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벌인 일 가운데 가장 최악의 사건이다...

 

밤 10시쯤, 호기롭게 퇴근했다.

차를 안가지고 나갔으니까, 버스를 이용해서 집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서는 10시쯤엔 나서 줘야 한다.

11시30분쯤, 집 근처 정류장에서 무사히 하차했다. 이때까지는...

 

이러저러하게 할 일이 있어서, 일단은 집 앞 PC방에 들어갔다.

게으름피우며 이 짓 저 짓 하다보니, 시간은 물경 새벽2시가 다 돼갔다.

 

배도 고프고, 집에 가서 할 일도 있고.. 흐흠...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다가,,,

편의점 들러 담배 한 갑 사고, 다시 터벅터벅 걸어가며 열쇠를 찾아보니,

 

아~ 정신줄을 놓았구나. 정녕.. 흐린날 네년이 기어이 정신줄을 놓았구나...

열쇠꾸러미가 없다.

으악...........................

기억을 더듬어보니,,,

열쇠꾸러미와 작은 지갑 등등을 몽창 사무실 책상 위에 널부러 놓은 채, 그냥 나온 것이다.

그것 뿐인줄 알았더니, 정신줄까지 널부러 놓은 채 육신만 강시처럼 콩콩 튀어나온 것이더란 말이다.

어쩐지, 버스 탈때 늘 쓰는 교통카드가 담긴 지갑이 없더라니... 사무실에 두고나왔으려니 하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 때만, 그 때만 자각했더라도 사무실로 돌아갈 수 있었으련만...

 

아무든, 정신을 차리고.

일단, 나한테는 차가 있지 않던가. 차를 몰고 삼실로 가든가, 차에서 자빠져 자도 그만.

건망증 심한 흐린날! 이럴 때에 대비해서 자동차 비상키를 따로 만들어서 앙증맞은 지갑에 넣어다녔던 것.

아, 네 년이 한 짓 중에 쓸만한 일도 있고나,, 기특한 것.

 

다시 가방속을 더듬었으나,,, 그/러/나

그 지갑 역시 사무실 널부러진 정신줄 틈 속에 두고...와...ㅆ...다...

 

10여분 전에 나갔던 PC방으로 되돌아왔다.

방금 계산하고 나갔던 여자가 물고난 춘향이 표정을 하고 다시 들어오니,

PC방 젊은이가 나를 쳐다보는 눈길 또한 예사롭진 않고나...

 

아까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난 내일까지 아파트 재계약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난 새벽녘 버스가 다닐 때 사무실로 나가서,

열쇠를 챙겨들고 다시 집으로 와서,

대충 일을 처리하고 다시 사무실로 가야 한다...

편도 짧으면 1시간40분, 갔다 왔다 다시 가려면 다섯시간 소요로구나...

 

그래, 이럴 땐, 흐린날에게 이런 말을 해도 손색이 없으렸다.

"미친년!"

이런 표현도 가당하다. "정신빠진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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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0 02:13 2008/10/10 02:13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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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여름이 아주 늦게 가고 있다.

내가 살아오며 지켜온 "반팔은 6~8월에만 입는다"는 허접스러운 원칙조차

지구가 온난화로 신음하는 2천년대 말에 깨지고 말았다.

 

2008년 여름도 가고,

내 인생의 여름도 가는구나...

예전엔 사계절이 뚜렷했는지 몰라도,

여름과 겨울 사이가 아주 짧아진 지는 오래된 일이다.

올 가을도, 내 인생의 가을도 아주! 아주 짧을 것 같다...

곧 겨울이 오겠지...

 

살아온 날이 많아질수록 기억할 것도 많아지고 망각하게 되는 것도 많아질테고

그저 얼마 남지 않은 기억 몇 조각 움켜쥐고 살게 되겠지...

저 아득한 구름 또는 안개 속을 더듬듯...

 

산행도 끝났다. 4천고지가 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언제 갔었나싶게,

페디란 마을로 내려오니 다시 땅이다.

 

 

 

 

 

네팔 전통주인 락시는 트레킹하는 내내 많이도 마셨었다.

정종이나 약주같은, 일본 사께와 비슷한 맛인데 물을 타서 파는 것인지라 순한 편이었다.

마을을 지나다 락시를 직접 만드는 집을 만났다.

락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뭐라고 해야 하나... 기계?

 

부엌은 역시, 들여다본 뒤에는 음식맛이 안날 지경이다.

 

그래도 나름 옛날 할머니집 정개(전라도에선 부엌을 정개라고 한다) 정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락시를 만들고 있던 할아버지.

맘씨좋게 락시 원액을 우리에게 권했다. 원액은 꽤 독했다.

탁자 위에 놓인 라디오가 옛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고...

 

페디에 거의 내려왔을 때, 아저씨들은 뭔가를 잡고 있었다. 버펄로라고 했던 것 같다.

구경하는 나에게 생고기를 내밀며 먹어보라는데, 허걱! 웃으며 사양하기가 쉽지 않았다.

 

드디어 다 내려왔다.

룽다가 나부끼고, 그 너머로 보이는 비탈논과 산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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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9 18:55 2008/10/09 18:55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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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역사를 읽고 싶지 않다네

그것을 읽으면 눈물이 흐른단 말일세

군자는 늘 곤욕을 당하고

소인은 흔히 득지하거든......

저 요순의 아래시대에는

하루도 다스림이 잘 된 적이 없네......

생민이 무슨 죄가 있소?

청천의 뜻이 아득하기만 하구려

지난 날도 이러했거늘

오늘의 일이야 어떻겠는가.

 

潛谷 金堉(1580~1658)

 

= 이이화 '왕의 나라 신하의 나라'(김영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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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6 11:44 2008/09/26 11:44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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