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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민들을 속이고 핵발전에 빠져버린 2차 에너지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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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갖고 끝나버린 민관합동워킹그룹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2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관합동워킹그룹에 참여했던 어느 전문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 민관합동워킹그룹의 의미를 “이제 에너지문제가 복잡해져서 소수의 엘리트들이 작성해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한 어쩔 수 없는 결과물로 설명하였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고자 했던 것보다는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해당사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소수의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모여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기엔 많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거버넌스(협치)란 이럴 때 나오는 것이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참여시켜 의견을 조율하고 최선의 합일점을 찾아가는 노력. 이는 시민사회가 그동안 요구해왔던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2008년 각계 인사들이 3~4차례 회의만 하고 끝난 것에 비해 2013년의 시도는 분명 진일보한 것이었다. 하지만 5개월 동안 60여명의 정부, 시민단체, 학계, 산업계 인사들이 참여한 민관합동워킹그룹은 짧은 논의기간과 회의록조차 구비되지 않는 임의단체적 성격, 일반국민은 물론 심지어 국회에까지 내용을 비공개에 붙인 논의과정으로 인해 ‘단기적 이벤트’로서는 훌륭할지 몰라도 제대로 된 ‘거버넌스 모델’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문제는 핵발전 비중이 아니라 총량과 신규건설문제!

 

 

2차 에기본 민관합동워킹그룹의 한계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차 에기본의 가장 큰 성과로 일컬어지는 과거 41%였던 핵발전 비중을 29%로 낮춘 것 역시 초기엔 ‘탈핵정책의 시발점’과 같이 포장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거대한 ‘눈속임’에 불과했다. 현재 전력소비보다 80%나 전력소비가 많은 상황을 가정하여, 현재 핵발전 비중 26%가 단 3%만 늘어나 29%가 되지만, 핵발전소의 용량은 2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에기본 초안이 발표되는 날 어느 기자가 칼럼을 통해 밝힌 것처럼 ‘에기본 마술쇼’에 국민모두가 빠져서 ‘정말 박근혜 정부가 탈핵을 하는 거야?’라고 반문하게 만든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전력소비가 거의 증가하지 않는 나라에서 핵발전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탈핵의 전조로서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하지만 2차 에기본에서 밝힌 것처럼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의 비중 감소는 말 그대로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탈핵은 전력소비를 줄이고 핵발전 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바꿔 말해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신규 핵발전소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은 채, 비중논의에만 빠져있는 탈핵논의는 ‘숫자놀음’에만 불과한 것이다.

 

 

분산형 전원과 수요관리 정책의 이면

 

 

한편 분산형전원과 에너지수요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이들 목표가 갖고 있는 원칙적 긍정성과 별도로 2차 에기본에서 담고 있는 이들 목표의 정의를 놓고 보면 많은 쟁점이 숨어 있다. 그간 환경진영이 주장하던 분산형 전원은 대규모 수요처 인근에 발전소를 건설하여 송배전망 건설을 줄이고, 지역별로 에너지자립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까지 동의하지 못할 이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2차 에기본에서는 그 예로 포항제철에 소비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포스코 에너지를 예로 들고 있다. 전력산업구조개편 논의를 조금이라도 심도 깊게 본 사람이라면, 대규모로 전력을 소비하는 대기업이 자신의 자회사를 만들어 전력시장과 가스시장 더 크게는 이미 민영화되어 있는 석유시장을 엮는 종합에너지그룹으로 탈바꿈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리고 첫 명목은 ‘자가발전’이었다. 최근 이들 기업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일부 발전공기업은 이들 발전소에 지분까지 투자하면서 민간발전사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안다면 이 분산형 전원이 애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이라는 점을 눈치 챌 것이다.

 

한편 수요관리방안 역시 효율향상과 자발적 감축 등 1990년대 환경단체가 말하던 수요관리 방안과 상당히 동떨어진 논의들도 있다. 작년과 올해 전력대란이 발생하면서 한쪽에선 ‘대기업 특혜’논란이 있었다. 전기 다소비 업체들의 수요관리를 명목으로 엄청난 금액의 ‘절전보조금’을 받아간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전력당국의 수요관리는 비용을 들이면 언제라도 줄일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런 보조금형식이 아니라, 주식거래처럼 전력수요감축을 전력거래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수요거래시장을 만들기 위한 계획도 추진 중에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일시적인 보조금형식이 아니라, 전력피크 시 전력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수요관리시장에 참여하는 곳들은 전력소비가 많은 대기업이거나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시장을 창출하려는 업체들이다.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하여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와 915 정전사태를 거치면서 에너지문제는 이제 우리사회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되었다. 후쿠시마에 지금도 방출되고 있는 방사성물질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져있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논의를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는 아직 미비하다. 수립과정부터 투명하고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에너지기본계획. 그것은 지금까지 소수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작성해온 계획 수립과정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관심이 단기간의 관심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올해 진행되는 2차 에기본의 후속 계획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향후 3차, 4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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