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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6/03/03

민주화사업회 민간교류사업 졸속 논란

한일우정의잔치, 일명 ‘삼계탕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24일 부산지역 간담회에서도 ‘삼계탕 사업’은 논쟁의 핵심이었다. 특히 시민단체 쪽에서는 한일민간교류사업이 졸속이었다는 참가자 증언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기념사업회는 한일우정의잔치에 한일민간교류사업과 삼계탕대접행사에 공식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위 사무국장 이 아무개씨가 닭 생산업체 일본쪽 수입업체 사장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본지 1월 30일자 634호 참조)

송무호 전 본부장.
강국진기자
송무호 전 본부장.

송무호 전 본부장은 “기념사업회가 조직위를 위해 기업협찬을 받기로 한 것은 조직위 회의를 통한 게 아니라 문 상임이사, 이 아무개 등 몇 사람이 모여서 조직위 겸 기념사업회 연석회의를 열어 결정한 것”이라며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기념사업회 여직원이 보관하고 있던 도장을 찍어 기념사업회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천 전 관장도 “삼계탕 사업은 문국주 상임이사와 절친한 사이인 이 아무개가 기획한 사업”이라며 “조직위원회는 껍데기일 뿐이고 실체는 문 상임이사와 이 아무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우정의잔치 전체예산 가운데 60%가 삼계탕사업인데 그 행사를 총괄하는 사무국장이 냉동닭 수입업자라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하림에서 이 아무개가 사장인 보리자판으로 마리당 3천400원에 18만여마리를 수출했는데 기념사업회는 한 마리당 5천500원으로 계산해 지급했다”며 예산처리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문숙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농축산물을 수출하려고 하는데 생닭이 안되기 때문에 냉동포장 닭으로 하자고 농림부에서 먼저 제안했던 것”이라며 “조직위원회에서 3월 18일 행사를 마감하면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해 24일 부산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전을 위한 부산지역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강국진기자
지난 해 24일 부산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전을 위한 부산지역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이와 함께 민간교류사업도 졸속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병주 계승연대 집행위원장은 “민간교류사업에 참여한 시민단체 활동가들 증언에 따르면 일본 도쿄 가는 당일까지도 정확한 프로그램이 없었고 일본에 가서도 당일치기로 행사를 만들어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도쿄에서 11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재일동포 감사 위로잔치’는 예상인원은 1만명이지만 실제참가는 150명이었다”며 “150명 가운데 100명은 스텝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 오사카 행사는 성대했다고 기념사업회는 주장하지만 그건 원코리아 페스티벌에 묻혀서 진행했기 때문에 성대한 것처럼 보일 뿐 삼계탕사업이 성대했던 게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종수 총무팀장은 “지난해 10월 오사카에서 재일동포 5천여명에게 삼계탕을 대접했고 도쿄행사는 이시하라 동경도지사가 극우파라서 시내에 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행사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3월 3일 오후 12시 3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9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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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이사장이 직원 7명 사직강요"

지난달 24일 간담회에서는 2004년 11월 2기 기념사업회 출범 직후 일부직원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주장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송무호 전 본부장과 최상천 전 사료관장은 함세웅 이사장과 문국주 상임이사가 부당하게 직원 7명에게 사직 압력을 행사했다며 부당성을 주장했다. 반면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4일 부산에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전을 위한 부산지역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종수 총무팀장, 박문숙 사무처장, 이난현 본부장 등 기념사업회 관계자와 송무호 전 본부장, 최상천 전 사료관장 등이 참석했다.
강국진기자

지난 24일 부산에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전을 위한 부산지역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종수 총무팀장, 박문숙 사무처장, 이난현 본부장 등 기념사업회 관계자와 송무호 전 본부장, 최상천 전 사료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난현 본부장에 따르면 2004년 당시 직원 23명이 기념사업회 부서장 이상의 임원진에 대한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면서 총사퇴를 요구했고 그에 응당한 책임도 직원들이 지겠다고 발표했다. 함 이사장은 취임 직후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함 이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부서장 이상에게 책임을 요구했다. 아울러 총무와 기획 분야를 제외한 전직원이 함 이사장에게 사직원을 제출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직원들이 사직했다는 것이다.

