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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have changed.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 당연히 딴 건 모르겠고 내 삶에서 말이다. 여기 첫 글을 올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비공개로 적어 둔 두 개의 글이 무색하게, 덧없고 덧없지만 또 나를 성숙시킬 거라 믿는(아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 일이 하나 일어났으니,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이 달라진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오전에(!) 잘 못 일어나며 '돈 처들인' 학원을 빠져 가며 그럭저럭 살고 있다...

 

밤에는 왠지 잠들기가 두렵고 낮에는 (깨어나기가 두려웠다는 듯 오래 잔 후에도) 기운 없이 헤매기를 계속한다. 



주말에 갈 데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근교에 있는 외가(또는 큰아버지 댁에서도 아마 반가이 맞아 주실 거라 기대하는데)에 가면 농사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거다...

 

서울 촌놈이 두 주 연속 갔다가 그 사이 한 뼘이나 자란 고추 줄기에 감동한 뒤 그 다음 주(바로 지난 주말이다)에는 못 갔다고 향수 비슷한 증세마저 있는 듯했다. 막상 가면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밀린 자료를 정리하게 되지가 않고 영 밖으로만 돌게 되어 작심하고 서울에 남았으나 못내 허한 마음 어쩌지 못해 난생 처음 슈퍼에서('3분' 어쩌고가 아닌) 카레 가루를 사서 요리를 해 먹질 않나(단지 카레밥일 뿐이지만 어쨌든 일산에서 혼자 지낸 한 해 동안에도 배고픔을 버티다 기진맥진 기어 나가 혼자 밥을 사먹는 한이 있어도 또는 반찬 몇 가지와 채소나 몇 가지 사다가 쌈싸 먹은 적은 있어도 혼자 이것저것 도마에 놓고 썰어 볶아서 헉 이러긴 쪽팔려도 할 수 없이 완전 처음이어서 전화기로 사진 찍어 화정에게 보내고 신이 났었다), 혼자 집에 있는 내내 고추 줄기와 앵두와 오디와 몇 그루 안 되지만 오이 같은 것(?)의 넝쿨 등등이 눈에 자꾸 밟히지 않나, 집앞 버스 정류장의 채소 상인 아주머니 물건들에 묻은 촉촉한 흙 냄새가 코에 스칠 때는 콧구멍으로 냄새를 잡아챌 듯 들이마시며 가슴이 다 뛰질 않나(담배 끊은 이가 남 연기 따라가는 기분이 이러겠다 했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부터는 될 수 있는 한 주말 중 하루 또는 반나절이라도 가서 보고 버스 타고 와야겠다 결심하게 된 것이다.

 

혼지 뭘 해먹는 시도(!)를 하게 된 것도 그러고 보면 흙이 준 선물 같은 것이다. 나와 생각은 많이 다르지만 어쨌든 그 어른들(외할아버지, 이모 등등)과 어울려 고춧잎 뜯은 것 무쳐 먹고 상추 뜯어 쌈싸 먹고 하면서.

 

물론 실은 외가 앞 텃밭보다는 말 그대로 농사를 생업으로 지금껏(빚도 많이 져 가면서 그러니까 농가 부채...) 다리가 망가질 정도로 이래저래 땅에서 허리 굽히고 고생하며 살아오신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댁에서 제대로 일도 배우고 싶지만...

 

친가에 가면 엄청 가부장적인 외가보다도 더 가부장적인 어쩔 수 없는 답답한 분위기(아마도 외가는 내가 애초에 그들 성을 따르지도 않았기에 별다를 것이 없지만 친가는 그들 성을 따른 내가 커갈수록 단지 여자라 출가외인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게 더 상대적 소외감이 큰 게 아닐까 싶다)가 있지만...

 

아무튼 텃밭이든 소작이든 자영농이든 뭐든 농사는 흉내만 내도 이렇게 좋은걸... (이제야 알다니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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