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특집] 강간, 자본주의, 가부장제 그리고 국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린이, 여성, 게이와 레즈비언들은 매일 강간과 젠더 폭력의 대상이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근 발생한 두 개의 사건은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주목하게 해 주면서 전 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한 사건은 갱단에 의해 강간을 당하고 신체가 훼손된 17세의 아넨 부이센 Anene Booysen에 대한 잔혹한 살인 사건이다. 또 하나는 이로부터 한 주쯤 후에 벌어진 일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Oscar Pistorius가 그의 애인 리바 스틴캠프 Reeva Steenkamp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같은 기간 동안 위의 두 사건 못지않게 끔찍한, 노년층 여성들을 포함한 수많은 여성들에 대한 폭력적인 사건들이 벌어졌지만, 신문이나 TV의 주요 기사로는 절대 다루어지지 않았다. 일례로 이런 사건들이다.

 

-버튼워스 Buttenworth의 조이웨니 Jojweni 마을에서 시력이 안 좋은 110세 할머니를 그녀의 진흙집에서 강간한 사건

-피터마티즈버그 Pietermaritzburg 외곽의 부린델라 Vulindela 지역에 있는 크와딘디 KwaDindi에서 23세의 남성이 91세의 할머니를 강간한 사건

-응와마크웨 Nqgamakhwe의 시링사 Xilinxa 마을에서 온 82세의 할머니 강간 사건

-마히켕 Mahikeng에서 온 33세 남성이 98세 할머니를 강간, 살해한 사건

-그리고 이스턴 케이프 Eastern Cape의 두티와 Dutywa에서 온 20세 남성이 부분적으로 청력이 손상되고 시력도 좋지 않은 69세 할머니를 강간한 사건

 

불행하게도, 이런 이야기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의학연구심의회의 통계에 의하면 전국에서 매일 3천 6백 건에 달하는 강간이 발생하며 이는 전 세계서 가장 높은 수치의 비율에 해당한다고 한다.

 

 

미디어의 편향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주로 빈곤한 지역이나 지방에서, 또는 흑인 노동자 커뮤니티에서 많은 강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은 언론의 헤드라인에 전혀 오르지 못한다. 가난과 억압은, 곧 지역민들이나 가난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자주 주류 언론으로부터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언론들은 인종 차별적이고, 계급적이며 도시 중심적인 편향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스틴캠프 Steenkamp의 살인자가 (부유한 백인 개인들과 그래서 뉴스가치가 있어 보이는 이들에 대한) 매스컴의 관심을 받는 반면, 외딴 지역 마을의 나이 든 흑인 여성들에 대한 엄청난 수의 강간과 살인 사건들은 기록되지 않은 사건들로 남은 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노동 계급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법제도

 

 

가난한 여성들과 지방에 사는 여성들이 너무 자주 직면하게 되는 강간과 가정폭력에 대해  국가와 사법제도가 보이는 반응은 언제나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최근 가정폭력을 신고하러 갔다가 비에르다부르크 Wierdabrug 경찰서의 경찰에 의해 강간을 당했다고 제기한 한 여성의 사건은, 이미 병들어 있고 여성 혐오적이며 가부장적인 사법제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강간의 재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시민들, 특히 아이들과 여성들을 잔혹함과 가난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무죄를 선고받은 주마 Jacob Gedleyihlekisa Zuma 대통령 자신의 강간 재판 자체가, 현재의 사법제도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고, 선택적이며, 여성혐오적인 지를 보여주고 있다. 판사는 주마의 변호팀이 반대심문 과정에서 원고의 성적인 개인사를 드러내는 것을 허용했다. 그녀가 5세, 13세, 14세에 어떻게 강간을 당했는지에 대해 원고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내용이 증거로 포함되었다. 이런 일들은 강간 생존자들이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엘리트 선호적인 사법제도 안에서 직면해야 하는 여러 어려움들 중의 일부에 불과하다.

