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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

사골떡국, 고기완자전, 햄잡채, 청경채, 깻잎, 김치 그리고 김. 아 그리고 흰쌀밥도.

 

밥에 김싸서 김치랑 먹는 것도 맛있긴 하지만 이렇게 먹으면 웬만큼 먹어도 배가 잘 부르질 않는다. 헛배만 차고 마치 도 닦는 기분이다. 밥만이라도 흰 쌀 대신에 잡곡밥이 나오면 좋으련만.

 

이런 메뉴를 접한게 하루이틀도 아니지만, 오늘은 급식실로 가기 전에 교무실에서 이미 위의 저 메뉴를 들어버린게 충격이 컸다(난 정규교원이 아니라 급식실메뉴를 확인할 수 있는 게시판 접근권한이 없다). 교무실을 나서면서 이미 입맛이 뚝 떨어져버렸다.

 

영양사 선생님에게 좀 더 강력하게 항의를 해서 내 존재감을 알려야하나?

채식하는 사람을 다양한 스타일 중 하나로 보고 존중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별난 혹은 특이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특이한 사람이니 메뉴가 불공정해도 자기가 다 감수하겠거니 생각하는 것 같다.

 

채식으로도 얼마나 맛있고 영양가 넘치는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육식 삭단을 고수하는 게 평균/정상/다수를 배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 참 안타까울 뿐이다.

 

단백질과 적절한 비타민 보충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집에 도착하면 뭘 막 먹게 된다.

 

두 끼씩 도시락 싸다니긴 귀찮은데..

 

감옥은 공짜밥이라 치지만 여긴 하루에 식대가 삼천 칠백 몇십원이다. 워메 아까워라..

 

 

덧.

학교에서 밥 먹는 게 늘 이렇게 우울하다보니 이젠 급식실에 들어가면 메뉴부터 꼼꼼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미리 파악한 뒤에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보통량보다 더 많이 담는 것이다.

 

근데 메뉴에 관심을 갖다보니 아쉬움이 들기 시작했다. 메뉴만 봐서는 채식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은 것이다. 광우병 파동 덕분인지 고기가 들어가는 메뉴 옆에는 예를 들어 "돼지고기: 순 국내산" 이렇게 써있지만 그렇다고 원산지가 안 적혀 있는 메뉴라고 해서 죄다 채식이냐 그런 건 또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고기 원산지를 보며 이건 미국산이니 안 먹고 저건 호주산이니 먹어야지 생각하는 건 아닌데, 외국의 식당들처럼 채식 표시는 안 되어 있으면서 고기에 대해서만 친절하게 표시를 해주는 메뉴를 보면 화가 날 때도 있다.

 

지난 주였나 한번은 또 죄다 고기반찬인데 그 와중에 "김치전"이 내 눈을 확 사로잡는 것이다. 안 그래도 내가 와방 좋아하는 김치전인데 다른 먹을 것도 없으니 김치전만 이빠이 떠왔다. 전으로 배채울 생각에 밥도 조금 떠왔고. 그렇게 열심히 김치전을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영양사 선생님이 나를 보더니 옆에 다가와선 "선생님 이 김치전 고기 들어갔는데"라며 너무 발랄한 목소리로 알려주시는 거다.ㅋㅋㅋ

순간 울컥했다. 그 말을 들은 난 겉으론 "아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웃었지만 그 순간의 좌절감과 치미는 이 분노. 예전에 김치전 한번 나왔을 땐 고기가 안 들어갔길래 이번에도 그냥 먹었더니만..왜 그럼 김치전에 들어가는 고기는 원산지 표시도 없었던 거냐고.. 차라리 고기 들어갔단 얘기를 해주지나 말던가 그럼 아무 문제 없이 잘 먹었을텐데. 고기 냄새도 전혀 못 느끼고 맛있게 잘 먹고 있었단 말이다.

영양사 선생님 덕분에 친절도 타이밍이라는 좋은 교훈을 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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