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특집] '이데올로기적 성장치'로서의 한국의 보수 개신교와 정치적 기반을 통해 본 혐오의 프로파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데올로기적 성장치’로서의 한국의 보수 개신교와 정치적 기반을 통해 본 

혐오의 프로파간다

 

_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 팀장

 

 

장면 1.
2015년 3월 6일, “헌재가 인정한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매매 합법화의 근거이기도 하다”라는 제목의 전면 의견광고가 동아일보에 게재되었다. 이 광고에서 서술하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시킨 헌법재판소가 유럽의 신마르크스주의는 인정하는가?”라는 부제를 주목해볼만 하다. 이들은 이 광고에서 <성정치>를 서술한 빌헬름 라이히를 언급하며 ‘성해방’, ‘성정치’, ‘성평등’이 유럽 마르크스주의의 소산이라고 주장한다. 근래에 보수-개신교 계열의 혐오세력으로 가장 전면에서 프로파간다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블로그에서는 이러한 맥락의 글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이들의 의견광고가 과거 동성애 관련 내용에 집중되어 있던 데 반해 최근에는 이주민 관련법이나 다른 성윤리에 관한 내용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경향을 주목해보게 된다. 

 

장면 2.
지난 해 대한민국 개신교 신자들을 멘붕에 빠뜨렸던 화제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홍혜선 전도사다. 그녀는 수많은 교회들의 초청을 받아 설교 강연을 다니며 자신이 보았다는 천국과 지옥을 묘사하면서 2014년 12월 14일에 한국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예언을 했다. 제2 롯데월드 지하를 비롯하여, 이미 서울 시내 곳곳에 엄청나게 많은 땅굴이 있고 청와대와 종로가 제일 먼저 공격을 당할 것이라는 등의 언사로 결국 수많은 이들을 태국 등지로 피난가게 만들었던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또 한 가지 유명한 강연 영상이 있다. “자위행위 지옥간다”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지금도 유튜브에 게시되어 있는 이 영상에서 그녀는 ‘여성은 낙태해서 지옥에 가고, 남성은 자위를 해서 지옥에 간다’는 내용의 설교를 한다. 낙태는 여성이 지옥가는 죄이고, 자위는 남성이 지옥가는 죄인데 결국 자위나 체외수정 등으로 생명인 정자를 함부로 버리게 하는 남자들의 죄는 여성들이 남성들의 욕구를 받아주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 이 설교의 중요한 맥락이다. 여기에 더해 성적 상징으로 가득찬 지옥에서의 형벌 묘사와 성경 구절 인용을 들으며 청중들은 “아멘”을 읊조린다. 홍혜선 전도사의 전쟁 예언으로 교인들 사이에 혼돈이 발생하고 일부는 피난을 가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하자 뒤늦게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그녀를 이단 내지는 ‘제 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하며 선 긋기에 바빴지만, 사실 결정적인 아이러니는 그녀의 설교 내용이 이미 기존 보수 개신교 교회에서의 설교 내용과 맥락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나 빨갱이, 공산주의자들을 ‘사탄’, ‘마귀’로 묘사한다거나 ‘언제 북한이 쳐들어올지 모른다’, ‘미군이 떠나면 한반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와 불안을 조장하며 이를 선교와 교세 확장의 기반으로 삼았던 보수 개신교의 논리, 한국 사회의 이성애 중심주의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며 순결운동과 성윤리 운동을 했던 논리들이 그녀의 설교 안에 다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다. 

 

장면 3.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신도들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리퍼트 대사님 힘내세요”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부채춤을 추고 엄마부대봉사단 회원들은 신촌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입원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의 쾌차를 기원하는 피켓과 꽃다발을 들고 그를 응원했다. 
그런데 이 사진들을 보며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들의 복장이었다. 부채춤을 추고 난타 공연을 하는 이들의 복장이 묘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켰는데, 알고 보니 그들이 지난 2014년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반대하러 나와서 광화문에서 하늘하늘한 한복을 입고 춤을 추던 이들과 동일한 소속의 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엄마부대 봉사단이야 말할 것도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근래 5년여 간 눈에 띄게 활발해진 보수-개신교 조직들의 공격적인 선전 활동과 행동이 도대체 어떤 동기에서 시작되었으며,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초기에는 그저 일부 극단적인 개신교 신자들의 행위로만 보고 그들의 비상식적인 논리와 막말을 비웃을 뿐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이들의 혐오 선전과 행동은 더욱 극단적인 방식으로 치닫고 있으며, 극우/보수 단체들과 보수 개신교 조직들의 연대와 연합 또한 점점 긴밀해지고 있다. 이에, 한편에서는 이들의 동기와 목적, 관계망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자료들 역시 계속 나오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맥락을 검토해볼 수 있다. 


하나는 가장 기본적인 동기 분석으로,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시작된 종교적 입장과 신도들의 감정적 동기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로 대표되는 동성애와 성적 타락으로 인한 멸망의 두려움이 교회와 신도들을 적극적으로 길 위에 나서도록 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부여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은 성경의 해석을 달리하는 입장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논쟁하면서, 종교적 두려움과 사명감을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의 분석과 연결되는 것으로, 근래의 사회적 변화로 인한 가치관과 문화가 보수 개신교계가 담지하고 있는 종교적 혹은 종교 윤리적 가치관과 충돌하는 지점을 보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진전된 동성결혼 합법화, 동성 파트너십의 제도적 인정 추세는 보수적 가족가치와 저출산·고령화 시대 위기담론과 맞물리며 보수 개신교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고 본다. 


