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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공개청문회를 제안한다

지난달 13일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앞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송무호 전 기념사업회 본부장이 함세웅 기념사업회 이사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는 이 공개서한에서 진실을 가리고 기념사업회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양측이 참가하는 공개청문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시민의신문>은 송 전 본부장의 허락을 얻어 공개서한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의 개혁을 위한 저의 1인 시위가 벌써 6주째 들어서고 있습니다. 시위를 하며 마주치는 직원들의 얼굴 표정과 대응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어떤 직원들은 윗사람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엄혹한 질책과 불이익이 염려됨에도 불구하고 다정스럽게 웃는 얼굴과 함께 짤막하지만 따듯한 한마디의 말과 정보를 조심스럽게 건네주기도 합니다. 너무 고맙고 또한 미안하기도 합니다.

송무호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본부장은 지난 2월 13일부터 기념사업회 입구에서 기념사업회 민주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국진기자 

송무호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본부장은 지난달 13일부터 기념사업회 입구에서 기념사업회 민주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저의 이번 시위에 대하여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적으로나마 저에게 따듯한 인사를 건네주고 있는 듯한 직원들에게는 더욱 더 많은 감사와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인간적 깊이를 느낄 수 있어서 매우 좋습니다. 반면  저의 이번 시위를 매우 부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거나 여러 상황에 매우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듯한 소수의 상위 직책자들은 제가 아무리 인사를 건네도 받지 않고 매우 못마땅한 얼굴로 저의 옆을 그냥 지나가고만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이 다르고 보기 싫더라도 겸연쩍은 웃음이라도 지으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들어 몇몇의 운동권 인사들로부터 민주화운동권의 더 이상의 분열과 자멸을 피하기 위하여 이제는 저의 1인 시위를 끝내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이런 저런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는 충고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함 이사장님과 문 이사와 상의하여 제안된 것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모종의 타협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시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발표되고 유포되고 있는 기념사업회의 성명서의 허구적 내용을 보며 저의 이번 시위가 갖고 있는 의미와 정당성에 대하여 오히려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또한 “이번 시위를 쉽게 끝내거나 타협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더욱 각오를 굳히며 투쟁의지를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기념사업회의 성명서 내용과 같이 제기된 문제의 본말을 오도하고, 본질을 벗어난 지엽적인 문제에 대한 일방적인 허구적 답변으로는 절대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문제만 점점 키워 갈 뿐이라는 것을 함세웅 이사장은 빨리 깨달으셔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오로지 한 가지의 방법밖에 없으며, 그 방법은 “공개적인 청문회를 통한 철저한 사실 규명”밖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당연히 함 이사장님도 그 청문회에 출석해야할 상황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 되어 버렸습니다. 함 이사장님께서는 더 이상 “진실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거부하셔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근 문국주 이사가 여러 자리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이미 부당하게 “직위해제”의 징계를 받고 있는 양경희 전 사료수집 팀장을 반드시 자르겠다고 공언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할 뿐입니다.

며칠 전 동아투위의 “3-17동아 언론인 강재해직사태”31주년을 맞은 기념집회가 있었고 그 자리에 기념사업회의 함세웅 이사장님이 참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당시 동아일보 기자들의 독재 타도와 사회정의를 위한 비판의식과 투쟁을 찬양하고 사주의 부당한 강제해직을 규탄하고 원상회복을 촉구하기 위함이셨겠지요. 그런데 우스운 일은 바로 그 함 세웅 이사장님께서 동아일보 사태의 사주노릇을 현재의 기념사업회에서 똑 같이 벌이고 있는바, 기념사업회 상임임원들의 병폐에 대하여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매사에 부정적 사고의 소유자” 와 “반 사업회분자” 라고 매도하며 사업회 밖으로 쫓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즉, 한 편으로는 독재 정권과 동아일보 사주의 횡포를 규탄하는 동아투위의 집회현장을 쫓아다니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독재자 박 정희의 수제자라도 된 듯 비판자들 탄압하고 쫓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동아투위의 직책자 한분 (기념사업회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음)께서 이번 기념사업회 사태와 관련하여 “현재 기념사업회에는 별 문제가 없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최 관장이 잘못이다. 사업회를 위하여 함 이사장을 믿고 따라 달라”고 사업회의 홈 페이지를 통하여 직원들에게 호소하셨던 일이 생각납니다.

저는 그 분께서 동아일보에서 쫓겨 날 때 아마도 그 당시 박 정희와 그 졸개들이 했을 법한 “현재 대한민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동아일보의 기자들이 문제다. 그들을 신문사에서 쫓아내야 한다. 사주를 믿고 따르라”라는 말에 대하여는 어떻게 답변하실 수 있을까하고 매우 궁금합니다. 비판정신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기자직을 수행했었던 한사람으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비판자인 최 상천에게는 어떻게 이렇게 인색한 반면에, 문제의 대상자인 함 세웅신부에게는 어떻게 이렇게 관대할 수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러한 웃지 못 할 상황들에서 운동권 명망가들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매우 곤혹스럽습니다. 비록 이번의 사태가 기념사업회의 함 이사장과 문 이사의 병폐와 관련된 문제로 발단되었으나 저는 이 사태가 진행되어 가며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의 양상을 보며 제가 이번 시위를 통해 제기하고 있는 문제가 단순한 기념사업회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운동권 전체의 문제라는 생각이 점차 깊어지고 있습니다.

남 보고는 독재하지 말라하며 우리는 독재해도 좋고, 남 보고는 정경유착하지 말라하며 우리는 권력자들에게 부탁하여 기업협찬금 타내도 좋고, 남들의 부정과 비리에 대하여는 혹독한 처벌을 외치면서 우리의 비리에 대하여는 관대하게 이해해 주거나 덮어주어야 정녕 좋은 것이란 말입니까?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와 민주화운동권의 “자기 정화와 거듭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하여 운동권 여러분들의 보다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대처를 간청합니다. 부디 민주화운동권의 자숙과 자정, 그리고 더 나아가서 민주화운동권의 거듭남을 위한 진통으로서 이번 사태를 흔쾌히 받아주시고 대처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2006년  3월  20일  

전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본부장 송무호 올림
2006년 3월 20일 오후 17시 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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