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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일자리, 낮은임금 불안정한 비정규직 양산

지난 6월 28일 기획예산처는 ‘200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요구 현황’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부 각 부처에서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을 취합한 자료이다. 기획예산처는 이 요구안을 토대로 9월까지 부처 협의를 통해 최종 정부안을 마련해 10월 2일에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정부안을 심의해 12월 2일까지 2007년도 정부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1948년부터 2004회계연도까지 56년간 국회가 정부예산안을 삭감한 것은 39번이었다. 이 가운데 1% 이상 삭감한 것은 1949, 1965, 1990회계연도 세 번 뿐이었다. 정부안은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내년도 사업이 된다고 봐야 한다. 5번에 걸쳐 정부 예산안과 그에 따른 사회적 쟁점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연재순서> 미리보는 2007년도 예산안
☞ 1강. 노동- 일자리지원 사업
2강. 사회복지
3강. 국방
4강. 농업
5강. 환경

한국의료생협연대는 노동부 사회적일자리사업 가운데 재가간병 부문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예산 1억원을 지원받아 120명이 재가간병 서비스에서 일한다. 대부분 40대 여성이다. 보람있는 일을 한다는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들이 월 70만원을 받는 1년계약직이라는 점이다. (4대보험은 노동부에서 내준다.)

우세옥 의료생협연대 일자리팀장은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사회적일자리사업이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한다고 비판한다”고 묻자 주저없이 “동의한다”고 답한다. “사회서비스를 일자리창출로 연결시킨 것은 칭찬할 만합니다. 하지만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노동부가 하는 걸 보면 큰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예전보단 분명히 좋아졌지요. 하지만 여전히 관료적입니다.”

문보경 사회적기업지원센터 사무국장이 지적하는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가 아닙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금은 사회적일자리의 노동조건이나 사회적 조건은 양적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노동부 시범사업과 함께 시작된 사회적일자리 사업은 예산과 창출 일자리 측면에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2006년에는 8개 부처가 참여해 21개 사업에서 3천39억원을 집행해 13만명에 이르는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관련 노동부 예산도 2005년 285억원, 2006년 517억원에서 2007년 예산(안) 738억원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원금액을 현행 월 70만원에서 내년에는 77만원으로 인상하고 지원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설명회를 듣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이정민기자

지난해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설명회를 듣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사회적일자리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문제는 “낮은 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함축돼 있다. 지난 3월 21일 정부는 노동·육아분야 2006~2010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는 ‘좋은 사회적일자리, 어떻게 창출해야 하나’였다. ‘좋은’ 사회적일자리라는 표현 속에는 사회적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 현재 사회적일자리는 대부분 단기·저임금 일자리로서 질적인 측면에서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창출사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주요한 과제로 등장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2005년도 사회적일자리제공사업의 1인당 평균연간근로일수는 약 9개월(227일)에 불과하다. 1인당 월평균임금도 주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69만3천원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05년도 결산보고서에서 “지금과 같이 사업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고용 불안정성을 확대해 양극화를 완화하려는 당초 계획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우려한다. 정부조차 지난 3월 열린 토론회에서 “고용계약 측면에서 대부분 시간제, 파트타임, 1년 미만 기간제계약직 등 비정규직이고 임금수준도 최저임금을 약간 넘는다”며 “현재 사회적일자리로 창출하는 일자리는 임금과 고용계약 형태를 볼 때 좋은 일자리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인정할 정도다.

경영기법 향상시키면 된다?

노동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일자리창출사업에 참여하는 NGO에게 전문경영기법을 지원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6월 21일 “사회적일자리가 단기간의 저임금 일자리라는 지적이 있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NGO의 경영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14개 비영리단체에 경영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NGO가 경영능력이 없어서 ‘임금이 낮은 불안정한 사회적일자리’가 생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우세옥 팀장은 “노동부는 비영리단체와 비영리법인을 사업수행주체·사업주로 규정해 일을 더 많이 해서 수익을 창출하라고 요구한다”며 “비영리단체에게 영리를 내라고 하는 것부터가 앞뒤가 안맞는다”고 비판했다. “시설간병은 영리단체에서도 많이 하고 있고 수익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의료생협연대가 하고 있는 재가간병 분야는 수익모델을 만들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영리법인이 재가간병을 안 하는 것이구요. 재가간병을 받는 사람들도 대부분 저소득층입니다. 만약 우리가 중산층 대상으로 사업을 하면 수익을 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회적일자리라는 취지는 사라져 버립니다. 노동부 방식대로 하면 양극화 해소는 절대 안 됩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일자리지원 유사중복 심각
17개 부처에서 나눠먹기…총괄조정 안돼


“된다 싶은 사업이 있으면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달려들어 사업을 편성해서 예산을 늘리려 한다. 그게 정부부처의 속성이다. 김영삼 정부에선 세계화, 김대중 정부에선 벤처기업, 지금 정부에선 지방분권이 그렇다. 물론 사회적 일자리를 비롯한 일자리지원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일자리지원사업은 의미있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중복예산편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에만 17개 부처에서 수행하는 77개 사업에 1조5463억원 예산을 투입했다. 사회적일자리사업은 올해에만 8개 부처에서 21개 사업을 했다. 청년실업대책은 11개 부처에서 48개 사업을 벌였고 취약계층지원사업은 4개 부처에서 18개 사업을 수행했다. 사업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정부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직장체험사업은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에서 각각 추진하고 있는 대학생 중소기업 단기체험사업과 이공계 미취업자 현장연수사업과 사업목적이나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

사회적일자리사업에서도 유사중복은 심각하다. 2005년에 노동부는 사회적일자리제공사업으로 517억원, 보건복지부는 노인일자리지원사업으로 520억원, 여성가족부는 보육시설 사회적일자리로 228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여성가족부는 2007년도 예산요구에 신규사업으로 사회적일자리창출을 포함시켰다. 사업예산안은 11억6천만원이다. “고령사회 유망 신직종인 실버시터를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100% 국고보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사업시행주체로 한다는 계획이다. 여성가족부는 이와 별도로 여성일자리창출지원사업도 계속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예산요구액 34억원)

각 부처에서 수행하는 일자리지원사업에 대한 총괄조정기능이 매우 약한 상황에서 산발적인 정책개발이 이뤄짐으로써 유사중복투자가 발생한다는 문제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자문만 할 뿐이고 정책을 결정할 권한은 전혀 없다.

2004년도 예산 결산에서도 국회는 유사중복 문제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중앙사회적일자리추진위원회에서 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중앙사회적일자리추진위원회는 노동부에 설치한 비상설위원회로서 부처간 조정업무를 맡기는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5년도 결산보고서에서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 혹은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추진단이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2006년 7월 20일 오전 9시 1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59호 10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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