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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_topia님의 [김예슬님 마음으로 피리불지 말자] 에 관련된 글.
내가 나 자신이 아니라는 인식이 우울의 시작점이라면, 이제 나 자신이 아닌 그것이 본디 나에게 속하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편이 사는 데 힘이 되지 않을까. 내 얼굴을 떠난 코는 이미 내가 아닌 그 자신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데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듯, 이미 나를 떠나 물질화된 무엇이 그 자신을 말하는 데 있어서 원래 속하는 곳에 얽매일 필요는 없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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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로프는 마음 속으로 용기를 쥐어 짜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세요 ......"
코는 돌아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무슨 일입니까?"
(코발로프)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여보세요. ... 아무래도 ... 당신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무심결에 당신을 보았는데요. 어디선가 하면 이 성당에서지요. 인정하시겠지요."
... ...
(코)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군요."
코발로프는 위엄을 나타내며 말하였다.
"당신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모르겠군요. ... 이번 일은 모두가 명명백백하니까요. ... 그래도 분명히 말해 달라고 한다면 ... 당신은 나의 코가 아닙니까?"
코는 소령을 바라보고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잘못 보신 것 같군요. 여보세요. 나는 나 자신입니다. 우리들 사이에는 어떤 밀접한 관계도 있을 수 없어요. ..."
이렇게 말하고 코는 돌아서서 다시 기도를 계속하였다.
코발로프는 완전히 머리가 혼란해져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를 몰랐다.
... ...
이 사태는 코발로프를 절망 속에 빠뜨렸다. ...
- 니콜라이 고골(N. Gogol')의 <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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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_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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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즉 "자기" 는 정지해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내가 "내가 아닌 것"으로 살아야 하고, 또 "나인 것"으로 살 수가 없다는 양면이 동시에 사유되어야 "나/자기"를 물질화하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가 "내가 아닌 것"으로 살아야 한다는 면만 가지고 사유하면, "나인 것", 예를 들어 "코"를 찾아서 갖다 붙이면 된다. 그리나 문제는 "나인 것"으로 이 세상을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딜레마에 걸려 정지하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정신분열까지 간다. 삶의 운동속에서 각자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그래서 "나/자기"에는 코 같은 것이 원래 붙어있지 않다. 그런 것이 붙어 있다는 것이 "허위의식"(falsches Bewusstsein)이다.ou_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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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아무런 가진 것이 없는, "내 것"이 없는 순수한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