발언 때의 저의 흐느낌을 잘못들은 줄 알았답니다. ^^

 

경험상 GV에서의 울음은 전혀 도움이 못되더군요.

저는 영화보는 동안 내내 울면서 기도했어요.

제발 눈물없이 이 GV를 끝나게 해달라고.

처음, GV 첫 질문으로 사회자가 영화를 4년만에 보는 기분을 물었을 때

저는 갑자기 마음이먹먹해져서

"내 주인공들의 상황이 너무 나빠져있어요.다큐는 힘이 없는 것같아요"

하면서 울컥 눈물이 솟았지만 다행히도 나는 눈물없이 대화를 잘 끝냈습니다.

객석에 m과 j가 있어서 힘이 되었어요.


여성영화제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아마도 마침표라고 생각이 됩니다.

앞으로도 <엄마..>의 상영은 종종 있을 수 있겠지만

저에게 여성영화제가 처음을 제공했던 것처럼 이제 마무리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그렇게 믿고 싶어요.

자, 이제 너 나아가야 하지않겠니? 하구요.

 



한동안 다큐멘터리 작업자체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먼길>을 촬영하면서 저는 저의 자격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관객과 감독 말고, 등장인물은 어디에 있는지

일상의 세밀한 순간을 포착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렇게 찍한 화면을 편집하면서

제가 1순위로 고민하는 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였지

그 사람이 어떻게 비춰질까는 절대 아니었으니까요.

내가 당신을 희생할 자격이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나는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당신이 카메라를 들고 내가 찍히는 사람이었더라도

이 상황을 용인했을까를 고민하다보면 항상 정답은 NO!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촬영본은 숭숭 비어있습니다.

 

오늘 푸른영상 동료들과 함께 애기하고 함께 나누면서

제 고민이,

바닥에 코를 박고 있어서 오직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그 고민이

다른 누군가에도 힘겨웠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조금 힘을 얻었습니다.

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이 벽이

내가 처음도 아니고 끝도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뻤습니다.

그렇게 밀고 가야하는 고민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 기쁨을 담이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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