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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이제 이곳은 우기. 동쪽 내륙으로 들어가면 둥글둥글한 언덕(꽤 커서 언덕이라고 부르기는 뭣하고...나지막한 산이라고 해야할까..)들이 있는데 보통 나무 하나 없고 잔디같은 잡초(잔디가 잡초인가?)만 덮혀 있습니다. 보통 여름에 보면 바싹 말라서 누렇게 보이죠. 마치 황금들판(!) 같이 생겼답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비가 자주 와서 파릇파릇해집니다. 마치 천연 골프장 같이 보여요.. 여하튼 이렇게 또 계절이 지나가고, 눈도 없이 비가 주룩주룩 오는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저녁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평소보다 한시간 정도 먼저 집에 와서 저녁 해먹으며 TV를 틀어봐도... 별 재미 있는 것도 없고.. 미식축구와 핀트가 않맞는 코미디 프로... 헐리우드 연예소식... 안테나 올리면 나오는 공중파가 5개 정도 잡히는데, 채널을 잘 맞추면 공중파가 하나 더 잡히죠...중국방송!

 

이곳의 중국인 이주 역사는 무척이나 오래 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중국인이 산답니다. 세계 어딜가도 중국인은 많지만, 이곳은 더더욱 많은데, 혹자는 과거 미국의 철도공사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120-130여년전 대륙을 잊는 철도 대공사의 거의 모든 부분을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담당했답니다.(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옛날옛적 서부에(once upon a time in the west)라는 영화를 보면 배경으로 잡히는 철도공사 장면에 엄청난 중국인들이 보이죠...) 여하튼, 그래서 중국 공중파가 잡힙니다.

 

틀어보니, 헛.. 이병헌, 송혜교, 허준호등등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올인'이었습니다. 근데, 재미있게도, mandarin(보통 중국말)으로 더빙된 데다 밑에는 cantonese(홍콩, 마카오에서 쓰는 말) 자막이 나오는 겁니다. 헛! 가만히 보니, 내가 만약 그 배우들을 몰랐고 건성건성으로 봤다면 이건 영락없이 중국드라마라고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재미있고도 요상한 기분이네요. 연구실의 싱가포르 친구가 자기 나라에서도 온통 한국드라마 본다고, 난리라고 하던데, 여기서도 '중화'드라마 올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학교앞 문방구에서 코팅해서 팔던, 왕조연, 유덕화 책받침이 생각나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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