세 번째는 한국 개신교의 위기 대응 차원에서 그 동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90년대 이후 대형 교회들의 비리와 세습, 목사들의 성추행 등 사회적 범죄 행각이 드러나고 교회의 무리한 확장과 난립, 무리한 선교활동 등으로 비난과 위기에 처하자,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교회 위기와 사회적 위기의 원인을 돌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수 개신교는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가 아닌, 사회의 윤리와 질서를 지키고 혼란으로부터 세상을 구제할 담지자로 나서게 된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모든 맥락들을 바탕으로 이들이 사회적 불안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극심한 경쟁과 양극화, 파편화된 관계, 아무리 갚아도 쌓이는 빚과 불안정한 고용, 치솟는 물가, 전 세계적 경제 불황과 전쟁 소식 등으로 만성적인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근래에 새로운 시민적 주체로 가시화된 이들을 향해 혐오의 화살을 돌리도록 함으로써 보수-개신교가 차지해 온 기득권과 가부장적 기반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혐오세력, 그 중에서도 특히 보수 개신교를 기반으로 한 혐오세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중 한 가지의 원인만 분석해서는 적절한 대응의 방향을 찾기가 어렵다. 이 모든 맥락들이 한 데 뒤섞여 다양한 동기로 작동하고 있고, 심지어 교단이나 세력 지형 등에 따라 각기 복잡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주의해서 보아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이 모든 맥락들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보수 개신교가 단지 종교적이거나 문화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존재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한 가운데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져온 정치적 존재라는 점이다. 한국의 개신교 복음주의 보수 세력은 일제시대와 미군정기,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정부수립, 한국전쟁과 근대화 등의 과정에 한 몸처럼 붙어있었던 존재로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무엇보다 이들은 정·재계 뿐만 아니라 학교, 사회복지, 의료재단 등을 운영하거나 위탁운영 등을 맡고 정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윤리를 단속하고, 체제에 따른 사회적, 성적 규범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이들이 그간 한국 현대사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관계와 변화들 속에서 실질적으로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현재 이들이 행하고 있는 혐오와 그 근저에 있는 맥락이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향후 어떤 정치·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보수 개신교의 이러한 위치와 성격을 한국의 성체계를 유지하는 ‘이데올로기적 성장치’로 간주하고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데올로기적 성장치’로서의 한국 보수 개신교의 역사와 영향

 

‘이데올로기적 성장치’라는 개념은 고정갑희의 성이론과 알튀세르의 국가장치 개념에서 가져온 것이다. 고정갑희는 자신의 저서 <성이론>에서 성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 규정으로 ‘가부장체제’를 제시하고, 이를 이론화하기 위해 먼저 성체계의 이론화를 시도한다. 고정갑희가 제시한 이론에 따르면 ‘성체계’는 체제를 유지하는 토대인 ‘성관계’, 성관계를 유지하는 노동으로서의 ‘성노동’, 그리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물질적/이데올로기적 장치인 ‘성장치’로 구성된다.1 현재는 이 모두가 가부장적 성관계, 성노동, 성장치로서 작동하고 있지만 비가부장적 혹은 반가부장적인 내용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 중에서 ‘성장치’는 알튀세르가 제시했던 국가장치의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성적 위계와 억압의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들을 의미한다. 성장치는 여성/남성 과 다양한 성적 주체들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데 동원되며, 체제의 국면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는데 이를 작동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것들로 신체, 서사, 시장, 국가, 가족, 교육, 종교, 미디어 등이 있다.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 중에서도 체제 유지의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기반으로 작동하는 ‘종교’, 특히 한국의 보수 개신교에 관한 것이다. 즉,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어떻게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적 가부장체제를 유지하는 ‘성장치’로서 기반을 다지고, 역사적 국면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그리고 지금 이들이 주도하고 있는 혐오의 조직화는 이들이 구축해 온 성장치로서의 기반과 체제 유지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를 파악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 내용은 매우 방대할 것이기 때문에 이 짧고 부족한 글에서 모두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기초적인 수준에서나마 그 배경과 맥락을 살펴보고자 한다. 

 

○ 미군정기와 이승만 정부-한국 보수 개신교의 특혜적 기반과 정체성 형성기

 

한국의 개신교는 해방 이후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에 의해 압축적인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소련과 사회주의 세력을 견제하고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확고히 해야 했던 미국의 필요성과, 해방 이후의 혼란한 정국에서 자신의 취약한 정통성을 개신교 기반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이승만 정부의 필요성이 만나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엄청난 후원과 특혜를 받았다. 게다가 일제 시대에 탄압을 받고 해방 정국에서 공산/사회주의 계열과 싸우며 남쪽으로 내려온 개신교인들은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의 정당성을 확보해줄 수 있는 최적의 종교집단이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한국의 개신교 지도자들은 소련을 세계적화 야욕을 지닌 ‘제국주의 세력’으로, 남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을 소련제국주의의 하수인인 ‘반민족세력’으로 낙인찍고, 자신들을 이들에 대항하는 ‘민족진영’ 혹은 ‘자유진영’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신들의 정당성과 기반을 확보해갔다.2


해방 이후 미군정은 한국에서 활동해 온 미국 선교사들을 주요 공직에 발탁하면서 이들과 친분이 있는 한국인 개신교 신자들을 대대적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일본이 소유했던 재산을 불하하는 과정에서 압도적인 특혜를 받아 일본 종교 단체들이 남기고 간 자리에 100개가 넘는 개신교 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다. 한경직 목사가 세운 영락교회도 이 때 서울에서 가장 큰 천리교 포교당 자리를 불하받아 세워진 것이다. 한편, 이승만은 제헌의회를 기도로 시작하고, 한국기독교연합회(KNCC)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요일로 예정되어 있던 첫 제헌의회 선거일을 월요일로 연기하였으며, 국영방송에서 선교를 할 수 있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첫 민간방송으로 기독교 방송 CBS를 인가했다. 군목, 형목, 경목제도를 도입해 군대와 형무소, 경찰에서 특혜적으로 선교 사업을 할 수 있게 하였고,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했다. 또한 개신교는 건국 과정에서 중요한 교육 정책과 행정에 밀접하게 참여하면서 수많은 교육기관들을 운영했으며, 해외 원조의 배분권을 쥐고 사회복지 기반을 장악했다.3 결국 현재까지도 한국의 보수 개신교계가 군대와 경찰, 정치권, 언론, 의료, 사회복지, 교육기관 등 정치·사회 영역 전반에서 특권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거의 대부분 이 당시에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시기의 이러한 특혜적 기반이 곧 현재 한국 보수 개신교의 중요한 이데올로기 기반이자 자기 정체성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예수교 나라’로 세우고자 했으며 제헌의회가 목사의 기도로 시작되었고 해방 이후 개신교가 공산세력과 싸우면서 동시에 중요한 정치·사회 각 분야에서 건국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일련의 역사 인식은, 이 모든 역사적 과정이 ‘하나님이 선택하신 민족’이기에 가능했다는 ‘선민의식’의 토대가 된다.4 중요한 점은 바로 이 선민의식이, 보수 개신교의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한국사회가 움직여야 하며, 따라서 그들이 사회 전반에 영향력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합리화하면서 신도들에게 그에 대한 사명감을 부여하는 기제로 적극 활용된다는 사실이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이는 ‘주권운동’ 혹은 ‘신사도 운동’ 계열의 개신교 집단들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한편 이 시기에 공창 폐지와 첩을 둔 자의 공무원 자격 제한, 음주 및 흡연 제한, 아편 제한 등을 요구하고 이를 미신타파 운동과 함께 ‘신생활운동’으로서 전개한 한국 개신교의 시도5는 낙인과 배제를 통해 자신의 기반을 다지면서 사회 윤리의 담지자이자 통제자 역할을 자임하는 이들의 ‘이데올로기적 성장치’로서의 초기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 박정희 정부-친미와 반공/반북, 근대화의 이데올로그이자 성 윤리 단속의 주체 
 


