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B왈, 정부가 안 무섭냐?

요임금이었는지 순임금이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암튼 이 냥반들 중 한 사람이 미행을 나갔다가 밭두럭에서 쉬고 있는 농부를 만났다. 어차피 변복을 하고 있는 터라 뭐 대충 인사치레를 했겠지. 그리곤 잘 가꾸어진 밭과 편히 쉬는 농부를 보며 임금은 자신의 치세에 대해 뿌듯한 맘도 있었을 게다. 해서 그 농부에게 넌즈시 묻기를,

 

요즘 먹고 살만 한가요?

 

했더니 이 농부 왈,

 

해뜨면 일하고 해지면 편히 쉬고 등 따시고 배부르니 좋소.

 

어이쿠야, 이야 말로 임금이 자랑할만한 업적 아닌가? 아유, 걍 기분이 째진 임금이 농부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임금이 치세를 잘 하는 거요?

 

근데 농부의 대답이 영 뜨악하다.

 

까이꺼 등따시고 배부르면 됐지 임금치세가 다 뭐요?

 

근래 TV 광고 중에 어떤 핸드폰 광고가 생각난다. 서태지 음악을 듣고 있는 어떤 학생에게 실재 서태지가 "서태지 좋아해?" 하고 묻자 당삼빠떼루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득의만면한 서태지, 제 실체를 드러내보이자 이 학생, 눈을 빤히 뜨고 묻는다. "근데 아저씬 누구셈?" 광고의 서태지는 아쉬움에 몸이 닳아 자신의 실체를 인식해주길 바라면서 흘러간 옛노래를 불러 제끼지만 귀엽기 그지 없는 학생으로부터 상콤하게 씹힌다.

 

반면, 요임금인지 순임금인지 모르겠으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농부의 귀빵맹이를 후려친 후 포승으로 꽁꽁 묶어 지하감옥에 쳐 넣고 "임금님 만쉐이~!!" 소리가 저절로 나올 때까지 전기고문을 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고, 되려 진짜 자신의 치세가 성공했다고 즐거워 하며 니나노집으로 향했단다.

 

아마도 이 요순의 도가 노자가 이야기한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萬物作焉而不辭의 경지요, 궁극에 가서 爲無爲則無不治한 지경이 아니겠는가?

 

옛날 성현들의 정치가 이러했기 때문에 공자왈 맹자왈의 후예들이 요순치세를 필생의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물론 입에 요순시대를 달고 산 사람들이 칼부림은 숱하게 했다만서도.

 

상고시대의 전설적 임금들이 잘나갈 때 이야기를 다시 꺼내봐야 씨잘데기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삼스레 이 이야기가 하고 싶은 이유는 우리의 글로벌 호구, 안면홍조증 만수의 후원자 2mB가 우렁차게 내뱉은 말이 갖잖아서이다.

 

신나게 뱅기타고 세계일주 하다가 눈치보여서 잽싸게 돌아온 2mB, 성질난 김에 화풀이 대상을 찾았는데 그게 재수없게 금성출판사였나보다. 야마가 화끈하게 돌아버린 2mB, 버럭 '격노'씩이나 하면서 싸지른 발언은 이거다.

 

그 출판사는 전교조만 두렵고, 정부나 다른 단체들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

 

불과 얼마 전에 "몸을 던질 각오""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신자유주의 '빽 투더 퓨처'의 한길로 달려나가겠다고 기염을 토한 2mB는, 지가 했던 말 까맣게 잊어먹은 채 강부자, 고소영, 뉴라이트, 무개념 우익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한다. 뭐 덕분에 정부 무서운 줄을 알게 된 금성출판사가 "걍 까라는 대로 까겠어요. ㅠㅠ"하고 항복선언을 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사실 2mB가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상식밖의 현명한 판단이었다. 어차피 없는 인기, 뭘 해도 올라갈 가능성이 없는 인기에 신경 써봐야 탈모현상만 가중되어 조만간 29만원짜리하고 비슷한 처지가 될 뿐이다. 가끔 지 처지를 이렇게 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2mB에게 일말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까하는 일말의 희망이 생길 정도다.

 

그러나 말만 그렇지, 2mB는 어디에도 몸 던질 태세를 보이지 않는다. 지 몸 던질 생각은 않고, "정부가 호구로 보이냐?"면서 애꿎은 출판사의 몸뚱아리를 후려 칠라고 그런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수준이다.

 

자고로 인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국가치고 잘나가는 국가가 없었다. 돈이야 좀 벌었을지 모르겠으나, 세계 인류가 돈 좀 있는 거 가지고 선진국이냐 아니냐 판단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정부의 채찍질에 주어 터져 가면서 정부 눈치보며 돈버느라 고생해봐야 한 순간에 그 돈 허공에 날려먹기 십상이다. 이거 금성교과서 역사책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대부분 상식적으로 안다.

 

되려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섬기고 받드는 나라일수록 뒤끝이 좋다. 이런 원리원칙을 뒤집는 순간부터 국가체계는 엉망이 되고, 파시스트들이 득세를 하게 되며, 종국에는 지들 뿐만 아니라 남의 나라 인민들까지 마빡에 피를 흘리게 만드는 거다.

 

이명박의 발언을 단지 말 실수로 보거나, 그의 말 한 마디를 걸고 넘어지는 수준에서 이번 실언을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사장님 무서워하던 사원들 앞에서 목에 힘주는 걸로 만사 오케이였던 시절이 2mB에게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이제 그 좋았던 봄날은 하루 속히 잊는 게 좋을 거다. 청기와집 주인이라는 것이 불고기 매상올리는 데에 신경쓰는 임무를 맡은 것이 아니라 그 거창한 정치를 하는 위치라는 걸 2mB는 하루에도 열 두번씩 까먹나 보다.

 

이 돌대가리가 아직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1/29 18:12 2008/11/29 18:12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