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칼럼] 지금 청년에게 정말 필요한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밀라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운영위원

* pdf 파일 다운받기 [8. 칼럼 - 스밀라.pdf (173.10 KB) 다운받기]

 
현황


지난 8월 2일 서울시 청년 2800여명이 서울시로부터 50만원을 입금 받았다. 이들은 주민등록상 1년 이상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29세의 청년으로 서울시 청년수당에 지원한 6000여 명 중 가구소득, 미취업기간, 부양가족수를 기준 삼아 선발된 이들이다. 청년수당은 서울시의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포함된 청년 소득 지원 정책으로 미취업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참여활동비로 책정된 50만원을 최대 6개월 간 제공한다. 지난 8월 2일 첫 번째 수당이 지급된 직후 복지부는 청년수당 직권취소를 결정했고 서울시는 이에 대항해 대법원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다음 달 청년수당 지급은 불투명한 상태다.


 
그런데 재미난 일이 생겼다. 고용노동부에서 청년수당과 유사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청년취업성공패키지' 3단계 참가자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서울시의 ‘선심성’ 지급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고, 서울시는 "청년들이 구직활동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시간과 비용이고, 현금 지급을 통해 보전해주는 것이 매우 필요함을 고용부도 공감했다"며 중앙정부의 모순을 꼬집었다. ‘선심성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서울시와 복지부 간의 싸움만 남은 자리에 진짜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정책 실효성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한 해 청년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2조원으로 고용촉진지원금이나 청년취업인턴제 등에 쓰인다. 보통은 청년을 고용하는 사업장이나, 취업을 위한 교육기관에 지급되기 때문에 청년 당사자 개인에게 얼마나 유익하게 쓰였는지는 따져보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소위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는 정규직 일자리보다는 비정규직 일자리인 경우가 많고, 학원 역시 청년 당사자가 아니라 정부와 계약관계에 있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2000년대 중후반 청년실업 문제가 떠오른 이래 이처럼 공적 자금이 계속 투입되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남시 청년배당이나 서울시 청년수당과 같은 현금 지급 정책이 등장한 것은 합리적이다. 청년의 문제는 다양하고 총체적이며, 단순히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들은 실업으로 인해 곧장 빈곤 문제에 직면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과 같은 장기 달성 과제만을 정책화한다는 것은 청년 빈곤에 대한 책임 방기나 다를 바 없다. 현 상황에서는 청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곧바로 제공하는 현금 지원 정책이 최선책이다.

 

'사회 밖 청년'은 누구인가?

 
문제는 한정된 예산을 어떤 청년에게 우선적으로 줘야 하는 것인가이다. 미취업 상태의 청년 중 가장 가난한 3000 명에게 우선 주면 되지 않을까? 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빼고. 이렇게 생각하면 참 간단하지만, 오늘날 청년의 빈곤은 단순히 물질적 결핍을 넘어서 시간의 결핍, 관계의 결핍, 정보의 결핍으로 확장되고 대다수의 청년들은 이 빈곤의 자장의 영향 속에 있다. 누가 가장 절실한가? 성남시의 경우 이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도록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 전원에게 동일한 액수를 지급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에둘러 가는 방안을 선택했다. 서울시는 지급대상자를 가시화하기 위해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이는 학업 프로그램에도 속해있지 않고, 일자리도 없는 청년을 뜻한다. 학업 후 자연스럽게 일자리로 이행해야하는 '정상적인 생애주기'에서 공백기를 맞은 청년인 셈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화 되며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처한 청년들을 '사회 밖 청년'으로 호명했다. 이 명칭은 임금노동 하는 청년을 정상 범주(사회 안)에, 장기미취업자인 청년을 비정상 범주(사회 밖)에 놓아두고 그들을 ‘사회로 진입(복귀)’ 시켜야 한다고 종용한다. 이러한 내용이 정책 대상자들이 원하는 바라 하더라도 임금 노동자 외의 시민들을 '사회 밖'으로 배제시키고 있다는 윤리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시 청년수당은 선별적 복지정책으로서 여러 비판 지점들을 가진다. 우선 선정 대상에 대한 조건이다.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선정 조건 자체가 낙인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지급 대상자들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급 대상자들은 국가에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역설해야 한다. 또한 수당 신청을 위해 각종 서류를 제출하는 것, 수당 지급 후 매월 제출하는 활동 보고서와 지출 증빙은 현금 지급의 장점을 반감시킨다. 기본소득은 각종 증빙으로 대상자들을 더 바쁘게 만들지 않고, 현금 지급을 통해 시간이란 자원을 아끼고 그만큼 유의미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청년수당의 목표가 현금 지급을 통해 청년들이 시간과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라면 불필요한 증명과 증빙들은 없애는 것이 타당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한국의 현 상황에서 '사회 밖 청년'이라는 선별 범주에 대한 비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 밖 청년'이라는 불가능한 용어의 등장은 보편화 된 기존의 정책 설계 틀 내에서는 청년 빈곤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을 드러낸다. 청년수당이 그 대상으로 ‘실업 청년’이 아닌 ‘사회 밖 청년’을 호명했던 이유는, 서울시 또한 ‘구직 중인/실업 청년’의 범주화가 터무니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들의 상황은 정부가 그 대상자를 명확하게 포착하기에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다. 단순 실업자 뿐 아니라,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학생, 임시방편으로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 자산은 있지만 그 만큼 가계부채를 부담하고 있는 가구의 청년 등, 단순한 기준으로 포착할 수 없는 빈곤이 보편화되어있다. 이들에게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유연하고 포괄적인 대상 설정이 필요했기에 '사회 밖 청년'이라는 규정이 등장했으리라 짐작한다.


 
이와 같은 현 상황을 솔직히 바라보면 향후 청년정책이 지향해야 할 바는 뚜렷하다. 청년들을 이미 만석인 '사회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 보다는 '사회 밖'의 사회를 조직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바람직하다. 그리고 서울시 청년수당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혜를 넘어 기본소득으로 가는 입구


 
서울시 청년수당은 우리가 기본소득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기본소득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기본소득이 ‘보편 복지’를 실행하기 위해 기존의 복지 정책들을 기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존의 복지 정책과 기본소득이 상황에 따라 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성남시 청년배당과 서울시 청년수당은 모두 기본소득으로의 이행전략이 될 수 있다. 두 정책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낮은 문턱을 제공하는 것이 더 많은 효용을 낸다.’는 명제를 입증할 것이다. 시작은 도움과 지원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 개개인에 대한 권력(자원)의 이전이 일어나야한다. 시민배당 혹은 기본소득은 정치인이 베푸는 선심의 결과가 아니라 시민이 가져야 할 합당한 권리의 결과물이다. 이것이 이번 청년수당에 대한 직권취소 결정이 우려되는 이유다.  GP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