박정희 시대 보수 개신교는 이전 시대에 형성된 물적, 정치·사회적 기반과 반공, 건국 선민사상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군사 독재 정권에 부응하는 이데올로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박정희 정권은 초기에는 4.19 혁명 등 이승만 정권과 개신교에 대한 적대감을 의식해 미션스쿨에서의 종교교육을 규제하고, 일요일 국가행사를 부활시키는 등 개신교를 규제했으나 다시 정권의 필요성을 위해 보수 개신교계의 영향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쿠테타로 정권을 잡아 정치적 정당성이 취약하고, 미국과의 관계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수 개신교는 반공/반북, 친미의 적극적인 이데올로그로서 이 필요성에 충실히 기여했다. 한국기독교협의회는 5.16 쿠테타 직후 “금번 5.16 군사혁명은 조국을 공산 침략에서 구출하고 부정과 부패로 기울어가는 조국을 재건하기 위한 부득이한 처사였다”는 내용의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10월 유신과 긴급조치 발령으로 민주인사들이 탄압을 받던 시기에 구국기도회 등을 열어 사회 분위기를 반공으로 몰아갔으며, 베트남 파병도 적극 지지했다. 한경직, 김장환 목사는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민간 사절로서 미국에서 순회 강연과 방송 출연 등에 나서기도 했다. 베트남 파병, 3선 개헌 지지, 주한미군 철수 반대 등에 반공을 근거로 내세우며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던 박정희 정권은 이러한 개신교의 반공 관련 활동을 적극적인 체제 유지의 도구로 활용했다.6 


특히, 베트남 파병 이후 창설되었다는 ‘구국십자군’은 이 당시 보수 개신교가 어느 정도까지 종교적 이데올로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을 뒷받침해 주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멸공대, 기동대, 전도대 등의 구성, 발대식에서 ‘순교적 신앙으로 총궐기하여 기독교의 선과 미로써 조국의 성업에 총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는 사실 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보수 개신교의 강력한 반공/반북, 친미/애국 사명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확인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서북청년단 재건위’ 등에 나서는 보수 개신교 인물들 역시 이와 같은 박정희 시대 보수 개신교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편, 이 시기 보수 개신교는 ‘새마을 운동’에도 적극 부응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갔다. 청교도주의와 근면 이데올로기는 새마을 운동을 기독교적 가치로 내면화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기제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이다. 조용기 목사는 박정희와 만난 자리에서 “새마음 운동을 벌이라”는 조언을 하면서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자는 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이다. 시골 마을마다 교회가 없는 곳이 없다. 교회가 새마음 운동의 중심이 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함으로써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순복음교회는 급격하게 성장한다. 1963년에는 재적교인이 3천 명을 넘어섰고, 1973년에는 1만 8천 명을 돌파했으며, 1972년부터 1981년까지 평균 9.3% 성장했다. 이 시기에 조용기 목사의 유명한 ‘3박자 구원론’도 나왔다. 신앙생활을 잘 하면 물질도 생기고 건강도 얻는다는 3박자 구원론, 소리지르고 울고 나뒹구는 영적 체험은 혹독한 시기를 견뎌야 했던 도시 영세민들에게 체제로부터 비롯된 고통을 종교적 체험으로 해소하면서 동시에 신앙과 근대화에서의 자기 역할에 충실히 임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7 


주지하다시피, 이 시기는 정부 주도의 압축적인 근대화와 함께 가족계획 정책, 성 윤리 단속으로 대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1975년 12월 18일자 경향신문은 ‘모자의 불행을 사전에 막는 것이라면 권장할 수 있다’고 응답한 개신교인이 70%에 달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가족계획사업이 국가정책으로 결정되었을 때 카톨릭은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에 반해 개신교는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는 미국 교회와 당시 미국 교회가 주도하고 있던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들은 1950년대부터 인구제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토의하면서 ‘자의적 가족계획과 책임적 부모의 원칙’을 내세우거나 가족계획 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1960년대부터 WCC에 많은 제3세계 교회들이 정식으로 참여하면서 WCC에서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이들을 방어하고, 제3세계 국가들의 물질적인 부의 창조를 위해 인구조절 계획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제시된 배경이 있다.

 

한국 개신교는 이들로부터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특히 당시에 공산주의 세력을 ‘사탄’, ‘적그리스도’와 동일시하던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북한의 공산주의 세력과 일본의 경제 정책 사이의 위기에서 한국을 하루빨리 살기 좋은 금수강산으로 만들어 하나님의 온전한 진리와 자유를 원수들에게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국 개신교의 최대 목표는 남한사회에 경제적인 부를 앞당기는 것이고, 이를 위해 가족계획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이들이 가족계획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이유였다.8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 보수 개신교는 근대화 시기 가족계획과 근대적 가족가치 모델을 종교적 가치로 내면화하고, ‘근로하는 아버지’와 ‘알뜰한 가정주부’를 중심으로 한 근대 가부장제의 가족상을 교회 규범이자 사회적 규범으로 확립하는 데에 일조해 나갔다. 

 

○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의 기반 변화와 위기감

 

그런데 이렇게 다져온 한국 보수 개신교의 기반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크게 타격을 받았다는 위기감이 현재 한국 보수 개신교가 공유하고 있는 기본 정서이다. 우선은 햇볕정책을 강조하는 김대중 정부의 등장으로 친미/반공을 위시로 성장해 온 보수 개신교의 기반부터가 대중적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연이어 교회와 목사의 비리 사건이 보도되고,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보수 개신교계는 이를 ‘친북 좌파 정권의 개신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때, 조갑제가 보수 우파 단체들과 보수 개신교계를 잇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조갑제닷컴’에 ‘전 인구의 약 30 퍼센트나 되는 잘 조직된 거대한 반공보루‘로서 개신교를 언급하고, 이후 2년간 <월간조선>을 통해 조용기, 김장환, 옥한흠, 김진홍, 길자연 등 대형교회 목사들을 인터뷰하는 등 보수 개신교와의 연대활동을 본격화했다. 뿐만 아니라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직접 방문하여 ’한국 교회가 반김대중, 반공산주의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2001년 7월 한 달 동안 ’기독교의 궐기:카인의 후예, 사탄의 제자 타도‘, ’하나님의 자리를 찬탈하려고 했던 김일성-김정일‘, ’기독교 뿌리에서 나온 이승만과 김일성의 차이‘등을 게재하면서 적극적으로 보수 개신교계의 역할을 선동했다.6 