박종수 총무팀장은 “당시 사표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는 7명의 직원들이 한 달 가량 저항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들었다”는 질문에 대해 “당사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사업회는 그들을 배려하기 위해 시간을 주었던 것”이라고 답해 사직강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당시 퇴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퇴직규정을 개정해 조기퇴직하는 사람은 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퇴직자들을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전 관장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지명해서 강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아무개 당시 기념사업본부장을 예로 들며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직위를 빼앗고 책상도 비우라고 요구했다”며 “이 과정에서 그는 말할 수 없는 인간적 모멸감 속에서 기념사업회를 떠나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2기 출범 직후 기념사업회를 떠났던 이광일 성공회대 연구교수, 전명혁 성공회대 연구교수, 송병허 민주화운동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 전문위원 세 사람은 지난달 13일 의견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지난 2004년 12월초 문 상임이사가 자신들을 각각 불러 “연구자들이 개성이 강해 사업회 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며 사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당한 사직요구에 분노했고 싸우려고 했지만 당시 내부 분위기는 이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과 거리가 멀어 결국 개별적으로 사업회를 떠나야 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최근 논란에 대해서도 “기념사업회 내부 모순이 드디어 곪아 터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기념사업회를 그만 둔 ㄱ씨는 이에 대해 “함 이사장은 2004년 9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개혁을 추진하는 모임’을 주도하던 사람들을 내보내려 했고 그것을 관철시켰다”며 “사업회의 비전을 고민하는 차원이 아니라 말썽을 없애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복성 혹은 강압이라고 느낄 소지가 충분히 있었다”며 “그 과정을 통해 기념사업회 내부에 비판적 의식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3월 3일 오후 12시 3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9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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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 남발, 이상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발전을 위한 부산지역 초청 간담회가 지난달 24일 부산에서 열렸다. 부산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 날 간담회는 기념사업회를 둘러싸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양쪽 입장을 청취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간담회 주제는 △사직강요, 징계, 계약직 등 기념사업회 직원의 노동권 △기업협찬, 회계처리 등 한일우정의잔치 △심 아무개 조각가 조각상 △지난해 8.15전시회 △지난해 보궐선거에 직원 파견여부 △내부 민주주의 등 여섯 가지였다. 애초 논쟁의 핵심 관계자인 문국주 상임이사는 간담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혔으나 “아버지의 기일을 깜빡 잊어버렸다”며 간담회 불참을 통보했고 이난현 본부장, 박문숙 사무처장, 박종수 총무팀장이 대신 참석했다. 반대측에서는 최상천 전 사료관장, 송무호 전 본부장이 참석했다. /편집자주
“계약직은 비정규직이 아니다. 대기발령은 징계가 아니라 배려였다.”

지난달 24일 부산에서 열린 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하는 사안에 대해 궤변을 일삼아 눈총을 샀다. 이들은 내부민주주의 지적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가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공동으로 해결하자고 모인 건데 책임있는 답변은 없이 곁가지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며 “기념사업회가 공무원조직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계약직은 비정규직 아니다”

박문숙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계약직과 비정규직은 다르다”고 강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할 때 헌신과 봉사로 일하던 정신으로 기념사업회에서도 더 좋은 성과를 내자는 취지”라며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의 모든 인사규정을 취합하고 여러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서 신규채용을 계약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직과 정규직은 장단점이 있다”며 “일단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나서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고 성과를 내면 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된다”고 주장했다.

2월 24일 부산에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전을 위한 부산지역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종수 총무팀장, 박문숙 사무처장, 이난현 본부장 등 기념사업회 관계자와 송무호 전 본부장, 최상천 전 사료관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만준 동의대 교수가 맡았다.
강국진기자 

2월 24일 부산에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전을 위한 부산지역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종수 총무팀장, 박문숙 사무처장, 이난현 본부장 등 기념사업회 관계자와 송무호 전 본부장, 최상천 전 사료관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만준 동의대 교수가 맡았다.


