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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에 대해

청년노조운동의 의미와 전망


* 제112차 노동포럼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깊이 들여다보기" 토론문


청년노조운동의 때늦은(?) 등장과 기존 노동조합운동

 

청년노조운동이 2010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늦어진 이유가 분명히 있다. 1990년대 말 이후 2000년대 중-후반 시기까지는 비정규직 규모 자체가 급증하였고, 이를 배경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전사회적으로 급부상하였다. 따라서 노동조합운동에서도 기존의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대응으로서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발생, 성장하였다. 반면, 지속적인 청년실업과 그 이면에 놓인 노동시장 내 교육-보상 불일치, 유동적 노동시장의 고착화로 인한 경력경로 단절 등의 문제에 대한 주목도는 적었다. 기존 노동조합운동 또한 정규직 중심으로, 또 기업별 관행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상태로 고착화되면서 정규직 운동과 비정규직 운동 간의 괴리가 쉽게 메워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이러한 현상이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조합원 구성의 중고령화와 병행하여 나타났다.

 

한편으로 2000년대 후반 들어 ‘세대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기존 정규직 중심 노조운동이 청년노동 문제를 적극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세대론’을 알리바이로 삼는 경향이 나타났다. 물론 기존 노조운동이 청년노조운동에 대해 여전히 ‘무시’나 ‘동정’의 시선을 갖고 있는 것에도 ‘합리적’ 이유는 존재한다. 조합원 자신들이 젊은 시절 투쟁을 통해 획득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이룬 일정 수준의 임금소득의 상당 부분을 현재 청년층에 해당하는 자녀들의 교육에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또는 청년노동의 문제를 ‘눈높이’의 문제 또는 ‘일시적-개인적’ 문제로 한정하는 자본의 시각에 형식적으로 반대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가족 단위의 교육투자라는 개인적 접근을 통해 자신의 자녀 문제에 있어서는 학력별 및 대학서열에 따른 격차의 구조화에 대응하는 모순적 관행이 나타났다.

 

다른 한편, 새롭게 등장하는 청년노조운동을 ‘젊음’이나 ‘신선함’의 이미지로 소비하는 데 머물며 청년층 불안정노동 문제에 대한 기존 노조운동 스스로의 책임의 문제는 경시해 온 측면도 있다. 중장년층 정규직 노동자들도 더 이상 고용이 안정적이지도 않으며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변명’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청년노동 문제는 ‘세대’ 문제만으로 보기보다는 새로운 유형의 불안정 노동자층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나, 기존 노조운동의 이러한 인식수준은 낮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일반노조운동의 침체와 청년노조운동의 부상

 

한편, 일반노조운동은 기존 노조운동의 기업별 관행에의 도전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기업별 경계로 묶을 수 없는 유동적 노동자들의 조직화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운동이 직종별 운동을 거쳐 나아가 노동시장 규제력까지 갖출 수 있는 산업별 운동으로 확장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산별운동은 기존 기업별 조직이 ‘전환’하는 형태로 형성되어 온 데다 기업별 조직 내부의 정규직-비정규직 괴리의 문제 또한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문이나 제조업 부문의 대기업 사업장들만 보더라도 일반 조합원들은 물론 간부 활동가들까지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원칙적 수준에서는 적극적이나, 구체적 사안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노조운동은 기존에 조직화 자체가 미비하였던 주변적 직종을 중심으로 시도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직종별 운동을 바탕으로 산업별 수준의 운동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전망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되었다. 그나마 노동시장 유동성이 낮고 현장 기반 조직화 접근이 가능한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간 최저임금 투쟁이 청소노동자들의 직종임금 투쟁의 성격을 띠어 온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현장 기반 조직화가 거의 불가능한 유동적 노동시장의 불안정 노동자층을 대변하고자 하는 시도는 청년유니온과 아르바이트노동조합 등 청년노조운동이 거의 처음인 듯하다.

