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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지역과 원자력발전의 관계, 후쿠시마에서 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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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현의 지역성

 

 

저는 후쿠시마 현 이와키 시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지금도 부모 형제, 친척, 친구, 지인 등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오염과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불안을 안고 후쿠시마 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현은 도쿄의 6배 정도의 광대한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우 산맥과 아부 쿠마 산맥의 두 산맥이 일정한 간격으로 현의 남북을 잇고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현은 이 산맥들에 의해 3지역(하마 도리, 나카 도리, 아이즈 지방)으로 나뉘며 각각 기후도 문화도 풍토도 다릅니다. 내가 태어난 이와키시는 ‘하마 도오리’라고 불리는 바다를 따라 위치하고 있으며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동북 지방에서 일조 시간이 가장 길다는 매우 온화한 날씨의 지역입니다. 산맥 사이의 지역은 '나카 도오리’라고 해서, 현청 소재지의 후쿠시마 및 상업 도시인 고리야마 등이 있습니다. 후쿠시마의 재원을 충당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현의 서쪽은 ‘아이즈 지방’이라고 하며 아이즈 번의 무사 기질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원전 유치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었던 사건으로 많은 시민들이 생명을 잃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일본 내에서는 원폭과 방사능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마자 당시 정치인과 경단련[1], 미디어 등은 전후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며,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목으로 원전을 추진하고 원전 반대 운동을 탄압해 왔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원전 건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초에는 수도권의 전력은 자력으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의한 원전 입지에 대한 검토와 연구가 있었지만, 수도권에는 이미 많은 시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원전 입지는 포기되고 대신 수도권에 비교적 가까운 후쿠시마 현 하마 도리가 입지로 고려되었습니다.

당시 수도권 이외의 많은 지역은 경제 개발에 뒤쳐져 있었고, 또 수도권의 산업 발전을 위해 지방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청소년을 수도권에 집단으로 취직시키는 등, 인력·물류·자본은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였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현 후타바 군에 원전 입지를 적극 유치한 것은 후쿠시마 현의 국회의원과 후타바 군 출신의 당시 도쿄 전력 부사장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원전의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모이는 수도권의 건설은 기각되었습니다.

원전이 들어선 곳은 우뚝 솟은 30미터의 절벽이 바다와 접해 있는 해안지역입니다. 원래는 육군이 소유한 비행장이 있었던 땅을 전쟁이 끝난 후 한 기업이 싸게 사들였고, 그것을 다시 도쿄 전력에 높은 가격에 판매해 기업의 재정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현재의 세이부그룹[2]입니다.

 

 

반대 운동의 성립과 쇠퇴

 

 

첫 번째 원전을 유치할 때는, 주민에게 정보를 알리지 않고 1호기를 건설했습니다. 그 뒤에 학교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주민들은 2기 이상의 증설을 막기 위하여 원전 반대의 기조를 가진 촌장[3]을 당선 시켰습니다. 그러나 촌장도 당선 후 원전 유치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 유치 지역인 후타바 마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 자치 단체의 재정은 원전 유치 보조금 등의 보조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또한 반대 운동이 강해질수록 국가 보조금은 커져왔습니다.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반대 운동 자체가 원전을 추진하는 사람의 배를 불리는 것에 점차 의욕을 잃게 되었고, 환경운동과 원전 반대 운동은 점점 힘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항상 일본 정부와 기업은 보조금과 권력 지자체의 지배를 통해 주민 조직을 분단 시켜 왔습니다.

 

 

도시와 지방 의 격차

 

 

수도권의 경제 발전을 위해 희생 되는 것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입니다. 원전뿐만 아니라 일본 내 미군 기지의 약 70 % 가 위치한 오키나와, 원전의 핵주기시설[4]이 집중되어 있는 아오모리의 시모키타 반도등, 이런 현실이 일본의 지역 격차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모두가 혐오시설[5]이기 때문에, 나라는 거액의 보조금을 지자체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보조금으로 건설한 호화로운 시설의 유지 관리, 주민에게 과도한 복지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지방 자치 단체의 재원만으로는 한계입니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알면서도 혐오시설을 또다시 유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립니다. 이 구조 자체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후쿠시마 

 

 

2011년 3월 11일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고, 일본 전체가 큰 슬픔에 휩싸였습니다. 후쿠시마 현에서 현 외로 피난한 사람은 사고 후 스스로 피난한 주민들을 포함하여 15만 명. 원전사고 후 변한 생활로, 지진과 관련한 죽음은 이와테 현에서 45명, 미야기 현에서 17명인 것에 비해, 후쿠시마 현은 277명으로 크게 웃돕니다. 원전 관련 죽음은 적어도 1048명(2014년 3월 10일 기준)으로 최근 1년 동안 259명 늘어난 것입니다. 아직 아무런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숫자는 계속 늘어 갈 것입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전 사고와 방사능 오염의 영향을 축소시키려고, 안전하다고 선언하거나 (후쿠시마로) 돌아와도 좋다는 공표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 배경에는 체르노빌 사고 후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료나 정부 관계자들이 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주민에게 보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제 2의 우크라이나가 되지 않기 위하여, 귀환 지역을 늘려 보조금을 감축하는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후쿠시마 근처 현 직원의 목소리나 마을의 목소리는 국가의 관료들에게 점차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방사능 오염을 시끄럽게 말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방사능의 문제를 후쿠시마 현에 가둬버리려는 정부의 모습은 기업에 의한 환경오염에 대해 이제껏 보여준 모습과 같습니다.

 

 

시민 사회의 변화

 

 

그러나 3.11 이후 일본의 시민 사회는 조금씩 변화해 왔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국가에 순종했던 후쿠시마 현의 시민들이 도쿄 전력을 상대로 재판을 제기하고, 후쿠시마 인권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미래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사고 후 매주 금요일에 진행되는 총리 관저 앞의 시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 단체와 개인이 연대하기 시작하고, 어린이 피해자 지원법[6]의 제정은 지방의원들의 네트워크 조직이 제언하고, 탈 원전모임들의 연대도 시작되었습니다. 기업도 적극적으로 자연에너지로의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도 시민과 기업 협동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립·실천하고 있습니다. 아베 정권의 불온한 분위기 안에서도, 일본의 자유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정부·재계의 거대한 권력과 싸워 나갈 것입니다.

 

 

 

 

 

 

 

 


[1] 경제 단체 연합회, 1946년 설립, 각종 경제 단체의 연락기관으로 재계의견을 조정하여 정부, 국회등에 건의하는 기구

[2] 세이부그룹(西武グループ) 부동산투자를 주로 하여 철도, 택배, 골프장, 스키장, 백화점, 야구단 등을 소유한 거대기업. 9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부유한 회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나 비리와 일명 ‘황제경영’으로 2006년 상장폐지 이후 규모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3] 정장. 우리나라의 읍에 해당하는 지방자치 구역을 정이라고 한다.

[4] 핵연료 사용 후 재처리를 위한 시설

[5] 원문에서는 迷惑施設로 표기되어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시설이라는 뜻이다.

[6] 도쿄 전력 원자력 사고로 피해를 입은 어린이를 비롯한 주민 등의 생활을 보호 지원하기 위한 피해자 생활 지원 등에 관한 시책의 추진에 관한 법률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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