이에 부응해 보수 개신교계는 수차례의 친미, 반공 집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거리에 나섰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을 비롯한 4대 개혁입법10 국면을 맞으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위시로 한 보수 개신교계는 본격적으로 광장에서 연일 대규모 집회를 열기에 이른다.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은 해방 이후 수백 개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수많은 학교법인을 쥐고 있었던 보수 개신교의 기반을 흔드는, 최대의 적으로 여겨졌다. 목사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해 삭발 투쟁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으며 의원 낙선운동까지 벌였다. 그리고 바로 이 때, 적극적으로 이들과 함께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에 나섰던 박근혜가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는 배경이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와 같은 당시의 흐름을 반드시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 때 형성된 네트워크와 정치적 경험이 이후 뉴라이트전국연합을 비롯한 각종 보수 네트워크에 보수 개신교가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이를 주도하는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민주당 계열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한 축으로, 이명박, 박근혜 등 뉴라이트, 보수 정권을 세우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인권의 제도화 정책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좌파적 음모’를 가지고 시작된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평등권이나 인권 보장과 관련된 법·제도의 주장은 이들 정부 당시에 유입된 ‘특혜 정책’으로 규정짓는 선동 방식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형성되었다. 현재까지 보수 개신교계에서 선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논리와 교회 위기 대응, 사회적 소수자들을 종북이나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집단으로 낙인찍고 혐오를 조장하는 주장들은 모두 이 당시에 형성된 보수 개신교 세력들과 그들의 활동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흐름 속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의 ‘차별금지법’ 제정 논란이 이후 보수 개신교계가 반 동성애 운동을 본격화하는 데에 결정적인 불씨를 당겼다.      

 

○ 한기총과 뉴라이트전국연합 그리고 이명박 정부 이후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투쟁을 벌이면서 한국의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뉴라이트 단체들과의 연합을 강화하면서 ‘뉴라이트 네트워크’, ‘한국기독교개혁운동’, ‘기독교 뉴라이트’, ‘기독교사회책임’ 등 보수 단체들을 연이어 결성하였고, 특히 한기총은 그 핵심 세력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후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인명진,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박영모,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추부길 등 개신교 목사들은 뉴라이트를 장악하면서 정치권에까지 진출했다.11


재밌는 점은 미국에서도 기독교 우파가 뉴라이트에 적극적으로 연합하게 된 계기가 카터 행정부의 사립학교 면세제도 폐지였다는 점이다. 결국 사립학교가 기독교 재단들의 재정적,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의 핵심 기반을 이루는 현실에서 미국과 한국의 자유주의 정부들이 이를 건드린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던 셈이다. 미국의 기독교 우파가 사회의 성적 타락을 명분으로 학교에서의 성교육 대신 채플 수업을 통한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피임, 낙태, 동성애 등을 적대시했던 것이나, 한국 보수 기독교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학교에서의 종교의 자유, 임신출산과 성적 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등에 동성애 공포 조장으로 맞서는 것, 전교조를 한국 교육의 절대적인 적으로 규정하는 방식 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기독교계 사립학교 재단에 대한 위협을 막아내기 위한 흐름으로 파악해 볼 수 있다.12 


한기총이 김진홍 목사를 위시로 하여 뉴라이트전국연합에 적극적으로 결합했고, 이명박 정부의 당선에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내분 과정에서 유출된 자료에 의하면 2006년 3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출처가 모호한 거액 후원금이 31차례에 걸쳐 8억 2천여만 원이 입금되었는데 이 중 김진홍 목사가 있는 두레교회 명의로 입금된 것이 3억 8천만 원 가량이었다.13 김대중 정부 당시 비리 문제로 수세에 몰렸던 금란교회 김진홍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은 대놓고 “다시는 좌파 정권이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장로 후보를 마귀의 참소, 테러의 위협에서 지켜달라고 기도해야 한다”는 등의 설교를 하며 전면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선거활동에 나섰다.6 


이렇게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보수 개신교는 이후 정치권와 연계된 내/외부 네트워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이어진 보수 개신교계 코드 인사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서 매번 심각한 논란을 겪으면서까지 보수 개신교계 인사들을 앉히게 만드는 양태로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후보 캠프 시절부터 중앙선거대책위원장과 부위원장, 대변인 등이 모두 개신교 인사로 채워지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핵심 실장과 수석도 개신교 인사가 맡는 등 보수 개신교 네트워크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6 현재 교육부장관을 맡고 있는 황우여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관직도 보수 개신교인들이 차지했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정치적 위치를 기반으로 보수 개신교계는 교과서 개정,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동성애/동성혼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주장하며 수년째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행동 그룹들

 

한편, 2010년 이후 한기총 외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새로운 행동그룹들이 있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선민네트워크, 기독교사회책임, 기독교유권자연맹, 기독교싱크탱크 등과‘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이하 바성연)’,‘참교육어머니전국연합’,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이하 동반국)’‘엄마부대 봉사단’, ‘홀리라이프’‘예수재단’등이다. 