 

 

젠더폭력과 빈곤

 

폭력에 맞서는 사람은 누구나 계급, 인종 그리고 젠더의 경험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통계적으로 흑인 노동자 계급, 특히 여성들은 폭력에 의한 영항을 가장 많이 받는다. 불행한 것은 이것이 단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악명 높은 폭력과 독재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식민주의, 분리주의, 그리고 아파르트헤이트의 기간 동안, 흑인 여성들은 국가에 의한 폭력을 포함해 자주 폭력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일들이 국가에 의해 시골의 빈곤한 흑인자치구역에서 강압적으로 저질러졌다. 심지어 아파르트헤이트가 공식적으로 종식된 지 20년이 지날 때까지도, 구조적인 폭력과 통제는 가난한 여성들 다수에게 일상적인 일이었다.

 

특히 시골 공동체에 사는 노동 계급 여성들의 삶과 노동 현실은 1994년 이후에서야 간신히 진전되어왔다. 대부분의 시골 여성들은 강이나 숲에서 물과 나무를 구하기 위해 수 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대부분의 시골 가정들은 여전히 진흙집이나 란다블 또는 부실하게 지어진 RDP 주택에서 살고 있다. 2백 3십만 가구 정도로 추정되는 주택 재고가 있는 나라에서, 현재의 주택 접근 수준은 국가적인 역사의 불평등을 반영하는 현실로 계속되고 있다. 진흙집과 RDP 주택의 질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을 절도와 홍수, 화재에 더욱 주기적으로 노출되게 만들고 있다. 잘 지어진 공식적인 주택을 지니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개인적인 안전의 문제나 가로등, 식수, 하수시설과 위생시설의 문제들은 여성들의 삶을 위협한다. 이런 서비스들이 제공된다면, 특히 시골과 비공식적인 주거지에 있는 여성들은 폭력적인 범죄에 덜 노출될 수 있을 것이다.

 

 

Polokwane 이후의 무(無)변화

 

주마 정권 하에서, 폴로콰네 회의 이후, ANC는 어떠한 급진적인 정책 변화도 겪지 않았다. 노동계급 다수에게는 경제적인 혜택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ANC 지도부는 그들 자신만을 위한 부와 권력을 축적하는 한편, 이윤을 위해 다국적 기업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해왔다. 고용을 창출하고, 적합한 주택을 건설하거나 신자유주의적 체제를 벗어나 지역 발전 전략을 채택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의미 있는 시도는 전혀 없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신자유주의와 민영화, 상업화는 여느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열악해지는 노동 환경과 악화되는 공공 서비스가 실업과 연계되는 데에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마약/인신매매, 범죄의 증가와 노동계급 커뮤니티 내에서의 소외의식과 절망감의 증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어 왔다.

 

결론

 

많은 여성들에게 강요되고 강제되는 성관계는, 가난이나 낮은 교육 수준, 부족한 취업 기회, 적절하지 못한 공공 주택과 충분한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과 같은 근본적인 맥락에서 또 다른 HIV 위험 요인으로써 작용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강간과 폭력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한 부분이며, 시민사회나 미디어, 국가 그리고 특히 여성운동에 의해 활발하게 변화되지 못한 채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이 유행처럼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희생자들의 장례에 참석하는 철야시위나 소송 사건들은 현 상황에 대한 변화를 필수적인 목표로 하지 않는 한 때의 반응에 불과하다. 안드리에스 타타네 Andries Tatane의 사망을 계기로 벌어진 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과 광부, 농장 노동자들의 투쟁 증가는 극심한 가난과 불평등에 의해 야기된 일상적인 부정의에 대한 가난한 이들의 절망적인 투쟁이다. 이는 또한 억압과 가부장제, 가난,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불평등한 폭력이 벌어지는 원인의 근본적인 맥락 속에 있는 것이며, 따라서 활동가들은 여성에 대한 강간과 폭력에 맞선 투쟁에서 반자본주의적 입장 또한 견지해야 할 것이다.

 

 

 

 

 

본문 PDF파일 다운받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