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통행금지

위대하신 29만원 인생 전두환 장군...이 아니라 대통령 각하께서 1982년에 시전한 공전절후의 정치신공이 바로 야간통행금지 전면 해제였다. 선진한국의 기상을 어떻게 세계 만방에 떨칠까 고민하시느라 하루가 다르게 마빡이 넓어지시던 전두환 각하께서 3S라는 레전더리급 아이템을 휘두르심과 동시에 아이템의 효력을 극대화하여 더 넓고 깊게 영향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시전한 신공이 바로 야간통행금지 전면해제였던 거다. 뭐 어찌되었건, 잘 했다 전두환, 장하다 전두환. 이거 칭찬이여 뭐여?

 

밤중에 술 한 잔 걸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울 아부지, 야간통행금지 사이렌 소리에  기껏 취한 술기운이 확빠지면서 방범대원들의 눈길을 피해 007처럼 골목길을 돌고 돌아 귀가하는 것은 재수가 좋았을 때고. 보통의 경우에는 내무부 호텔(유치장)에서 1박 하시면서 일찍 귀가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되뇌이게 만들었던 제도적 장치가 바로 야간 통행금지였다.

 

경제가 어렵긴 어렵나보다. 청와대인지 어딘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현 정부의 어느 한 귀퉁이에서 "야간통금을 불사할 수도 있다"라는 식의 발언이 나왔나보다. 뭐 꼭 그렇게 한다기보다는 그정도로 "비상한 각오와 의식으로 임해야 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믿고 싶다...만 이것들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남들이 다 그거 걍 해보는 소리 아녀? 이랬던 것들을 죄다 실천적으로 현실화시키고 있는 불패의 삽질대마왕 이명박 정권이다보니 이게 걍 흘려버릴 대사로 듣기지가 않는 것이다. 썅...

 

그런데 기사를 읽다보면 이 야간통금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경제가 위기다, 비상한 각오와 의식을 갖자, 심하면 통금도 하자. 근데 야간통금시키면 경제위기가 해소될까나? 야간 통행금지하면 밤에 술처먹을 거 안 먹고, 불 밝힐 거 안 밝히고, 뭐 그런 건가? 밤중에 일찍 불 끄고 할 일 없게 만들어 놓으면 죄다 2세 생산에 매진하여 저출산 노령화사회를 한 큐에 극복할 수 있을 거다, 뭐 이런 걸까?

 

이 의문을 해결할 단초는 그 기사 안에 담겨 있다. 즉, 이들이 야간통행금지도 불사할 수 있다고 비상하게 외치는 주관적 심각함의 배경에는 혹시 또 제2의 촛불집회가 열릴까 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경제위기 -> 국민분노 -> 촛불집회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야간통금을 하겠다는 발상으로 이어지는 거다.

 

즉, 이제 촛불집회는 집시법에 의하여 제한되는 상황이 아니라 야간통행금지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제재되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게 되었다. 아, 이 조조가 울고 갈 잔머리여...

 

물론 사람들은 야간통행금지조치로 인해 길거리에 나갈 수 없게 되는 상황에서라도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다음을 생각하는 잔머리의 대가들은 이처럼 사람들이 온란인으로 빠져 나가 자행할 정부비난공세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게 바로 사이버 모욕죄다.

 

나경원은 물론이고 장윤석도 이미 발의를 한 사이버모욕죄(망법 개정안). 오프에선 야간통행금지로 아예 집구석 밖으로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게 하고, 온에서는 사이버모욕죄로 키보드 위의 손가락을 묶어버린다. 척이면 착이고 장구치고 북치고 아주 신이 났다.

 

어쨌든 과거의 경험을 반추해볼 때, 야간 통행금지 해봐야 그거 경찰들과 줄 닿아 있는 업소들만 노나는 일이다. 예전에 노태우가 지는 물만 처먹는 주제에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한 나머지 12시 이후에는 술장사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었는데, 왠걸 어차피 주당들은 마실 술 다마셨더랬다. 그것도 경찰들하고 전화며 무전기로 정보를 공유하던 룸싸롱 등 비싼 술집에서. 그덕에 소주 팔던 선술집 주인 여러분들, 완전히 거덜난 적이 있었지, 아마.

 

아무튼 이런 대가리들로 경제살리겠다고 하고 앉았으니 살아나던 경제도 도로 머리 싸매고 드러 누울 지경이다. 저것들을 보면 지금이라도 당장 저것들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집구석 밖으로 싸돌아 다니지 못하도록 종일통금이라도 내리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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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9 18:49 2008/12/0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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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야간 통행금지 대찬성..ㅎㅎ
    새나라의 어른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이런 노래도 나오겠네요.ㅋ

  2. 오...이제 본격적으로 브이 포 벤데타 하는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

  3. 어제 그제. 새벽2시경,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기사분이 그러시더군요....야간통행금지하면 어떨까요? 라고...부드럽게. 답했습니다. '웃기지도 않는 이야긴데요? 거 해서 뭐하게요?' 라고 했었는데....거기엔 이런 심오한(?) 이유가 있었다니...그리고 야간통행금지에 동의하는 듯한 기사분.(택시 할증 없어지면 더 살기 힘드시지 않을까? 개인택시였나??)

  4. 조조에 대한 모욕임.

  5. 산오리/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도 나올 듯 합니다. ㅠㅠ

    안티고네/ 가면과 폭죽을 준비해야겠소.

    조지콩/ 흠... 그분에게 뭔가 심오한 뜻이 있지 않았나 마구 궁금해지는군요...

    pang/ 어릴 적에 어른들이 잔머리 굴리는 애들 보면 이렇게 이야기하셨더랬거등. "저넘이 저거 조조삼신이 붙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