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건데, 내 차의 바퀴가 수명을 다해 폐기처분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큰 범주로 보면 거의 다가 "펑" 하며 터져 죽었다.

일명 사고사 되시겄다.

 

오래 전 치악산에 놀러가서 방갈로에서 술 잘 먹고 잘 놀고 나왔는데,

그 산중(휴양림)에 세워둔 차 바퀴 한짝이 하룻밤 사이에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원주 시내로 나와 다급하게 중고바퀴를 끼웠지만, 그 넘은 주행한지 몇키로도 채 돼지 않아서

볼록해진 후 사망했다. 복막염인가?

그 이후로도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시골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호남고속도로에서, 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기타 등등 사건현장을 바꿔가며 바퀴를 급작스럽게 보낸 것이 물경 몇 차례였던고...

 

열달 전, 주차장에서 뒷차가 나간다 하기에 차를 빼주려고,

1미터 가량 전진(바퀴가 한바퀴나 돌았을까...)하다가  바퀴에 이물질이 콕 박혀서 다시 주저앉았다.

어떤 건 부었고, 어떤 건 못이 박혔고, 여차저차 사정 없는 바퀴가 없어서

신발보다 싸다는 바퀴가게 가서 차 신발 네짝을 다 바꿔 끼웠다.

친절한 바퀴가게 청년노동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2만키로를 탄 뒤 다시 오면 앞신발과 뒷신발을 바꿔신겨주겠다고 했었다.

 

2만키로를 넘긴 뒤로 신발 바꿔신으러 가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다.

어제 엔진오일을 넣느라 차를 들어올려놓고 보니,

이런,,, 뒤편 왼쪽신발이 찢어져 있다.

오늘 신발보다 싼 바퀴가게 가서 앞뒤 신발을 바꿔신으려 했지만,

찢어진 바퀴는 바꿔야 한다 하고,,,

(늘 듣는 소리다. "지금은 괜찮을 지 모르지만 고속주행을 하면.. " 운운... 난 늘 고속주행인데...)

결국 새 바퀴를 넣고,

두짝 다 바꿔야 마땅하나, 형편상 그리하지 못하니 한짝만 바꾸고,

그러다보니 균형이 맞지 않아 결국 뒷바퀴를 앞쪽에 끼울 수 없고...

결국 앞바퀴는 안쪽만 닳은 듯 하여 휠을 바꿔서 양쪽 위치만 바꾸고,

뒷바퀴 한짝은 새넘, 한짝은 헌넘.

빌어먹을 넘의 기름값 인상은 돌고 돌아(아니, 돌지 아니하고 곧바로인지도 모른다)

바퀴값도 올라서,,, 제일 싼 바퀴를 넣었건만 6만6천원.

 

쳇, 내 신발 중에 6만6천원 넘는 신발 한 개도 없는데,,,, 신발보다 비싼 바퀴.

 

내 차 바퀴는 왜 고이고이 돌다가 다 닳고 닳아 자연사하지 못하고,

얼마 돌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고사를 당하냔 말이다.

 

바퀴야! 너라도 내 형편을 갉아먹지 말아다고.

묵묵히 묵묵히 돌고 돌다가, 다 닳고 닳은 뒤에 평온하게 발견돼 다오...

부디 고속주행 중에 나를 놀래키지 말아다오.

너의 찢기고 구멍나고 못박힌 육신을 보기는... 차마 떨린다.

너도 안됐지만, 내 지갑이 참 안돼서,,, 그래서 손도 가슴도 떨린다...

차야! 비단 바퀴만 탓하겠느냐.

오늘 너를 데리고 아주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다.

물론 쿠폰이 있어 입장료가 1천원이었기에 데려간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널 위해 더이상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음을... 부디 이해해 다오.

부디, 당분간 너의 육신이 버겁더라도 묵묵히 묵묵히 나를 태워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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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4 11:28 2008/10/24 11:28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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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2008/10/18 00:19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려고 마음을 다잡고,

아침 8시에 사무실에 나왔다.

 

어쩌다 보니 하루가 다 가고 날이 바뀌어 버렸네...

그냥 나가려니 허전해서 끄적거려 본다...

 

내 머리 속이 헝클어진 지가 꽤 됐는데, 아직도 정돈을 못하고 있다.

매일 아침 할 일을 점검하며 적어보던 것들이,

어느 날부터이던가, 매일 똑같아 졌다.

해야할 일을 계속 안(못)하고 미루기 때문일 게다.

 

그러니, 정돈은 커녕 갈수록 얽혀만 간다.

 

여유롭지 못한 삶은 참으로 권태롭고 따분하고, 위험하다.

생각은 늘 극과 극을 달리며 널을 뛰고,

마음은 늘 불안하여 가만있질 못한 채, 두리번 거린다.

심장은 늘 두근두근, 조바심이다.

 

아자! 소리 한번 지르면, 차력사처럼 금새 힘이 쑥 들어가서

송판 쪼개듯 나의 일도 매듭지어지면 좋겠다.

 

어쨌든, 오늘은 뭔가 하나를 끝내긴 했다.

봄부터 시작해서, 8월 전에 끝내기로 한 일을 이제야 마쳤다.

오늘 이 시간까지 있으면서 그조차 끝내지 못했다면, 주말이 참 위험할 뻔 했다.

드디어 수첩에 적어둔 할 일 중에 한 가지는 시원스럽게 빨간 펜으로 좍좍 그을 수 있게 됐다.

 

송판 한 장 깼다 치자.

정돈의 시작이라 치자.

그러면 좀 나아질 지도 모른다....

 

다른 일이 추가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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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8 00:19 2008/10/18 00:19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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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년

2008/10/13 23:03

꼭 3년 전 오늘,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현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한다"는 제목이었다.

'민주노조 정신의 복원을 촉구하는 사무총국 활동가 일동' 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날 이후 많은 게 변했고, 또 많은 게 굳어졌다.

 

 

저기 앉아있는 동지들, 저 뒤에 서 있는 동지들,

저 때는 참 젊고, 그리고 참 진지하구나...

 

저 날 뒤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게 변했고, 또 어떤 것들은 굳어져 버렸다.

정작 나는 무엇이 변했는가.

정작 더 소심해졌고, 마음 다스리는 법은 잊어버렸고, 더 가벼워졌고,,, 또...

민주노총은 또 무엇이 변했는가...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고, 모든 게 온전치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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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3 23:03 2008/10/13 23:03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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