박 사무처장은 특히 “함세웅 이사장이 취임한 후 시민단체나 민주화운동단체의 의견수렴을 했을 때 나온 얘기가 ‘민주 철밥통’ 얘기였다”며 “민주철밥통을 얘기했던 단체들이 이제 와서 계약직을 문제삼는다”고 말해 계승연대 등 시민단체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병주 계승연대 집행위원장은 “시민단체 의견을 왜곡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송 전 본부장은 “아무리 ‘운동’ 차원에서 일하더라도 생업이라는 게 있다”며 박 사무처장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당사자가 계약연장 사실을 언제 알 수 있는지, 재계약 기준이 뭔지, 어떻게 하는건지 전혀 알 수 없다”며 “결국 모든 권한은 이사장이 독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장이 훌륭한 인격을 갖고 있더라도 이사장도 결국 사람인 이상 호불호가 존재하고 그런 면에서 노동권이라는 인권이 상당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발령은 배려?

이난현 기념사업회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송무호 전 본부장을 직위해제한 것에 대해 “계약만료까지 한 달 반 정도 다른 직장을 구할 기회를 주기 위해 대기발령을 한 것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함 이사장은 2월 14일로 송 전 본부장과 계약만료가 되면서 2006년도 사업수행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해 사업 수행하는 사람이 먼저 와서 예산 확정하고 사업추진하기를 바랐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본부장은 “대기발령은 누구에게나 불명예”라며 박 사무처장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마치 재계약을 안 할 것을 전제로 해서 대기발령해준 것을 배려처럼 얘기하지만 바로 그런 사고방식이 기념사업회 문제의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함 이사장 본인은 현명한 판단을 항상 하고 남을 배려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배려 받는 사람은 자기가 선택할 권한이 없고 ‘높으신 분의 배려’만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최상천 전 관장이 언론에 배포한 성명서를 첨부한 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내 기념사업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직위해제 당한 양경희 사료수집팀장에 대해서도 “직위해제는 징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처장은 “양 팀장은 인사상 불이익이 있는 직위해제일 뿐이지 아직 징계가 아니다”고 말했고 박종수 총무팀장은 “기념사업회 규정상 징계는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 다섯가지”라며 직위해제는 징계를 위한 전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직위해제된 후 6개월이 지나도 보직을 받지 못했을 경우 당연면직된다’는 인사규정 27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내부 민주주의 이상없다”

줄곧 논란이 일었던 내부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 사무처장도 “이사장과 상임이사의 사무실은 항상 열려 있어 누구나 수시로 드나들 수 있다”며 “한달에 한 번씩 전체회의를 통해 직원 의사를 민주적으로 수렴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도 “기념사업회는 2005년부터 정부산하기관관리법 대상기관으로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비정규직까지 포함해서 노사협의회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에 알리면 역적행위?

박 사무처장은 “최 전 관장이 한나라당에 자신의 성명서를 전달해서 한나라당이 기념사업회에 자료요구가 왔고 여러 기관에서 감사를 받게 됐다”며 “심각한 문제”라고 최 전 관장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 최 전 관장은 “열흘 전 쯤 YTN 기자가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보좌관한테서 문서요청이 왔으니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줬다”고 말했다. 송 전 본부장은 “마치 한나라당에 제보한 것처럼 매도해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반박했다.