 

청년노조운동의 기존 노조운동에의 시사점

 

청년노조운동이 기존 노조운동에 대해 지니는 의미와 관련하여 이론적으로는 ‘인정’과 ‘분배’의 두 차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기의 청년노조운동을 세대론에 기반한 인정투쟁으로 국한시키던 기존 노조운동이 이들을 재평가한 계기는 청년노조운동이 각종 캠페인 사업 등을 통해 불안정노동 문제가 ‘인정’과 ‘분배’의 접점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노동운동이 분배를 둘러싼 경제투쟁을 넘어선 계급적 정치사회적 투쟁에 포괄되는 부차적인 것으로만 ‘인정’의 문제를 바라보다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최근에 이르러 노조운동 내에서 젠더, 인종, 고용형태의 신분화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상하게 된 과정과도 연관된다. 이후 청년노조운동이 초기의 인정투쟁 중심 접근에서 교섭 등 분배투쟁 접근에 보다 밀접해지고 있는 경향 또한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노조운동의 발전 전망에 대한 몇 가지 단상

 

문제는 청년노조운동의 조직확대 기반이 주로 인정의 논리에 바탕하고 있는 데 반해, 조직의 확대와 성장, 대안적인 운동 방향 제시, 그리고 기존 노조운동의 쇄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향력 형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배 측면에서의 효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수의 조합원들이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청년노조에 가입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노조운동이 조직대상으로 삼고 있는 도시 청장년층 불안정 노동시장 영역은 그 유동성으로 인해 현장 기반 조직화가 어렵다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따라서 청년노조운동의 발전은 ‘노동조합’으로서의 분배적 기능의 강화만으로는 이루기 어려우며, 집합적 정체성의 형성 측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합원 규모가 확대되어 가면서 나타나는 ‘연결의 과잉, 관계의 결핍’ 경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조직화 측면에서는 청년유니온은 취업준비생과 청소년 등 다양한 집단으로 조직대상을 확장해 가고, 알바노조가 대학을 거점으로 조직을 확대해 나가는 등 대상과 방법의 측면에서 조직화 전략을 갖추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현장 기반 조직화’ 접근의 제약을 온전히 넘어서기는 어려우며, 중장기적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청년 불안정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의미(미래 전망 포함)’이다. 이들은 청년노조 조직에 대해서도 ‘서비스’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충실감’과 ‘자부심’을 기대한다. 그러나 노동시장 특성상 현장 기반(사업장 중심) 조직을 바탕으로 임단협 중심의 노사관계를 통해 경제적․정치적 성과들을 확보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사회적 문제제기, 제도개선 투쟁, 초기업적 교섭과 협약 등 청년노조운동의 사회적 영향력 강화를 통해 청년노조 조직 멤버십이 갖는 의미를 제고하는 것이 오히려 조직 외연의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조합원들이 청년노조 가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해 재고해 본다면, 청년노조 조직이 ‘해 줄 수 있는 것’ 또한 새롭게 재정의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운영 측면에서도 재정기반 확충과 조합원 및 간부 교육을 통해 활동에의 참여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접근의 역발상 역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청년노조운동의 활동이 갖는 사회적 ‘의미’의 확장을 통해 자발적 참여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불안정한 노동현실의 개선뿐만 아니라, 기존 노조운동의 쇄신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노조운동을 주도한다는 적극적 의미의 강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의 비정규직 노조운동과의 연대의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도시지역 민간서비스 부문 중심의 청년층 불안정 노동시장의 문제들이 공공서비스 부문의 주변적 노동자층의 문제나 제조업 부문의 대기업 사내하청, 중소영세사업장 문제 등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활동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현재 청년노조운동의 상황을 고려하면 무리한 주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수준의 활동 강화 등 다양한 가능성은 존재한다. 지역활동의 경우, 일반시민들의 우호적 여론이나 청년노동 문제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방식뿐만 아니라, 지역 내 기존 노조조직들의 활동을 사업장 영역 밖으로 이끌어내는 방식 또한 시도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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