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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게 찰스 바클리의 농구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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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Finals Chicago vs Phoenix Game 6 (1993.6.20)

 

 

내게 단 한 명의 스포츠 스타를 꼽으라면, 그 대답은 20년째 찰스 바클리이다. 그는 농구란 무엇보다 즐거운 것이고, 즐거워야 하는 것임을 보여준 올 라운드 플레이어였다. <슬램 덩크> 라든지 <쿠로코의 농구> 같은 만화들을 보면서도 언제나 주인공들의 불타는 승부욕보다는, 무언가에 몰입하며 맞게 되는 '환희'에 나도 몰래 주먹을 꼭 쥐게 되곤 했고, 그럴 때마다 1992-93년 시즌 NBA에서의 피닉스 선즈의 플레이들을 떠올리곤 했던 것 같다.

 

1993년 6월 20일 열린 시카고 불스와 피닉스 선즈 NBA 파이널 6차전은 많은 농구팬들에게 최고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히며, 특히 '마지막 3분'은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가운데 내게 가장 잊을 수 없는 플레이는 화려한 에어워크나 더블 클러치도, 슬램 덩크나 3점슛도 아닌, 4쿼터 1분 4초를 남겨둔 상황에서의 피닉스 선즈의 찰스 바클리의 타임아웃이다. 4쿼터 1분 11초를 남겨둔 시점에서 댄 멀리가 던진 3점슛이 림을 맞고 튕겨나오자 찰스 바클리는 스코티 피펜과 호레이스 그랜트 사이를 뚫고 점프해 리바운드를 잡아낸다. 그러나 착지와 동시에 균형을 잃고 넘어지게 되었다. 바로 그 때, 찰스 바클리는 엎어진 상태에서 볼을 끌어안고 1미터쯤 앞에 있던 심판에게 눈을 맞추고 타임아웃을 불렀다.(사진)

 

바로 옆에 있던 시카고 불스의 필 잭슨 감독은 황당(?)해 소리를 질러댔고, 반면 초조해하던 폴 웨스트팔 감독은 호쾌한 탄성을 질렀다. 아쉽게도 이어진 플레이에서 케빈 존슨의 슛이 불발로 끝나며 찬스를 살리지는 못했다. 96대 98로 선즈가 앞서가던 상황에서 마지막 쿼터 3.9초를 남겨두고 작렬한 존 팩슨의 3점슛만 아니었다면 선즈가 이후 게임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인 플레이였다. 결국 6차전 승리로 시카고 불스는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1992-93 시즌 NBA 파이널 6차전은 수많은 명장면들을 쏟아냈지만, 그중에서도 코트에선 직설적인 화법과 더불어 악동의 면모를 보이면서도 항상 여유있고 신사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고, NBA의 전설로 남게 된 마이클 조던과 절대 단순비교를 허용치 않는 독특하고 재치있으면서도 뛰어난 플레이를 보인 "Sir Charles" 찰스 바클리가 적어도 나에겐 최고의 농구선수로 마음속에 새겨지게 된 경기였다. 뭐 '만약에' 라는 말만큼 공허한 말도 없지만, 만약에 당시 '걸어다니는 냉장고'라 불렸던 바클리가 10Kg만 체중을 감량했었더래도 '무관의 제왕'으로 물러나지는 않았을거야 ...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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