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나를 아는 모든 나, 나를 모르는 모든 나

2003년 11월 13일

 

 

 

 

전태일의 일기를 읽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본다.


"인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무엇부터 생각하는가? 인간의 가치를, 희망과 윤리를, 아니면 그대 금전대의 부피를."

 

그의 외침과 죽음에 마음이 불편했는지, 인간의 가치와 희망과 윤리와, 동시에 금전대의 부피 또한 생각하는 자들이 하나 둘 씩 늘어갔다. 사람들은 "그래, 그러면 되겠구나!"하고 맞장구쳤고 서른 세 해가 지난 지금, 금전대의 부피에 대한 생각만이 '이스트를 넣은 빵같이 커다랗게 부풀어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사람이란 죽으면 '시커먼 뱃대기 속에 든 바람 모두 빠져나가고 졸아드는 풍선같이 작아져' 사라지기 마련 아닌가.

 

"사람들의 공통된 가장 큰 약점이란 것은 희망함이 적다는 것이다. 톱니바퀴는 거꾸로 돌지 않는다. 한가지 뜻을 세우고 앞으로 가라. 잘못도 있으리라. 실패도 있으리라. 그러나 다시 일어나 앞으로 가라."

 

무얼 하고 있는가? '톱니바퀴는 거꾸로 돌 수도 있겠구나' 하고 착각했던 자들의 어리둥절함 속에서, 혹은 불러 터진 금전대에 구멍이 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자들의 노심초사 속에서, 덩달아 주저앉아 서른 세 해 전의 그의 죽음 앞에 훌쩍이고만 있지는 않은가? 다시금 크레인에 목을 메고 분신으로 산화해 간 열사들 앞에서 우리의 '가장 큰 약점'만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자. 다시 한 걸음을 내딛어 보자.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무얼 하고 있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