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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1.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돈야의 블로그에 갔다가 옮겨온다.

이 시도 그렇고 한 강의 <검은 사슴>도 그렇고

유년을 떠올리게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의 유년에 남동생이 있다는 거다.

엄마는 그 때 공장을 다녔었나.... 청소일을 했었나...

오빠는 군대에 있었고 언니들은 경리일을 했을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남동생하고 둘이서 숙제도 하고 싸움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 때 밥이랑 빨래도 열심히 했던 것같은데.

세탁기가 없어서 손빨래를 하고 나면

기찻길을 넘어서 막내이모네 집 짤순이로 빨래를 짜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빨래를 널고....

 

나한테는 평화롭고 좋았던 시간인데

남동생 말이 내가 무척 자기를 괴롭혔다고 한다.

밥을 먹고 있으면 흘린다고 뭐라고 그러고

니가 움직이면 먼지가 보인다고 가만있으라고 그랬다고.....

미안해...

역시나 집안일은 너무 열심히 하면 안돼.

 

2.

처음에 이 글을 쓰려고 들어왔던 건 아니고

한별이 이야기를 쓰려고.

 

한별이는 무척이나 호기심이 많아서...

지금보다 좀더 사려깊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요즘에 애들 말을 건성으로 드는 경향이 있는데(아주 많은데....)

그래서 애들이 나한테 말을 하다가

"엄마,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하면서

내 눈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다.

요즘에 논문논문논문 생각으로 머리 속에 다른 게 들어갈 틈이 없으니까.

 

아침에 한별은 새로운 걸 알았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1. 엄마, 아빠도 노적 유, 누나도 노적 유, 나도 노적 유, 은별이도 노적  유라는데

왜 엄마는 버들 류야? (대답못했다)

한별은 한 술 더 떠 이렇게 물었다. 할머니 성은 박씨잖아. 그럼 엄마네 아빠도 버들 류인 건가?

이 아이의 물음은 호주제의 문제에 대해서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촉발제일 수 있는 건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손을 델 수가 없어서 그냥 모르겠다고만 했다.

 

2.

"엄마, 보리콘다에 나오는 그 애 말이야 너무 어이없다."

우리한테 큰 충격을 안겨줬던 보리콘다의 가사.

우리는 모두 충격을 받고 보리콘다를 가여워하고 노래 속 그 여자아이를 미워했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그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그 노래를 좋아한 지는 한달도 훨씬 넘었는데 오랫동안 생각해서였는지

오늘 아침 한별이 말했다.

"보리콘다는 다 큰 사람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자기를 그렇게 모를 수가 있지?

 너무 어이없어"

맞아. 그런데 참 그 보리콘다...가엾지...

 

3.

"감수한다는 뜻이 무슨 뜻이지?"

나는 또 대답을 못 하고 그게 말이지...

어려운 상황에 있어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감수...아니 그게....견디는 거...뭐 그런 건가...

그렇게 횡설수설하고 있는데 한별이 다시 물었다.

"아빠가 벌집 떼는 거?"

 

응. 그래. 그거. 

 

4.

어제...하은과 한별이 서로를 때리면서 싸우고 

은별이는 그러지말라고 우는데..

얼음이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하지만 어린 시절에 자주 있었던...

그 상황.

 

어떤 기억은 아주 작은 실마리 하나로도 빛의 속도로 그 곳으로 데려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나는 요즘 논문을 쓰고 있고

내 영화의 위치와 나라는 사람의 위치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는 중인데...

화요일 마스터클래스는 바로 그런 성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짐작과는 다른 반응.

목요일 대구에서 <엄마...> 상영을 했는데....

상영 후 대화 시간에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눈물은 방 전체로 퍼져나가서 모든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나중에는 한 사람이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와서

필요한 사람한테 나눠주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논문과,마스터클래스와,나의 관객들의 반응 사이에서

그냥 한탄만 나왔다.

정말 어째야 하는 거야.....

 

6.

오늘 여성학회.

처음부터 내내 이 모든 일을 준비하고

이름없이 조용히 플로어에 앉아서 행사 전반을 조용히 살피고만 있을

존경하는 선생님께

경의와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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