"실명게시판 문제없다"

현재 기념사업회 홈페이지는 실명게시판만 운영하고 있다.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데 이는 정보인권 차원에서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본부장은 “자기 의견에 대한 책임을 담보해야 한다”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시민단체 조직적 대응 조짐

부산에 이어 서울서도 간담회 열기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한 관련 시민단체들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부산지역 단체들을 중심으로 지난달 24일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서울에서도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계승연대)는 지난달 20일 계승연대 차원의 간담회를 주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일 대표자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이병주 계승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간담회에서 “계승연대에서는 2004년에 이미 함세웅 이사장에게 △투명한 이사진 구성 △과도한 전시성 행사 축소 △사회현안에 대한 적극적 목소리 등을 건의했다”며 “당시 문제제기했던 부분들이 하나도 고쳐지지 않고 확대재생산된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에서는 기념사업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강민조 유가협 회장은 “민주화정신 없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라며 기념사업회를 규탄했다. 그는 “기념사업회는 잘못이 없다고 변명만 하는데 그걸로는 문제해결이 안된다”며 “민주화운동 했던 사람들답게 솔직하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계속 변명만 하는 식으로 나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함세웅 이사장과 문국주 상임이사에 대해 “사과를 하고 뉘우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잘했다면서 문제제기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몰아댄다”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3월 3일 오후 12시 3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9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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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진보 재구성 병목 지점"

오는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리는 한국사회포럼2006을 맞아 <시민의신문>과 한국사회포럼 조직위원회는 공동기획 ‘미리 보는 한국사회포럼’ 좌담을 4회에 걸쳐 마련했다. 한국사회포럼에서 토론할 주제 가운데 선정한 이 주제들은 한국시민사회운동의 지평을 넓히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통해 ‘운동의 소통’을 꾀하자는 의도로 기획했다. 그 첫 순서로 지난 23일 열린 ‘한국의 사회운동 위기인가’는 한국사회운동이 위기인지, 위기라면 원인은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인지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1회. 한국 사회운동은 위기인가
2회.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의 관계설정, 어떻게 볼 것인가
3회. 반(反)운동을 말한다: 뉴라이트와 신보수주의 비판
4회. 사회운동 내부 민주주의를 말한다

일시: 2월 23일 2시
장소: 시민의신문 회의실

사회: 조희연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

참석자: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조희연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
양계탁기자
조희연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

△조희연: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 위기라는 말이 상당히 회자되고 있다. ‘뉴라이트’의 반발, 민주노총 선거를 둘러싼 잡음 등을 접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도 위기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위기인가 아닌가에서 시작해 위기라면 무엇이 원인인가, 그리고 사회운동이 자기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논의했으면 한다. 먼저 현재 한국 사회운동의 객관적 상황을 점검해보자.

△유영주: 노동운동의 우기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사회운동의 위기라는 용어는 약간 낯설다. 노동운동 위기 논쟁은 물론 10여년 전부터 있었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노동운동 위기론은 오히려 자본 쪽에서 제기하는 부분이 크다.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자본이나 사용자 등 지배계급이 노동운동을 위기로 주장하면서 왜곡된 진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사회운동 위기론이 사회운동 ‘주체의 위기’인가 아니면 담론지형이나 전망과 관련한 ‘내용의 위기’인가를 구분해야 한다.

△김어진: 노동운동을 포함해 사회운동 전체를 놓고 볼 때 위기는 맞다. 하지만 그것을 운동의 에너지가 소모된 것과 동일시하는 건 잘못이라고 본다. 내가 보기엔 ‘지도력의 위기’라는 측면이 더 크다. 주위를 둘러보자. 3월 19일은 이라크전쟁반대집회에서 보듯 국제주의적 반전운동같은 새로운 운동이 출현하고 있다. 양극화에 대항하는 새로운 운동과 급진적인 운동이 성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운동은 여전히 강력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운동의 위기가 아니라 ‘지도력의 위기’라는 게 내 입장이다. 주체적 노력이 형성된다면 위기는 해결가능하다고 본다.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양계탁기자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이원재: 위기로 치면 사실 언제나 위기였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담론이 갖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최근 진보진영의 위기담론은 운동에 대한 욕망을 반영한다. 최근 나오는 위기담론을 통해 욕망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변화 속에서 어떻게 운동을 변화시켜 갈 것인가에 대한 욕망이다. 위기론이 맞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욕망을 전략적으로 잘 담론으로 이끌고 실천과 접목시키는 게 필요하다. 어쨌든 체감온도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나 운동가 재생산에서 위기는 분명히 있다.

