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16/12/11

어제밤 꿈들

 

1.

러시아언니가 한국에 와있었고 나는 어딘가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중.

방금 잠에서 깬 언니가 힘없는 목소리로 "나 꼭 뽑히고 싶어" 한다.

무슨 말인가 들어보니 무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앤캐치 본선무대에 서게 된 거.

언니는 큰 기대없이 내게 그 말을 한 것같은데

나는 언니의 꿈을 꼭 이뤄주고 싶다.

언니에게 피칭 컨셉을 물어보고 발표내용에 대해서 듣는다.

내가 좀 손을 봐주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없어서 나는 안타깝다.

"언니, 어제라도 나한테 말해줬으면 참 좋을텐데.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바로 이거야.

제작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안 다듬고 ppt만들고 발표내용 짜는 거.

근데 시간이 너무 없다"

 

 

2. 

다시 섬머스쿨로 인도에 가있다.

그런데 이번엔 웬일로 졸업생들까지 포함한 과의 모든 학생들이 다 와있다.

두 명이 한 방을 쓰는데 아침에 수업을 들으러 갈 때에는 방 열쇠를 조교가 쓰는 방에 맡겨두는 식.

오늘은 섬머스쿨의 마지막 날, 시간이 남아서 시로와 함께 동네 가게에 과자를 사러 간다.

가진 돈을 다 써버려서 가방에서 돈을 꺼내려는데 인도화폐는 동전밖에 없다.

봉투 안에 달러는 수북한데.

가방 안을 뒤지고 뒤지다가 결국 포기하고 시로한테 빌리기로 하고 같이 가게로 간다.

가게 안에는 정말 많은 과자들이 있는데

과자가 정말 먹고 싶었는데 정작 먹고 싶은 과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나는 뿌셔뿌셔같은 씹어먹는 라면 과자를 찾고 있는데 마땅한 게 없다.

비슷한 다른 과자를 고르고 시로에게 계산을 대신 좀 해달라고 부탁한다.

과자를 들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

신호대기로 서있는데 앞에 버스가 멈춰있고 그 안에 나도 아는 시로의 친구들 네 명이 서있다.

우리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 무척 반가워한다.

"너네 여행을 알려줬으면 우리도 일정을 조정해서 같이 했을텐데, 우리는 오늘 떠나야해"

시로의 친구들은 아쉬워하지만 이제 막 시작중인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더 커보인다.

버스는 떠나고 시로와 나는 손을 흔든다.

----------------------------------------------------------------

1. 꿈에서 깨어 시로에게 영화평 안 보낸 게 기억났다.

11월말에 개봉한 시로의 영화에는 관객이 별로 안 들었을것같다는 안타까움도.

그래서 시로에게 영화평 보냈음

 

2. 꿈을 복기하다보면 꿈의 로직을 조금은 이해할 듯.

그러니까 현실의 이미지들 몇 개를 징검다리 삼아

뇌가 이야기를 채워넣는 것같다.

달러뭉치 이미지: 11월에 땅을 사기 위해 통장 잔고들을 확인하는데

통장 넣어두는 서랍에 중국 위완화 봉투와 달러 봉투가 있었다.

해외출장이 잦은 남편을 위해 나는 그 외화들을 환전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고

보관한 사실 자체를 까먹은 거다.

돈이 많은 건 아님.

여행경비이니 많으면 얼마나 많겠냐마는 땅값을 치르기 위해 돈을 닥닥 긁어모으다보니

환전할까 하는 유혹에 빠진 것도 사실. 티끌모아 태산이라니까.

결국 환전은 하지않고 다시 넣어두었다.

건망증은 가끔 이럴 때 기쁨을 선물한다.

외환통장도 까먹고 있었다.

외환통장은 계속 까먹어버릴걸.

멍청한 남편 때문에 앉아서 12만원을 날림.

엄마에게 한탄을 하며 "내가 왕복 네시간, 수업 두시간 해서 받는 돈이 13만원이야" 했더니

엄마는 "2시간에 13만원 벌어? 많이 받네" 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심.

열심히 돈을 벌고 쓰지 않으면서 잘 모아두어도

남편이 뭉텅뭉텅 돈을 날리고 나면 의욕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럴 때면 '나도 삐뚤어질거야!'하는 생각이 든다.

수소샘 물통을 다섯개를 사도 남편이 날린 돈보다 적다.

수소샘 물통을 사면서

"당신이 그렇게 돈을 허비하고 다니니 나는 이제부터 아끼지 않고 사고 싶은 거 살래" 했더니

갑자기 심각해지면서 "그럼 안돼" 한다.

사고치기 전에 그렇게 좀 심각하게 살았으면 좋겠네. 

가방 안에 있던 달러봉투는 땅 사면서 발견했던 달러봉투랑 일치.

 

인도의 가게에서 즐비한 과자들을 보다가 

씹어먹는 라면을 사기로 했던 건

어제 밤에 남편이 스낵면을 먹고 싶어해서

"밤에 먹는 건 안돼" 하고 뺏었던 일과 관련있는 것같다. 

 

언니에 대해서는 

금요일 건축업자 부부로부터 식사초대를 받아서 저녁을 먹다가

러시아경제와 러시아 여행 얘기가 나왔는데

아마 그래서 언니가 등장했을 거라고 추측중.

 

그러니까 내 꿈은

현실의 이미지나 사건이 재료가 된다.

그것들을 조각삼는데 직소퍼즐처럼 정교하게 맞춰지는 게 아니라

드문드문 놓여있는 징검다리가 되고

그 징검다리의 사이를 뇌가 이야기로 메꾸는 방식인 것같다.

그러니까 별 의미가 없다는 게 오늘의 내 추측.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