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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즈음에님의 [기본소득을 둘러싼 쟁점과 비판] 에 관련된 글.
내가 보기에 기본소득 논의는 계급, 젠더, 세대 등 다양한 적대들 사이에서 유효한 개입지점을 찾아낸 것 같다. 기본소득 논의가 잔여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임노동을 전제로 하는)라는 구분법에서 일정하게 비켜서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인 것 같다. 비정규노동자, 여성, 청년들이라는 피지배집단 내부의 균열들 속에서 대항주체 형성과 그 물질적 기반 마련을 동시에 추진해 보고자 하는 전략인 듯하다.
한편, 기본소득 논의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이 생산관계를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기본소득론을 '전략적' 개입보다는 '총체적' 기획으로 간주할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러나 기본소득론이 총체적 기획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며, 오히려 연합을 통한 대항헤게모니에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계급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피지배계급의 근본적인 계급적 이해와 관련성이 떨어지더라도 기본소득이 당면한 계급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 사실이며, 그것은 근본적인 계급이해 실현의 자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에 기본소득은 금융규제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것이 생산관계에 대한 일정한 개입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이 시대의 위기는 '재생산의 위기'로 나타나는데, '생산관계'만 부르짖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과감히 말해 보자면 모든 임금노동은 근본적으로 노예노동이다. 그리고 임금노동 형태로 묶일 수 없지만, 계속해서 그 범주 안으로 침식되어가는 수많은 비임금형태의 노동이 존재한다. 솔직히 말 하면 나는 일 하기 싫고, 일 하고 싶다. 일 할 때 일하지 않기도 하고, 일 하지 않을 때에도 일하기도 한다(소비도 노동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양가적인 상황과 감정 속에서 분열증을 앓는다. 정말인지 뭔가 해 보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뭔가 해 보려는 이들에게 어떻게 힘을 부여할 것인가? 기존의 논의들이 이 문제에 답변을 얼마간 외면해 왔고, 이미 무언가 하고 있는 이들에 강조점을 두고 주목하였다면, 기본소득 논의의 매력 포인트는 나름 일관성 있게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출산파업이나 청년 오타쿠 되기 같은 저항들을 일정하게 연결시키고 진전시킬 수 있는 나름 유효한 방안 아닐까.
댓글 목록
혁사무당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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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임금노동은 근본적으로 노예노동이다"공감합니다. 노동자주의에서 벗어나야죠..
마리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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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기 싫은 자도 먹을 건 먹어야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