주체의 위기? 내용의 위기? 동력의 위기?

△이태호: 솔직히 나 자신은 요즘 혼란스럽다. 확실히 나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운동 전체로 보더라도 위기는 위기다. ‘동력의 위기’는 아니라고 보지만 그것도 의심은 해봐야 한다. 단순히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위기가 아니라 한국사회가 겪는 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민주화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다.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분단체제도 흔들리고 세계적으로 탈냉전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대테러전쟁과 신자유주의도 기승을 부린다. 이런 흐름들에 한국 시민사회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가. 모순이 있다고 운동이 성장하는 게 아니다. 모순이 있고 준비가 있을 때 운동이 성장한다. 지금 사회운동이 겪는 위기는 분명히 전환기에 나타나는 위기인 건 분명하다. 전환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라는 점에서 동력과 전망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본다.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
양계탁기자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

△유영주: 87년 이후 한국이 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 세력 중 하나가 이태호 실장같은 자유주의자들이다. 자유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던 비전과 전망의 대부분은 실현됐다고 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급속히 결탁하면서 자유주의자들은 가치혼란에 빠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유주의 활동가들에게는 분명 위기이다. 정책이나 지도력, 전망 모두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 본다.

△이태호: 일정부분 동의한다. 자유주의 비전의 문제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위기는 자유주의 진보주의 보수주의처럼 우리가 생각했던 구획들 모두에 걸쳐 있다. 단순히 자유주의만 위기라고 볼 순 없다. 각각의 내용들에서 건설적인 대안이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동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다. 자유주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급진적 전망에선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그 전망들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고 있는가. 운동이 운동이고자 한다면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사람들을 의제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시민사회운동은 그 힘을 잃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뉴라이트’는 구심력을 강화하는 반면 개혁세력의 의제는 계속 주변으로 밀리고 있다.

△조희연: 운동의 위기를 어떤 개념으로 정리할 것인가. 나는 ‘전환적 위기’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두 측면이 있다. 하나는 87년 체제에서 이른바 시민운동으로 상징되는 중도자유주의적 개혁운동이 제기한 의제가 하나씩 실현되면서 나타나는 의제고갈, 다시 말해 ‘성공에 따른 위기’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 양극화 등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기존 운동들이 충분히 새로운 응전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진통이다. 민주화를 선도했던 것이 중도자유주의적 개혁운동이기 때문에 위기가 그쪽에서 많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새로운 조건에서 나오는 진통의 위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양계탁기자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이태호: 썩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탈냉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진보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사회포럼을 보더라도 여전히 고민은 진행형이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다. 북핵·북한인권·대테러전쟁 등을 예로 든다면 한국 진보세력의 비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이 명료하지 않다. ‘자유주의냐 진보주의냐’가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진보를 재구성해야 하는 병목지점이다. 그리고 대중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략부족이 아니라 소통부족이 위기

△유영주: 정책의제적 측면과 주체의 측면에서 위기를 봐야 한다. 먼저 정책의제적 측면에서 현재 우리사회가 어떤 모순을 안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모순은 노동유연화, 양극화, 제국주의와 전쟁, 남북문제다. 이들 모순에 대해 사회운동이 새로운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정책의제의 위기’라고 본다.

△이태호: ‘재생산 위기’ 즉 ‘동력 위기’도 분명히 짚어야 한다. 대학사회는 갈수록 탈정치화되고 빠른 속도로 신자유주의에 포섭되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건강한 시민교육을 받고 있지도 못하다. 지역사회는 더 심각하다. 풀뿌리 보수주의가 갈수록 위력을 떨치고 운동단체들은 상근자 구하기도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가 위기를 느낄만한 객관적 상황은 존재한다.

