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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근무 위헌

휴일을 비롯한 일요일에 일을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독일에서 나왔다. 1년 중 큰 대목인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기에 올해까지는 일요일에 상점들이 문을 여는 것이 허용되지만, 내년부턴 특별히 지정된 날-예컨대 축제나 기념일이 겹치는 등 "공익"에 부합하다고 시의회가 결정할 때-를 제외하고는 상점 영업을 위해 노동자들이 근무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관련 기사)

 

이런 얘기를 들으면 지금까지 독일도 우리처럼 일요일마다 일을 해왔을 것 같지만 막상 또 그것도 아니란다. 그동안 휴일에 근무를 하는 시스템이나 문화가 전혀 없었다가, 베를린의 경우 2006년에서부터야 1년 중 열번의 일요일/공휴일에 한해 일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그러자 신성한 주일이 노동활동으로 침범받는 것을 우려한 신/구교 모두가 휴일근무에 관한 헌법소원을 냈고 이번에 위헌판결이 난 것이다.

 

휴일에 근무를 하면 안 된다는 결정에 노동계에서도 (당연히?) 환영을 표했다고 한다. 휴일에도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당장 생계가 절박한 약자들이다. 휴일에도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과 그렇지 않고 휴일근무 자체를 막아놔도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곳의 삶의 질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독일 상점 근무시간 얘기를 들으니 예전에 독일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던 때가 기억난다. 마인츠에서 출발하여 첫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였던 것 같다. 루데스하임이라는 마을이었나 아마도. 장을 보러 마을로 나가 마트를 찾아갔는데 아직 해도 안 졌건만 마트가 곧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24시간 편의점에 너무 익숙했던 때라 큰 마트가 저녁 7,8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에 말그대로 문화충격을 경험했다. 더 충격적인 건 그 다음날이 일요일이라 상점이 아예 문을 안 연다는 것이었다. 한창 급하게 장을 보다가 다음 날 마트가 문을 안 연다는 사실에 더 급하게 그 다음 날 장까지 본다고 허둥댔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론 어느새 또 그네들의 영업시간에 적응이 되어서 여행을 하는동안 으레 토요일 저녁 장은 늘 이틀치를 보곤 했던 것 같다.

 

 

Annual work hours (source: OECD (2004), OECD in Figures, OECD, Paris. [1])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Working_time

 

 

위에 긁어다 놓은 그래프에서도 보이듯이 한국의 노동시간은 2004년 통계로 OECD 가입국중 월등한 1위이다.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는데 아직 경제 11,12위 밖에 못 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좀 넌센스같다. 그렇게 경제성장을 외치는 한국 자본가들이 좀 더 똑똑했더라면 노동자들 일하는 시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을텐데 말이다. 시계만 보며 보스 퇴근하길 기다리는 시간처럼 생산성이 떨어지는 때도 없을 거다. 차라리 그 시간에 퇴근해서 자기 시간 가지며 재충전하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닌가?

 

단협을 지들 맘대로 파기해 놓고선 그거에 항의표시로 노동자들이 파업하니깐 또 불법이라고 몰아대고, 사람들 전철 기다리는 거 뻔히 알면서 방송으론 "불법파업으로 인해 전철이 지연되어 죄송"하단 말만 떠드는 모습이 너무 짜증난다. 그런 방송할 시간에 노조 요구를 들어줄 노력을 열심히 하면 얼마나 좋나. 전철 늦게 오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역내 방송으로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해 ~~"를 외쳐대는 걸 듣는 건 정말 참기 힘들다.

 

독일의 이번 위헌 판결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의 코멘트들을 아래 가져와봤다.

 

“A simple economic interest of merchants and the daily shopping interest of potential consumers are not fundamentally enough to justify exceptions for opening stores on these days,” said the court’s president, Judge Hans-Jürgen Papier.

 

Katrin Göring-Eckardt, head of Germany’s main Protestant lay organisation, called it a “gift to society from Christians.”

 

“This is very good news for the more than 100,000 sales people in Berlin,” said Erika Ritter, from the Berlin-Brandenburg chapter of services trade union

 

vs

 

“We didn't force anyone to open and we didn't force anyone to go shopping,” he said. “Shall we recognise the changing reality of life or will we ignore it?”

 

“Occasionally being able to open on Sundays is crucial – especially in regions like Berlin with low consumer demand and lots of tourists,” said director of the HDE retail association Stefan Ge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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