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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기사

예전에 아이를 키울 땐 늘 머리가 길었다.

미용실에 갈 시간이 없어서다.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자르면 

가볍다. 상쾌하다.

KBS지하 미용실은 16년째 5천원.

그런데 거긴 불친절하다.

거기는 방송출연자들 머리 만져주는 게 주 업무라서

머리는 잘 못자른다. 그래도 나는 줄기차게 그 곳에서 머리를 잘랐다.

거기 있다 보면 이제 막 미용사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3~4년 전에 막 들어와서 머리 자르다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라고 하던 아주머니가

(어떻게 설명해도 늘 똑같이 자른다)

이젠 미용실 최장 경력자가 되더니

어느 날 다시 새로 들어온 신입한테 나를 맡기는 걸 당한 이후로는

이젠 안가기로 했다.

아무리 5천원, 싸서 가더라도 그런 식의 대우를 당하면서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

 

방송국 밖을 나오니 강화만 해도 8천원.

서울은 1만 3천원.

돈도 돈이지만 머리를 자르는 동안 이런 저런  대화를 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사고 후에는 몇 달 동안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일단 휴직이었고 어디 나갈 데도 없었으니까.

새로운 미용실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방송국의 그 익명성을 나는 정말 좋아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서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곳.

그런 곳을 다시 찾기는 힘들 것같아서 살펴보다가 

최근에 가게 된 곳은 석관동 학교앞 미용실.

그런데 방학을 하니 학교 갈 일이 없고 

그러니 머리를 또 못 자른다.

새봄이 오면 이발해야지~

틈 인터뷰는 어디 안가고 강화에만 있을 때 섭외가 들어와서 머리가 길다.

그러니까 나의 머리길이는 바깥활동지수와 연관이 있다는 거.

http://m.blog.naver.com/hubherb0420/220627830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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