차별금지법의 경우 2007년 당시에는 한기총이 성적지향, 학력 및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등 7개 항목을 차별금지 영역에서 제외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2010년 바성연이 창립된 이후에는 바성연이 관련 이슈를 거의 전담했다. ‘바성연’과 ‘참교육어머니전국연합’, ‘동반국’은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반대하는 신문광고를 비롯해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광고를 수차례 개제하고 학생인권조례,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에 ‘동성애 조장’을 내세워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내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를 움직이고 있는 핵심적인 인물들로는 세계성시화운동본부의 명예총재이자 선민네트워크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삼환 목사, 세계성시화운동본부 명예총재 조용기 목사, 역시 세계성시화운동본부의 총재인 전용태 장로, 기독교사회책임의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 사무총장 김규호 목사, 선민네트워크 공동대표이자 한기총 정보통신위원회 기획위원, 바성연 실행위원 등을 맡고 있는 안희환 목사,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의 이용희 목사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2010년경부터 정치적 활동과 공격적인 선전·선동 활동 등을 본격화해왔는데,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나 기독교사회책임을 위시로 수시로 새로운 조직과 해체를 반복하면서 종교편향지원 반대, 종교와 선교의 자유 보장, 한국사회에 대한 기독교 기여 부문 인정, 낙태 반대와 동성애 옹호 조장법 반대 등 건전한 윤리 회복, 공정한 기독교 역사 서술, 종교 교육의 자율성 보장, 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 북한인권법 제정과 탈북자를 위한 종교단체와의 협력 강화 요구 등을 정책으로 내세우며 선거 시기마다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자체의 인권조례/인권헌장 반대나 이제는 동성애 반대에서 더욱 확장되어 이주민 지원정책, 간통죄 폐지 비판 의견까지 의견광고로 내고 있는 활동들 대부분이 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특히, 이들이 주로 ‘주권운동(dominionism)’ 혹은 ‘신사도운동’으로 분류되는 급진적 개신교 운동을 공유하고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도 이들 계열이 보수적 가족가치를 내세우며 레이건 정부를 당선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고, 그 영향을 받은 한국의 보수 개신교 역시 이들의 목표와 행적을 따라가고 있다. 주권운동은 존 칼빈이 1500년대에 스위스 제네바에 주입했던 신정(神政)을 정치적 모델로 삼는데, 하나님이 미국 기독교인들에게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도록 명하셨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종국에는 지구 자체를 기독교인이 ‘지배’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수의 재림과 하나님의 나라가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하나님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 비즈니스-재정, 교육, 가정, 미디어, 예술, 스포츠, 종교 등 7개 권역으로 나누어, 이 모든 분야를 신사도 운동의 교회가 지배하고 통치하여 지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면 예수가 재림하신다고 믿는다.16 그리고 이 목표 하에서 노동조합, 각종 인권법, 공립학교 등은 사라져야 할 대상이고, 창조론과 기독교적 가치들이 교육이 기반이 되어야 하며, 기독교적 가치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에게는 시민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17 이런 믿음 하에, 이들이 유포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바로 가부장적 성체계의 질서를 유지함으로서 타락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미국 보수 개신교에서 이들이 주권운동을 통해 미국 개신교를 통한 세계 지배를 목표로 삼았듯, 현재 한국의 ‘세계성시화운동본부’나 ‘선민네트워크’같은 단체들은 ‘하나님이 선택하신 나라 대한민국’이 이 과업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미국은 아직까지 한국의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타락한 나라’로써 위치지어진다. 이와 같은 ‘주권운동’혹은 ‘신사도운동’의 논리는 현재 한국의 보수 개신교의 정치적 활동과 공격적 행동들에 강력한 사명감과 명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재의 지형들
-민관협력 거버넌스와 시민단체, 온라인, 대중적 선전·선동의 적극적인 활용  
 

 

이제 다시 우리가 궁금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어떻게 한국의 보수 계신교계는 지금과 같은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도대체 왜 이들은 종북과 게이를 연결시키고, 동성애, 이주민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선동을 하면서, 한편으로 ’애국 보수‘ 세력과 연합하고, 서북청년단 재건위를 만들거나, 세월호 유가족을 비판하는가. "리퍼트 대사님 어서 일어나세요“를 외치며 부채춤을 추는 이들과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반대하며 북과 소고를 들고 나와 춤췄던 이들이 같은 이들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각각의 사건들은 모두 동떨어져 보이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대로 사실은 이 모두가 한국의 보수 개신교가 지니고 있는 정체성의 기반 위에 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현재의 지형에서 중요한 지점들을 이 글의 첫머리에서 언급했던 맥락들과 연결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① 신사도운동과 선민사상에 근거한 자기 정체성의 확보 
② 정치적 위치 변화에 따른 기반 다지기
③ 한국의 보수-개신교 교회가 부딪힌 위기에 대한 대응
④ 성적 단속을 통한 위기, 불안의 전가와 자기 정당성, 위치 확보 

 

특히, 2010년을 전후로 하여 안희환 목사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기반의 활동들과 시민단체를 내세운 활동, 선전·선동 활동 등이 위의 목적들을 달성하는 데에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은 확실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지나 이명박 정부를 지나오며 형성된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중요한 변화는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시민단체, 민간영역의 활동과  블로그, 까페, 포털, SNS, 모바일 메신져 등의 ‘온라인 여론 공간’이라는 것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전 시대의 보수 개신교가 정부 주도의 정책과 국가계획에 부응하며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그에 수반되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이데올로기적 성장치’의 기능을 했다면, 현재의 보수 개신교는 기존의 기반을 가지고 움직이는 대형교회 기반의 세력과, 아무런 기반 없이 시작했지만 시민단체와 온라인 활동을 통해서 자기 위치를 확보한 이들이 서로 연합하거나 경쟁하면서 이중으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희환 목사와 에스더기도운동, 홀리라이프의 이요나 목사, 예수재단의 임요한 목사,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khTV 등이 후자 쪽에 속한다. 


특히,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 ‘국제인터넷선교회’ 등을 만든 안희환 목사의 경우 각종 비리와 세습, 성추행 문제 등으로 공격받던 대형교회를 ‘안티 기독교 대응’의 차원에서 온라인 공간을 이용해 적극 방어하고, 악플, 음란물 단속 등의 명분과 자신의 목적을 결합시키면서 사회적 명분을 확보해 나가는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 하다. 이후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은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앞장섰으며, ‘국제인터넷선교회’는 북한, 청소년, 문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문단’ ‘사진세계’ 등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 해 ‘5대 권력의 하나가 된 시민단체를 잘 활용해야 한다’라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 이 글에서 그는 ‘시민단체들이 권력이 되었다’며, ‘제대로 된 시민단체를 만들기 위해 ’기독청년 NGO 센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독청년 NGO 센터’는 앞서 언급한 ‘선민네트워크’의 산하단체이다. 이를 통해 ‘청년들을 훈련하여 시민단체 리더들로 세워나가겠다’는 것이 그가 밝히고 있는 포부이다.18 


한편, 또 한 가지 이들에게서 주목할 점은 대중적 영향력을 위해 성서적 논리보다는 세속적 논리와 프로파간다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보수 개신교계에서 만든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의 경우 종교적 언급들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해외 가족가치 운동의 주장과 성 담론, 이론적 파편들을 가져와 자신들의 프로파간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동성애 반대를 위한 혐오논리를 조장하는 데에 집중했지만 최근동아일보에 게재된 간통죄 폐지 관련 의견광고에서 보다시피 이제는 이전에 동성애 혐오에 동원되던 논리들을 근거로 하여 사회 전반의 성윤리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 단체와 함께 지난 해 만들어진 khTV가 적극적인 선전·선동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서울시와 성북구청의 경험을 통해 주목하게 된 민관협력 거버넌스, 주민참여 영역에서의 보수 개신교 기반을 짚고자 한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본격화 된 민관협력 거버넌스와 지자체의 열악한 기반은 이 영역마저도 보수 개신교의 영향권으로 만들었다. 교회의 촘촘한 지역사회 연결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지역에서의 영향력, 물적 자원, 게다가 보수 개신교가 구축해 온 사회복지 분야의 기반들은 어떻게든 민관협력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열악한 자원으로 지자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지자체 정부가 절박하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기반이 근래에 인권조례를 만드는 등의 활동으로 차별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지자체장들이 보수 개신교계의 압력에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 큰 자기 기반이 없는 박원순이나 김영배 같은 이들이 한편으로는 민주당 계열과 한통속의 ‘좌파 정치인’으로 엮이면서 보수-개신교의 공격을 받고, 그러면서도 성소수자 인권과 같이 확고한 자기 가치관과 추진력이 필요한 사안들에 명확한 자기 입장이 없는 상황은 결국 혐오세력의 압력에 밀림으로써 이들의 정당성과 기반을 확보해주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혐오의 프로파간다와 성적 이데올로기  

