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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지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추수감사절 연휴다. 가족들과 모여서 칠면조 먹고(일년에 단 한 번 먹는 듯 하다), 이곳저곳 여행다니고, 엄청난 세일행사를 벌이는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것으로 이곳사람들은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것 같다. 추수감사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이미 관심 밖인 듯 하다.

 

연휴기간중 이틀정도를 이용해서, 근처(자동차로 4시간거리)에 있는 Yosemite라고 불리는 유명한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아주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역사가 짧다보니(아마도 유럽과 비교해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보다는 훨씬 더 열정적으로 사람들이 유명한 자연관광지를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미국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지만, 여하튼 보존이 아주 잘 되어 있고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공원 혹은 그 근처에서 차를 몰다가 쓰레기 버리면 벌금이 1000달러).

 

거의 대부분의 미국국립공원은 원래 미국인디언의 거주지였다. 이곳도 예외가 아니어서 거의 모든 지명이 인디언말이다. 요세미티의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운데 어떤 경우는 경외감이 생길 정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자신의 고향터전에서 쫓겨나 풀 한포기 자라기 힘든 중서부 사막지역의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가서 미국 정부의 무력화정책에 농락당한 현재의 인디언의 모습들이 경외감과 함께 알수 없는 슬픔같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위 사진은 요세미티 공원 남쪽 귀퉁이에 있는 유명한 세콰이어 나무 군락지에서 찍은 나무의 모습이다. 앞 표지판이 사람 가슴정도의 높이니까, 뒤의 나무들의 크기를 대략 가늠할 수 있을 법하다. 높이는 약 70-90미터 정도 되고 나이는 평균 약 2500년 정도 되는 세콰이어라고 불리는 나무들이 약 500여 그루 모여 있는 곳이다. 2000년 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머리 속으로 상상할 수 있을까? 마천루처럼 높이 솟은 나무를 가만히 쳐다보면, 왕가위의 영화처럼 주위의 모든 것이 휙휙 스쳐지나가면서 커다란 나무만이 조용히 서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수십만가지의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고, 2000년의 시간을 상상해보려는 노력을 말로 쓰니 참으로 초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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