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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명태

명태

 

저놈의 명태대가리

오늘도 무심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본다.

 

쉰평생 공장에서

잔업, 철야, 특근에

온갖 진물을 쭉 빨려버리고

명퇴에 영혼까지 다 말라버린

내가

그리도 한심해 보이냐?

 

이제 더는 빼앗길것 없는

너와 나의 신세가 매 한가지인데,

천정에 대롱대롱 매달려

멸시하듯 내려다보는 너는

무얼 더 바라는 것이냐?

 

마지막 한줌의 핏기마저 말라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명태는

뿌연 눈깔에 쩍 벌린 입으로

오늘도 나에게 끝없는 조소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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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시모임'을 함께 하고있다.

명퇴로 힘들어하고 자살까지 기도하는 많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글을 써봤다.

그러고 보면,

모든 활동가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

그 많은 눈물어린 사연을

어떻게 가슴으로 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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