 

이제, 현재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프로파간다와 성적 이데올로기를 정리해보며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현재 이들의 프로파간다 지형을 읽어내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성장치’로서 보수 개신교가 지금의 체제와 성체계를 유지하는 데에 어떤 부분에서 기여하고 있으며, 또 이를 통해 어떠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제대로 읽어내야, 권리 옹호 차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이고 급진적으로 현재의 성체계를 건드리며 사회적 변화의 방향과 언어, 담론 기반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가부장적 성체계를 유지할 시민 주체와 비(非 )시민, 반(反)시민의 구분

 

우선 가장 근간이 되는 맥락은 이 글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했던 사회적 불안과 위기감을 이용하는 프로파간다이다. 그리고 이는 매우 확고하게 가부장적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를 담지하고 있다. 이들은 성소수자, 이주민, 종북 등으로 돌려 이들이 질병, 사회불안, 범죄, 성윤리의 파괴, 세금 낭비를 가져오며 나라를(세상을) 망하게 한다는 위기감과 불안을 조성하고 이를 막아낼 대리자이자 강력한 사회적/정치적 주체로서 애국 보수-개신교를 내세운다. 종북세력, 성소수자, 이주민 등을 '건강하고', '건전한', '대한민국 시민'으로부터 타자화하면서 세금과 질병을 타자화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19


세금과 군대는 가부장적 시민 주체의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핵심 근간이다. 남성 가부장이 돈을 벌고 가족을 지킨다는 이데올로기적 명분을 차지함으로써 성적 관계의 주체로 자리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가 세금을 내느냐, 나라를 지키느냐는 이 사회의 가부장적 성체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정서적, 이데올로기적 근간인 것이다. 특히 얼마 전 연말정산과 담배값 인상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지지도를 대폭 하락시킨 것에서 보듯이 세금은 매우 예민한 문제이고, 누가 세금을 내고 있으며, 세금을 낼 자격이 있는가는 '힘들어도 어쨌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 강력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문제이다. ‘이 나라는 내 세금으로/내가 지켜서’ 돌아가고 있는데 ‘나라가 제대로 대접을 안 해준다.’는 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인데 보수 개신교의 프로파간다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한다. 


이 프로파간다 논리 안에서 (외국에서 왔고, 한국에서 돈 벌어서 외국으로 보내고, 한국에서는 일자리를 빼앗는) 이주민이나 (항문섹스에만 탐닉하는 성중독자들인) 성소수자는 비-시민으로 전제되고, (사회 곳곳에 숨어서 나라를 말아먹으려는) 종북 세력은 반-시민으로 전제된다. 즉, “시민인 당신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을 정부가 비-시민/반-시민에게 쏟아 붓게 될 것이다.(쏟아 붓고 있다)”는 논리로 억울함과 박탈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사실 여성 혐오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작동한다. "남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경제발전 시키고 일자리 만들어 놓으니까, 그 동안 남자들 돈으로 먹고 살아 온 여자들이 이제 와서 여권(女權) 내세우며 특혜 받아서 다 차지하고 있다"는 논리가 그런 것이다. 이런 논리의 프로파간다를 통해 ‘소수자 인권’은 사실상 사회적 소수자가 아니라, 정당한 시민 주체들의 가부장적 위치 기반을 흔드는 '특권'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대로 ‘종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이성애-일부일처제 가족을 지켜 '(하나님의 선민인) 대한민국 시민'의 윤리와 건강을 타자들로부터 지켜내는 것’을 자신들의 정당성이자 사명으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 보수 개신교는 이 가부장적 시민 주체들을 이끌어나갈 가치의 담지자로 나선다. 

 

○ 사회 혼란을 유발하는 타락의 근원 또는 범죄자로 낙인찍기20


 
질병, 세금 말고도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지는데 이주민, 성소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논리이다. 이들의 프로파간다 안에서 이주민은 이슬람이나 조선족을 떠올리는 동시에 범죄자로 전제하게 만들고, 성소수자는 의도적으로 에이즈를 퍼트리거나 동성 강간, 소아 강간을 하는 잠재적 성범죄자로 전제한다. (무슬림으로 전제되는) 이주민, 성소수자 모두 일부다처제, 성적 방종 등으로 질병을 퍼트리고 성윤리를 파탄내며,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존재들이므로, “이대로 가다가는 성 변태들, 이슬람, 이주민, 종북 세력이 대한민국을 장악한다”는 극단적인 논리도 서슴없이 등장한다. 특히 여기서 동성애와 에이즈 감염을 끈질기게 연관시키는 이들의 프로파간다는 앞서 언급한 세금 논리와 연결하여 ‘에이즈 감염인의 치료 비용을 국가에서 전액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성애나 동성혼이 합법화되면 에이즈 환자가 더 증가하고, 그러면 에이즈 환자로 인한 국가 재정 부담이 더 증가할 것이다’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 혐오자, 차별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을 삭제하고 개념을 전복시키기

 

한편 최근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이 ‘호모포비아’, ‘혐오세력’ 같은 용어들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근래 1년 사이에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호모마니아’ 같은 용어를 쓰는 것이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블로그는 이 ‘호모마니아’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호모포비아’가 아니라 당신들이 ‘호모마니아’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 개신교계의 언론에 칼럼 등을 게재하면서 ‘성소수자’ 개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 개념이 윤리적 기준을 흐리고 문제적인 사람들을 약자, 소수자로 보이게 만든다면서 성소수자가 아니라 ‘변태’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 등을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자신들의 위치는 혐오자, 차별자의 위치에서 삭제하고 자신들이 공격하고 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각종 개념들을 왜곡하고 전복시킨다. 권리, 인권, 건강, 복지, 평등, 다양성, 소수자, 차별/역차별, 민주주의 같은 용어들이 이들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대표적인 개념들이다. 