△이원재: 재생산에서 위기는 분명히 있다. 고령화도 운동진영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직업운동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본다. 그 속에서 전문화, 의사소통문제, 운영 문제 등이 생겨난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연대활동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운동사회의 소수자들은 주도하는 단체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해지고 후자는 일방적 책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불행히도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차이와 연대를 모색하는 게 아니라 제각각 조각나고 고립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양계탁기자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김어진: 대학사회를 보면 대학생들이 탈정치화된다는 말이 일면 맞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억압과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다. 운동 주체들이 계기를 잘 만들면 얼마든지 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재생산 구조를 위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시민사회단체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가령 환경단체가 내는 월간지 광고가 에너지기업 광고로 가득차 있는 역설이 존해한다. 줄어드는 회원수는 그런 부분과 연관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유영주: 주체 동력이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고 분명 위기를 느낄만한 약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운동 위기, 노동운동 위기’라고 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노동운동을 위기라고 먼저 얘기한 사람들은 노동운동가들이 아니다. 친자본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이론가들이었다. 노동운동을 낡은 유산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공격이다. 분명 운동이 어려움은 겪고 있다. 아까 얘기한 네 가지 의제와 관련한 위기는 주체가 대안을 못 내놓기 때문이 아니라 지배계급이 겪는 위기를 표현한 것이다. 나는 그 네가지 위기의 책임을 사회운동이 져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위기의 핵심주체는 지배세력이다. 주체의 위기와 ‘사회운동을 호명하는 사람들의 위기’를 구분해야 한다.

△조희연: 정책, 동력, 지도력, 주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위기론을 거론했다. 운동의 동력이 넓어지는데 운동이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었고 운동의 저변이 약해지고 있다는 관점도 있다. 이른바 위기적 상황에 대해 시민운동, 민중운동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각 부문별로 느끼는 위기의 원인에 대해 말해보자.

△유영주: 내가 바라보는 위기는 ‘주체의 위기’라는 측면과 ‘누가 호명하는가’를 전제로 한다. 사실 87년 이후 사회운동이 동원할 수 있는 의제는 대부분 동원했다. 2004년에는 4대 개혁입법이라는 법제도적 방식까지 동원했다. 상당 부분 실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관련한 우리사회의 위기에 의제를 동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체의 위기’라는 것이다. 민중운동은 분명 ‘주체의 위기’다. 신자유주의를 반대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하는데 그걸 극복하기 위한 담론은 매우 유치하다. 현실진단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시민운동에 대해 말한다면 나는 솔직히 시민운동이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태호: 비전 혹은 이념은 현실을 엮어 내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시민운동은 쟁점을 따라가다 보니 일에 치였고 종합적으로 성찰하는 데 게을렀다. 그건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모두 ‘컨텐츠’라는 면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보건 자유주의건 87년 이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꾸자 하는 구상들이 마무리되고 있는 지금 개혁의제 컨텐츠를 누가 제공하고 있는가. 내가 보기엔 잘 안나온다. 양극화반대, 노동유연성 반대라는 구호는 그 자체로는 컨텐츠로서 의미가 없다.

비정규직법안을 예로 들어보자. 사회운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종합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 일반의 책임이 있다. 과거 국가인권위법 제정을 보면 법안이 모자라느냐 남느냐는 중요 쟁점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걸 둘러싼 사회적 기획이다. 결국 운동의 위기는 기획 부족에서 나온다.

△유영주: 솔직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사회적 의제설정에 게을렀다고 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가. 활동을 게을리 하는 건 아니다. 새롭게 제기되는 쟁점에 대해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비정규직법안 문제에서 핵심은 노동유연화이다. 나는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은 법안을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라고 본다. 비정규직법안이 나오지 않도록 비정규직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우리 대안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몇몇 시민사회단체들의 절충안은 비정규직 입장에선 노동유연화를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태호: 이념은 현실과 만나야 비전이 된다.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일감을 찾느냐. 참여연대는 그걸 찾아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게을렀다는 것은 그걸 엮어내는 전체적인 논의, 그리고 다같이 논의하는 것에서 부족했다는 것이다. 고민들을 통합적인 사회적 대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개혁세력도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그건 순기능이다. 분화를 모아내는 게 중요하다.

