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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이곳은 이제 곧 Holiday Season이라고 불리는 긴 연휴에 들어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끼고 새해 첫날까지 죽 놀죠. 공식적인 휴일은 아니고, 그냥 그 사이에 전부 휴가를 주는 형식으로 노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곳도 강제로 휴가를 줍니다. 미국식 '정치적 옳바름'과 긴 연휴의 영향때문인지, 사람들이 인사를 할때, 'Merry Christmas'란 말은 거의 쓰지 않고, 'Happy Holidays'란 말을 씁니다. 어쨌든, 길게 노니까 좋긴 좋네요. 길거리에도 사람들이 없어서 텅 빈 느낌이 듭니다. 대학과 큰 연구소가 있는 조그만 도시라서 그런지, 더더욱, 사람들이 모두 다 빠져 나간 느낌이 드네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도 마냥 그 자리에 그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 그런지, 매년 매년 연말의 기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상하고도 슬픈 소식이 올해가 끝나는 12월까지 끊임없이 들려서, 마냥 즐겁게 연말의 기분에 빠져들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도 또 한해가 지나가니, 제 자신의 짦은 개인사에서도, 삐걱거리는 한국의 역사에서도, 수난받고 있는 지구의 연대기에서도, 그리고 우주의 일생(^_^;;)에서도 일년이 지나갔습니다.  10만년 정도 후에 인류가(그때까지 있다면) 관찰 할 수 있을 새로운 별이 은하 저편에서 탄생했을 것이고, 이미 지구가 가지고 있는 석유 매장량의 절 반 이상을 올해 다 써버렸을 것 같고,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했고, 제가 진보블로그에 찔금찔금 외국 생활에 대한 글을 썼던 일년이 지나가고 있네요.

 

한국에 잠시 다니러 갈때 사려고 적어둔 책 목록을 죽 훑어봅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순간 참 많이 들었었는데, 이상하게 점점 더 머리 속이 하얗게 지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왼쪽 사진은 예전 세쿼이어 나무 군락지에서 찍은 '어려서 죽은 나무'입니다. 2000년 이상을 거뜬히 버틴 거인나무들 속에서 이미 말라 그 생명을 읽어버린 나무의 모습입니다. 근데 자세히 보면 뭔가 큰 자연재해가 있었던지, 그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쓰러져 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많이 자란 나무들은 너무 커서 그 자연재해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쓰러져서 죽어 있었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라서 온전한 나무 사진 하나를 올려 보려고 했는데.. 이 나무의 모습이 웬지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_^;; 언젠가 이 나무들도 다시 땅속 깊은 곳으로 내려갈 겁니다. 일년씩 지나서 결국 언젠가 10만년이 지나겠죠.

 

내년이라고 올해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는 하루하루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결심의 목록을 올해가 가기전에 한 번 만들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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