 

○ “동성애는 전파된다”,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논리
   -부모, 특히 어머니 역할의 강조, 전교조 반대, 교과서 개정 주장의 근거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된 내 아들 동성애자 되서 에이즈 걸리면 KBS가 책임져라"
"동성애라는 나쁜 문화 전파하는 미국을 규탄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항문섹스 권장하는 동성애는 사탄 집단"

 

보수 개신교에서 길원평 교수 등을 내세워 열심히 전파하고 있는 프로파간다 중에 핵심적인 것이 바로 ‘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이미 오래 전에 얘기된 다양한 과학적 근거와 자료들을 가지고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취향이나 학습된 것일 뿐이므로 동성애 문화가 용인되면 보다 급속도로 '전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동성애를 '이해할만한 행동', '인정해야 할 개인의 취향'으로 이야기 하거나 동성애자나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타고난 것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소수자로서 존중해줘야 한다'는 등의 논리는 동성애가 자연스럽게 전파되게 만드는 논리가 되는 것이다.


특히, 교과서에서 동성애에 대해 관용적으로 서술한다거나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언론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것 등은 동성애를 전파시키고 결국 에이즈를 확산시켜 사회적 성문란과 공중 보건 악화를 가져오는 일이기에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청소년을 명분으로 한 사회적 공포를 조장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이들로 호명되는 것은 '어머니'들이다. 청소년들은 절대 주체적으로 판단이 가능한 이들로 간주되지 않으며 ‘혼란기’에, ‘쉽게 물들 수 있고’, ‘한 번 물들면 평생을 망치게 되는’ 대상이 될 뿐이다. 또한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는 관용적이지만 그 당사자가 ‘내 자식’이라면 공포가 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극적으로 선전에 활용한다. 이러한 논리들은 결국, 끊임없이 여성을 ‘내 가정’, ‘내 자식’의 관리자로서의 역할로 호명하여 위치시키고 청소년들을 자기 결정권이 없는 비주체적 대상으로, 부모와 가정, 국가의 종속 대상으로만 위치시키는 보수 기독교의 가족 가치 논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는 이른바 ‘청소년 사역’을 중요한 사명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학교법인, 복지재단 등 청소년 사업에 광범위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보수 개신교계가 자신들의 기반과 영향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중요한 프로파간다이자, 끊임없이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핵심 매개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탈 동성애’와 ‘성 중독 치료’

 

이 운동의 주축이 되고 있는 사람은 이요나 목사(갈보리채플서울교회, 홀리라이프)이다. 그는 스스로를 '탈 동성애자'라고 소개하며 현재 '홀리라이프'를 통해 홀리라이프 청년포럼, 한국성교육상담사협회, 성경적상담사협회, 한국성경적상담신학원, 성경적상담사 자격검정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동성애를 '성동일성장애 관계중독'으로 규정한다. 동성애는 '거룩한 하나님의 창조적 품성이 훼손된 성적 욕구'에 중독된 것이며, 이를 성경적 상담 방법에 따라 '치료'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전면화하기 위해 2010년 김규호 목사와 함께 '중독예방시민연대'를 만들고 2013년부터 '중독예방과 치료에 관한 법 제정 촉구' 운동을 하고 있으며 신의진 의원을 주축으로 한 법 제정에 압력을 넣는 등의 활동을 주도했다. 특히, 술, 마약, 게임, 도박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는 신의진 의원 발의안에 '성 중독'을 추가해서 '5대 중독'으로 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성중독예방치유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4.5.29 제2회 중독추방의 날 성명)


‘탈 동성애’, ‘동성애 중독치유’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건사연과 홀리라이프가 주도적으로 선전을 하고 있는 내용으로, 이들은 계속해서 ‘동성애에서 변화된 이들’의 사례를 책과 영상, 기사 등으로 제작해서 확산시키고 있으며 레즈비언 여성 두 명의 변화사례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포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탈 동성애' 운동은 '탈 동성애자들의 권리' 주장으로 이어진다. 동성애자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탈 동성애’를 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동성애자 인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지점에서 조금씩 입장을 달리하는 태도들을 보이는데, 예를 들면 가끔씩 이요나 목사가 바성연의 ‘어느 동성애자의 양심 고백’ 게재 중단을 요청하는 글을 쓴다든가, 동성애자를 단죄하는 방식은 원치 않는다는 등의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한 편으로는 현재 하고 있는 사업과 활동의 특성상 동성애자들을 계속 만나야 하며, 동시에 보수 개신교 내에서도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딜레마로 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론을 대신하여 


 
이 글은 앞으로 계속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되면서 방향을 찾아나가야 하는 글이다. 지금 우리는 날이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들을 계속해서 목격하고 있다. 온라인이나 선전·선동의 공간을 넘어 공적 공간에서 폭력적인 집단행동이나 개별적 테러가 실행되고 있는 상황은 현재 존재하는 혐오의 공간들과 그 맥락을 주목하고 방향을 예측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점점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체제의 변화, 성체계의 변화에 따라 자신들의 기반을 유지, 확보하기 위해 불안과 위기를 조장 또는 이용하는 보수 개신교의 움직임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직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더욱 위험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분석해 본 과정에서 조금 더 선명해지는 사실 한 가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혐오의 프로파간다와 조직화가 더 이상 권리의 호소나 제도적 요구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차별금지법, 군형법, 동성결혼 또는 파트너십법 등 제도적 장치들을 요구하고 마련하는 일은 한 축으로 여전히 매우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와 동시에, 주체들의 권리가 연결되어 있는 체제의 핵심을 발견하고 이를 건드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동성애자 대 보수 개신교’의 구도를 넘어서야 한다. 