△조희연: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공간에서 어느 수준에서 타협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본다.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극복으로만 환원할 수는 없는 지점이 있다.

△김어진: 쟁점을 종합적으로 엮지 못했다는 것과 컨텐츠 부족을 지적한 이태호 실장 말에 동의는 않지만 이해는 한다. 컨텐츠가 부족하다고 말하는데 과연 어떤 컨텐츠냐고 물어보고 싶다. 세계사회포럼을 봐도 쟁점이 너무 많다. 그런 운동들을 어떻게 엮어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풍성하게 할 것인가, 어떤 힘을 모으고 어떻게 연결망을 구축할 것인가에서 시민운동이 미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시급하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 반대’를 통한 방식이어야 한다. 비정규직에 관해서는 근본적 입장이 가장 구체적인 입장이다.

민중운동, 시민운동 구별짓기는 허상

△이원재: 노골적으로 말하면 ‘전략 부족’이 아니라 ‘전략에 대한 소통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략은 다를 수 있지만 소통이 안되니까 역할 분담이 안 되는 것이다. 거기서 불신이 싹트고 첨예한 쟁점에 대해 운동 진영 차원에서 이해수준이 낮아진다. 거기서 위기가 싹튼다. 분화가 문제가 아니라 배타성이 문제다. 운동주체들 간에도 논쟁이 없다. 그러니까 사회적 비전이나 대안이 안 나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민·민중운동 분류는 아무런 실체가 없다. 한국에 도대체 근본주의자가 얼마나 있느냐. 민중·시민운동 모두 제도개혁운동을 한다. 그 중에서도 민중운동이 가장 많이 한다.

△유영주: 소통부재는 정확한 지적이다. 시민·민중운동 구분이 옛 잣대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변명하자면 좌파가 대안없이 반○○ 식으로 환원론으로만 접근하는 건 아니다. 비정규직법안의 대안은 비정규직 입법을 안 하는 것이다. 기업도시법 독소조항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기업도시법 입법을 막는 게 대안이다. 좌파가 반대하는 건 환원론이 아니다. 컨텐츠에 대해 말한다면 기본 지형을 반자본으로 두는지 여부가 대단히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시민운동은 열심히 한다. 하지만 그건 과거 민주화 의제에서 열심히 할 뿐이다. 대안을 말하는 전제는 반자본의 지평을 넓히느냐 아니냐에 있다.

△이태호: 가장 중요한 제도개혁 싸움을 하는 건 민주노총이다. 이런 운동들을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맥락에서 접근하자고 하지만 제도개혁은 결국 개량이고 타협의 문제다. 오히려 시민운동의 위기는 이해관계자가 뚜렷한 상황에서 시민운동의 역할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통과해야 할 개량의 지점, 제도개혁의 지점이 있다. 앞으로 한동안 제도개혁 쟁점이 한국사회를 이끌 것이다. 민중운동은 이 문제에 대해 개량을 어떻게 현명하게 다룰 것인가라는 고민에 봉착할 것이다. 개량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비현실적이다. 시민운동은 여러 주제의 운동이다. 그 주제에서 민주주의를 급진화하고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법제도개선에만 신경쓴 면이 있었다. 양자가 그런 점에서 수렴해야 한다고 본다.

△조희연: 반자본주의 입장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당면의제를 개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주의를 급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게 내 입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개혁을 급진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제도개혁을 하지만 반제도적 급진적 정신도 있어야 한다.

