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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에 관한 진실-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출발은 인권연구소 '창' 류은숙씨의 <아이티:역겨운 부채를 갚기 위한 인도주의적 원조인가?>를 읽은 것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 글에 소개된 책 중 한 권인 <가난한 휴머니즘:존엄한 가난에 부치는 아홉 통의 편지>를 공교롭게도 도서관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티의 전 대통령이었다는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Jean-Berrtrand Aristede를 알게 되었고 구글링을 해보니 역시나 뜨는 글이 많았다. 그래서 찾게 된 글이  Achievements Under Aristide, Now Lost 이다.

 

한 때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그의 정치적 성향이나 미국에 맞서는 당당함 등을 이유로 이쪽에서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한 종류의 관심이라면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역시 충분한 이력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1990년(91년?), 아이티 최초의 민주적 대통령 선거에서 67퍼센트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이 되었던 아리스티드는 91년 9월의 쿠데타 때 실각하여 망명길을 떠났다. 94년에 자국으로 돌아와 남은 대통령 임기(16개월)를 마쳤고, 2001년 다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됐으나 2004년 군부쿠데타의 과정에서 납치되어 남아공으로 쫓겨났다. 어찌보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는 것이, 아리스티드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 배후에는 미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리스티드 재임기간 중 '혁명적'-사실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는- 조치들이 단행되었고, 이를 못 마땅해했던 글로벌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여 미국이 정치개입을 했던 것이다. 2004년 쿠데타 이후 아이티에는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섰고, 아이티 민중들은 (아마도) 미군이 대부분이었을 '유엔 평화유지군'과 폭력적인 경찰력의 치하에 놓여있었다. (2004년 당시에 나온 오마이 기사도 이번에 발견했다).

 

위에 인용한 영문 글에 따르면 아리스티드 집권 시절에 의료개혁, 교육, 인권, 정치적 자유 등의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아이티 군대를 해산한 것이 무척이나 도드라져 보인다. 그간 세계에서 군대 없는 나라 하면 코스타리카 밖에 몰랐는데.쩝

 

이번 지진으로 아이티에서 몇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 숫자가 사실 감이 잘 안 온다. 숫자가 너무 큰 게다. 집계 자체를 믿기도 힘든 것 같다. 어쨌든 순식간에 전 세계의 주목(동정)을 받고 있는데, 9시 뉴스에선 아이티의 정치적 맥락이나 역사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았기에, 류은숙씨 글을 보기 전까지는 나도 그냥 저 나라 사람들 참 안타깝다 하고 그쳤을 것만 같다. 난 심지어 아이티가 아프리카 어느 곳에 있는 줄 알았지 쿠바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_-;; 부끄럽다.

 

지금도 지진 직후 미군이 대거 개입을 한 것 같던데, 어떻게 될런지 지켜봐야겠다. '위헙사회' 얘기도 많이 하는데, 천재지변이 나도 먼저 죽고 고통받는 것은 약자들이라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지진으로 죽어간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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