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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일주일만에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가 뛰고 왔다. 한동안 일주일에 많게는 두세번씩 밤마다 운동을 하곤 했는데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 뛰러 나가는 것도 힘들다. 어느새 스멀스멀 저녁마다 외출 약속들이 생겨서인 것 같다. 막 귀국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아빠랑 같이 배드민턴도 적극적으로 치러 다니곤 했는데 관계가 한번 또 어그러지고 난 이후로는 배드민턴은 안 치고 혼자 달리는 것만 하고 있다.

 

한창 잘 뛸때에는 스무 바퀴까지도 어렵지 않게 뛰어졌는데 오늘 일주일만에 다시 뛰어서인지 심지어 열바퀴 채우는 것도 힘들더라. 유산소 운동을 하다보면 숨이 차차 벅차오르면서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순간이 있는데 오늘은 가슴이 아린 게 아니라 짓눌리는 듯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날 그날의 고만고만한 생각들을 가지고 뛰다가도 숨이 가파오면 자연스레 몸의 심장박동에만 신경을 기울이게 되고 그렇게 한번씩 땀을 빼고 나면 잠시나마 개운한 기분이 드는 게 보통의 경우이다. 그런데 오늘은 뛰는 것에도 잘 집중이 되지 않고, 멈춰서서 숨을 돌리다보면 어느새 또 잡생각들이 찾아들어오는 것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여느 때보다 좀 일찍 운동을 마치고 집에 걸어오며 계속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래도 달리고 나면 언어화되지 않은 상태로 침잠해 있는 여러 생각들이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 드는 게 뜀박질의 좋은 점인 것 같다. 그렇게 묶여진 잡생각들을 하나씩 골라가며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상태랄까. 

 

운동장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온, 하늘 높이 떠있는 흰구름과 그와 대조적으로 새파랗던 하늘의 색깔이 인상에 남는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 구름의 이름이 뭉게구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새하얀 구름덩이가 수직으로 뭉개뭉개 뚜렷한 층을 이룬 모습, 그리고 그 구름들 배경에는 마치 합성한 것처럼 선명한 비치색을 띄던 하늘의 모습.

 

*9회말 투아웃, 김원섭이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을 친 날. 이 말로 할 수 없는 감동.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살 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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