△김어진: 대중투쟁을 활성화시키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딱히 없다. 정부를 협상테이블로 끌어어려면 대중투쟁을 해야 한다. '2중대‘ 표현까지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얻은 게 과연 무엇인가도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위기, 우리가 개량을 위한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도 상당히 급진적인 방식을 동원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이원재: 제도개혁운동의 제도화, 이권화 경향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필요하다. 주체가 제도화되는 것과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을 혼동해선 안 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못하는 것이 문제고 주체의 실행능력이 빈곤한 것이 문제다. 다른 측면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은 실체화가 필요하다. 반세계화운동집회·시위를 빼고 일상적인 차원에서 운동을 했는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실천이 없는 상징투쟁은 위험하다. 반자본주의 운동이 대안은 맞지만 그게 필요한 것은 일상적 삶 속에서 이뤄지는 공공성 투쟁이어야 한다. 그게 안되면 실패할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는 내부에 진보를 재구성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과 권력감시 역할을 더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사회운동에서도 두 가지 축이 있다고 본다. 분화전문화라는 욕망과 아직 해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대안을 만들자는 욕망. 이 두 욕망을 조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리=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2월 27일 오후 13시 4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8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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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언론,시민단체 제보자도 법적 보호해야&quot;

언론·시민단체 제보를 통한 공익제보자도 부패방지법상 보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지문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은 22일 (사)언론인권센터 창립 4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국가기관에 실명으로 제보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하고 국가청렴위원회 역할과 부패방지법에 대해 제대로 홍보가 안돼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언론이나 시민단체에 제보하는 것도 보호해주는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언론인권센터 4주년 기념 토론회가 지난 22일 서울 프란체스코회관에서 열렸다. 사진 맨 왼쪽이 이지문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이다.
강국진기자 

언론인권센터 4주년 기념 토론회가 지난 22일 서울 프란체스코회관에서 열렸다. 사진 맨 왼쪽이 이지문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이다.


현직 육군 중위였던 지난 1992년 군부재자투표부정을 시민단체 기자회견 형식으로 내부고발했던 이 연구원은 “언론기관과 시민단체가 대리인 역할로서 국가청렴위원회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상 신고기관에 제보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며 언론이 보도한 기사 자체를 하나의 신고로 해석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언론관계법령에서는 취재원 보호에 관한 명백한 규정이 없고 현행 부패방지법에서도 언론을 통한 제보의 경우 법적 보호 자체가 불가능하다. 부패방지법이 규정한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국가청렴위원회, 소속기관 혹은 감독기관에 실명으로 신고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언론·시민단체 제보를 통한 내부고발은 전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문옥 감사관(1990), 조주형 대령(2002), 현준희 감사원 주사(2002), 황우석 사건 제보(2005), 서울경찰청 구내매점 불법 카드깡 보도(2005) 등에서 보듯 언론이나 시민단체를 통한 공익제보는 공익제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부패방지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참여연대가 1996년 내놓은 부패방지법(안), 1996년 국민회의 부패방지법(안), 1998년 국민회의 부패방지기본안, 2000년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부패방지법(안), 2004년 참여연대 개정청원안 등에서 언론제보를 통한 내부고발을 법적보호 대상으로 규정했다.

언론제보를 법적으로 보호하자는 주장을 반대하는 논거 가운데 하나는 현재 내부고발자보호법을 제정하고 있는 미국, 영국,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외국의 내부고발자보호법에서 언론매체 고발을 보호하는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내부고발자보호법을 제도적으로 가장 잘 갖춘 미국도 유타주와 캔터키주는 언론공개도 보호를 명시하고 있으며 ‘누구에게나’라는 표현을 통해 언론공개도 보호받을 수 있는 곳도 10개 주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이 연구원은 이에 덧붙여 ‘일부 언론의 행태’를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황우석 사건 제보자의 경우 일부 보수언론은 마치 제보자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몰아갔다”며 “그들 언론 역시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제보접수를 요청하고 이들의 기사 상당수가 제보를 통한다는 현실에서 언론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보자 규명 주장을 되풀이 했던 한 보수 신문은 황우석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자마자 지난 1월초 내부고발자 보호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내는 몰염치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보에 대한 이중성과 지엽적인 문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함으로써 결국 국민들에게 고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조장하는 것에 대해 언론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2월 22일 오후 17시 4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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