성적 존재이자 사회적 존재로서의 LGBT/퀴어의 위치는 무엇인가, LGBT/퀴어는 무엇을 생산하고 무엇을 재생산하는가, 어떠한 사회적, 성적 관계들을 맺으며 이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LGBT/퀴어 내부의 다양한 위치와 차이들은 앞으로의 요구와 방향에 어떻게 고려할 것이며, 배제와 혐오의 고리에 함께 연결되어 있는 다른 성적/사회적 주체들과는 어떻게 만나고 함께 요구를 만들어갈 것인가. 앞서 살펴본 바대로, 성적 보수주의의 흐름은 절대 그 사회의 경제적, 안보적 상황과 별개로 가지 않는다. 때문에 이러한 질문들이 현재 ‘이데올로기적 성장치’로서 체제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기여하고 있는 보수 개신교를 비롯한 혐오 세력들에게 제대로 맞서기 위해 지금 반드시 적극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고정갑희, <성이론>, 도서출판 여이연, 2011. 
백중현, <대통령과 종교:종교는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인물과 사상사, 2014
강인철,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의 형성과 재생산’, <역사비평> 2005년 봄호(통권 70호), 2005.2,
강인철,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기독교적 성격’, <한국기독교와 역사> 제30호(2009년 3월 25일)
정상호, ‘미국의 네오콘과 한국의 뉴라이트에 대한 비교 연구 : 정책이념·네트워크·정책의 형성 및 발전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정치학회보> 제42집 제3호  
정연복, ‘종교와 파시즘, 그 역사적 고찰-기독교를 중심으로’, <2013 만해축전 학술세미나>
윤정란, ‘국가ㆍ여성ㆍ종교: 1960-1970년대 가족계획사업과 기독교 여성’, 여성과 역사 제8집, 2008.6,
나영, ‘미국 뉴라이트의 성적 보수주의와 프로라이프, 그리고 한국’, <적녹보라 패러다임과 섹슈얼리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2013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글로컬액티비즘센터 2012년 포럼주간 발표문)
나영, ‘한국 보수 기독교계의 동성애 혐오논리와 맥락’,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글로컬액티비즘센터 <기독교와 여성, 섹슈얼리티> 잡답회 발표 자료, 2014 
나영, ‘2014년 퀴어문화축제의 경험, 성적 혐오의 조직화를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 <진보평론> 2014년 가을 (제61호), 2014.9,
이신철, ‘미국 기독교 우파의 이념적 특징과 정치참여’, <사회와 철학> 제10호.
신진욱, ‘보수단체 이데올로기의 개념 구조, 2000~2006:반공, 보수, 시장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2008년 여름호(통권 제78호)
정원희, ‘한국 개신교의 동성애 논쟁과 사회적 실천:감정 동학과 종교적 의례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석사학위논문, 2013년 8월

 

프레시안,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8>-미국은 어떻게 보수가 되었나⑤’
http://me2.do/FPfQR7S6
리그베다 위키, ‘신사도운동’ http://me2.do/GR7NjTOV
Chistian Q&A 게시판 http://www.christianqna.org/bbs/board.php?bo_table=z5_1
경향신문 1975년 12월 18일자 기사,‘개신교 성직자 26%가 신의 존재 안 믿거나 의심, 1575명 의식 구조조사’http://me2.do/x13y2r2q

 

-홈페이지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선민네트워크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홀리라이프
한국성경적상담사협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1. 고정갑희, <성이론>, 도서출판 여이연, 2011. 여기서 ‘성’은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고정갑희는 ‘성’을 토대로 기존의 개념들을 재구성하거나 새롭게 이론화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성관계’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인간생산, 쾌락생산, 상품생산 등에 걸친 성적 생산관계와 성적 권력관계, 성적 계급관계로 구성되고, ‘성노동’은 이러한 생산과 관계, 계급을 유지하는 노동으로 구성된다. 텍스트로 돌아가기
  2. 강인철,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의 형성과 재생산’, <역사비평> 2005년 봄호(통권 70호), 2005.2,텍스트로 돌아가기
  3. 백중현, <대통령과 종교:종교는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인물과 사상사, 2014텍스트로 돌아가기
  4. 현재 성소수자 및 사회적 소수자 혐오를 조직하고 이를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해서 행사하려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수 개신교 단체인 ‘선민네트워크’의 홈페이지 단체소개는 이렇게 시작한다. “선택된 민족! 선진민족! 선한민족! 기도 위에 세워진 나라 대한민국을 축복하소서!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제1차 회의는 당시 임시의장이었던 이승만 박사가 의원 이윤영 목사에게 기도를 요청하는 개회사로 시작되었다......(후략)“ 텍스트로 돌아가기
  5. 강인철,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기독교적 성격’, <한국기독교와 역사> 제30호(2009년 3월 25일)텍스트로 돌아가기
  6. 백중현, 앞의 책텍스트로 돌아가기
  7. 백중현, 앞의 책, 정연복, ‘종교와 파시즘, 그 역사적 고찰-기독교를 중심으로’, <2013 만해축전 학술세미나>텍스트로 돌아가기
  8. 윤정란, ‘국가ㆍ여성ㆍ종교: 1960-1970년대 가족계획사업과 기독교 여성’, 여성과 역사 제8집, 2008.6,텍스트로 돌아가기
  9. 백중현, 앞의 책텍스트로 돌아가기
  10.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텍스트로 돌아가기
  11. 정상호, ‘미국의 네오콘과 한국의 뉴라이트에 대한 비교 연구 : 정책이념·네트워크·정책의 형성 및 발전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정치학회보> 제42집 제3호텍스트로 돌아가기
  12. 나영, ‘미국 뉴라이트의 성적 보수주의와 프로라이프, 그리고 한국’, <적녹보라 패러다임과 섹슈얼리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2013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2012년 포럼주간 발표문)텍스트로 돌아가기
  13. 정상호, 앞의 글텍스트로 돌아가기
  14. 백중현, 앞의 책텍스트로 돌아가기
  15. 백중현, 앞의 책텍스트로 돌아가기
  16. 리그베다 위키, ‘신사도운동’텍스트로 돌아가기
  17. 정연복, 앞의 글텍스트로 돌아가기
  18. Chistian Q&A 게시판 (http://www.christianqna.org/bbs/board.php?bo_table=z5_1)에 게재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해당 글이 삭제된 상태임텍스트로 돌아가기
  19. 다음은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건사연)'의 발기문과 강령 일부이다.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에 대한 이들의 논리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세상에 무엇을 외치고자 이렇게 모였는가! 우리를 불러 모은 것은 정치적 의도도 아니고, 경제적 이해관계도 아니다. 바로 '상식'과 '기본 윤리'를 통해' 사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갈망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 제도를 통해 가정을 이루는 것은 건강한 사회, 건강한 나라, 건강한 세상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윤리이며 가치이다." (발기문)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건강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 윤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따. 건전한 성 윤리가 무너지고 있으며, 특정 가치의 강요로 인해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또한 위협받고 있다. 이 현상은 결국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의 쇠퇴로 귀결될 것이다. ... 첫째, 우리는 이성애만을 인류의 정상적인 사랑이라고 믿으며, 사랑하는 남녀 간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가정만을 정상적인 가정으로 인정한다." (강령 전문)텍스트로 돌아가기
  20. "또한 최근 성중독이 난무하여 각종 성폭력, 성매매, 음란물, 동성애, 수간, 집단혼음 등 문란한 성문화가 우리 사회를 타락시켜 국민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으며 건강한 가정을 파괴하고 있다. ... 이러한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동성애로 최근 동성애자 공개 결혼식, 혼인신고 등을 통해 단순히 소수자의 인권보호 차원을 넘어 온 국민에게 비윤리적인 동성 간의 성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_2014.5.29 제2회 <중독 추방의 날> 성명서 중 텍스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