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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0
    움찔하기(2)
    청올
  2. 2007/10/20
    결혼식
    청올

움찔하기

울리는 전화기를 들고 도서관 복도에 나간 길에 화장실에도 갔다 올 만큼 마음은(/만) 바쁘지만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나면 갤러리에 가서 사진을 본다.

 

*

이름을 불러 주면서 나의 꽃이 되어

'그 사람' '그것' '나'란 말만으로 충분히 통하다가도

언젠가 그것을 다시 냉정히 보고 객관화해야 할 때가 오면 괴로운 것이다

고유한 영역, 나만의 것이라 생각했던 것을 다른 배치에서 마주칠 때 움찔하고

더군다나 치우친 상황에서 원치 않는 배치에 나를 넣어야 할 때

- 나의 고유함과 주관을 어쨌거나 타인에게 평가 받아야 할 때 -  또 움찔한다.

 

관계에서 정체성을 다시 설정하는 일은 긴장을 준다

그 긴장이 가볍고 즐거운 전환일 때도 있겠지만

당장 감당하기에 너무 클 때 스트레스도 되고 슬픔도 되고 절망도 되는 기억은 크다

 

*

지하철에 앉았다가 고장났다고 모두 내리라는 바람에 모두 몰려 나온 날,

다시 어떤 조치가 되었는지 도로 타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내렸던 사람들은 대개 서 있던 그대로, 그러니까 내린 역순으로 들어가 탔다

 

그날 난 두 번 놀랐는데, 하나는 먼저 내려 뒷쪽에 서 있던 사람들 중에서

그 와중에 빈(그러니까 완전히 비어 '새것'이 되어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먼저 들어가 자리를 맡는 몇몇 사람을 보고, 오 참 그렇지, 앉는 사람이 임자지, 그 생각을 못 했네, 한 것이고,

 

두 번째는, 결국 나는 서 있던 그대로 나중에 타 보니 내가 있던 자리쯤에 섰는데,

몇몇 아까처럼 발빠른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자신이 있던 자리로 가서 그대로 앉았다(또는 섰다)는 것이다.

 

나와 있던 순간이 짧아서도 그렇겠지만, 대개는 '아까(또는 원래)' 있던 자리를 존중했다는 것

서 있던 이들은 앉아 있던 이들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을 쉽게 당연히 여기고, 앉아 있던 이들 역시 자신의 앉음을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는 것... 물론 발빠른 몇은 앉고 싶은 마음이 그 마음을 앞질렀을 테지만.  

 

그 장면에서 기득권이란 바로 저런 것이구나, 그래서 무섭다는구나, 하고 느꼈다.

 

확실히 '먼저 있던 것'과의 싸움은 늘 뭔가 무리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안 싸우고도 무리해야 하는 세상에 싸우기 위해선 더더욱 무리해야 하는 것.

 

*

있던 것을 유지하려는 본능은 생존을 위해 필수겠지만

외면, 회피로 변화를 거부하면 많은 것을 잃게도 된다.

'늘 있는 사람', '낯익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같은 것.

그래서 아주 소중한 것이 변화해 가거나 떠났을 때, 뒷감당할 여유나 준비도.

 

*

나를 이루는 건 팔할이 그리움인 줄 알았는데,

실체가 없는 그리움이야 언젠가부턴 사라진 듯하다.

 

그보다 요즘 (여전히) 관심이 가는 건 '분노'.

떡져서 정체(막힘), 현실 외면, 무능 발휘(?), 관계 단절, 우울 같은 것으로 쉬어 버린 감정의 원료 같은.

 

*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가 시계를 볼 때,

도서관 끝난다는 방송을 듣고 모두 우르르 가방 챙겨 나가는 대열에 낄 때. 이런...... (움찔, 혹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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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갔다가 일하러 왔다. 결국 못 다 마신 맥주를... 잠실역 근처 가판대에서 사서 도서관에 와 마셨지 뭐냐...

그 다음엔 종이컵에 자판기 커피도.

*

정보 차이가 주는 불평등함에 관하여 곰곰...

글쎄 그 친구 스타일대로, '그건 자기 일'일 수도 있지. 그런데... 글쎄,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뭐 나도 요즘은 내 할 일에 치어 전전긍긍이라 차분히 생각할 여유가 없지만,

어쨌거나 막연하게는... 내가 생각이 정리가 되면 조심스럽게 참견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사소한 일이지만 막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아닐 수도. 분명 화나고 짜증 나는 일, 그런 입장 겪어 봤으니. 순전히 '배려 없음'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려 없고도 당당한(이기적인) 태도, 싫다.

*

아 나도 참 이런 식으로 발목 잡히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래도 나름 즐거운(?) 업보지 뭐. 에휴.

 

그건 그렇고 내가 벌인 일은 참 즐겁다(무급 인턴).

(소)영웅이나 간호사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했었나.

자존감이 낮은 건가.

생각이 없던 건가.

 

아무튼 지금은 즐거우니 충분하지만

이후 고민은 결코 가볍지 않군...

*

아, 오늘 처음으로, 하객으로서도 즐겁고 뿌듯한 결혼식을 보고 왔다.

친구나 지인이 많지도 않지만 어쩌다 결혼식에 가면 갔다 와서 뭔가 스스로 어색함이 남거나

애초 가기도 전에 (입고 갈 옷부터 축의금 오랜만에 사람들 만나기 등등) 부담 느끼거나

그 부담의 무게에 제풀에 지쳐 못 가 버리거나 했는데...

당사자들에게 축하하는 마음, 뿌듯한 마음만으로 커버가 안 되는 형식의 번거로움이 싫었는데 말이지,

뭐 이 정도면(엄청난 건 아니라도 저 정도가 어디야 싶어)  꽤 즐겁고, 갔다 와서도 마음 깔끔하고...

명색이 뭔지 자존심 강한 듯한 주례 분도 투덜(칭얼?!)거리긴 했지만 나름 적응, 즐거워한 것 같고.

신부 신랑, 참 기존의 관습과 어르신들의 지혜와 또는 버릇과 

싸우면서도 타협하면서도 배우면서도 준비하느라 애 많이 썼을 것 같아.

*

내 할 일은. 내 삶은.

언제까지 말줄임표와 땀 삐질 아이콘과 그 밖의 방어적 기호로 버틸 거냐. 얼마나 살려고.

(역시 말줄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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