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경기본부 운영위의 퇴행
지방선거정국에 땡전 한 푼 도움도 못주고 몸빵도 못하고 있는 처지에 뭐 한 마디 보태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거니와 현장에서 뺑이치고 있는 분들에게 엄청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긁적거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 키보드를 두드리자면...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운영위라는 곳에서 단일화 촉구 성명을 냈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정국에서 민주노총이 보여준 터무니없는 짓거리들, 다 모아서 주절거리자면 한도 없겠지만, 이 성명은 민주노총의 퇴행성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백미 중의 백미다.
애초 민주노총이 선거 후 진보정당 통합에 서약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뻘짓을 할 때부터 괘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대의를 전면에 내걸려면 일단 정당조직이라는 곳에 대한 예의부터 갖추어야 했다. 그러나 예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주노총은 마치 자신들이 한국 진보정당의 상부기관인 것처럼 행동했다. 이건 뭐 조로당이 민노당의 본사인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사실 배타적 지지를 운운하면서도 자기 조직원들의 표조차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던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의 지도조직 역할은 하고 싶고, 내부 관리도 못하는 주제를 덮기 위해 외부로 침을 튀기다 보니 행보가 갈짓자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인듯 싶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번 성명은 이해해줄 범위를 넘어서는 삑사리가 아닐 수 없다.
단일화 촉구 성명에는 "누구로" 단일화하자는 말은 없다. 적어도 그런 말까지 하려면 스스로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 정도의 염치는 남아 있는 것인가? 하지만 "누구로" 단일화자는 표현이 적시되지 않았다고 한들, 이들이 "누구로" 통합을 요구하는지는 안 봐도 그림이다. 어차피 87년 이래의 비지라는 것은 그 방향이 항상 정해져 있었던 것.
재밌는 것은 정작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심상정이 버젓이 올라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 왜 이런 촉구 성명이 필요했을까? 의도는 뻔한 것. 그나마 포장마저 섬세하지 못한 탓에 그 속내가 다 들여다보이는 이 단일화 촉구 성명은 성명을 낸 조직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수준이 기껏해야 김문수 대신 유시민 정도의 사고에 머물러 있음을 적실하게 보여준다.
더 이상의 부연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저질의 정치행보에 대해 한 마디 더 덧붙일 것은 이 단위가 뭘 믿고 "민주노총 경기본부 10만 조합원"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걸었는지 궁금하다는 거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10만 조합원은 죄다 이 성명 수준의 사고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거?
운영위원 몇 명이 10만 조합원을 참칭했다면 그건 가소로울 뿐만 아니라 시건방지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마치 뻑하면 시청광장에서 군복 코스프레를 하는 재향군인회가 예비역 전부를 대표하는 것처럼 자신들을 과대포장하는 것과 마찬가지. 쉽게 이야기하면 민주노총 경기본부 운영위원회 운영위원들의 수준이 기껏해야 재향군인회 할배들 수준과 동급이라는 이야기다. 어쩌다 이지경까지 되었는지...
지금 단일화를 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진보정치의 방향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다. 벌써 부재자투표는 진행되었고, 이 마당에 단일화가 되었을 때는 사퇴한 후보를 찍었던 표는 모두 사표가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단지 김문수가 낙선한다고 한들 새로운 정치의 장이 열리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 어차피 이명박이나 노무현이 한통속이었듯 김문수와 유시민은 한 통속일 뿐이니까.
일정한 정치적 판단에 의해 막판 단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한들, 민주노총 경기본부 운영위가 보여준 이 퇴행적, 아니 반동적 행위가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다. 하긴 이런다고 이런 부류의 집단이 반성을 할리가 없긴 하다만...
오늘 심상정 후보가 사퇴한다는군요....
결국 일이 이 지경이 되는군요.
제가 경기도 사람인데, 이거 투표할 맛이 안 납니다.
투표권 생긴 이후 처음으로 선거 보이콧 하고 싶을 정도네요...
그래도 저는 투표 할려구요...
또 이렇게 힘들지라도 갈 길은 계속 가야겠죠....
저도 경기도민이라 심상정이 사퇴하면 그냥 혼자 항의 표시로 도지사 선거는 안할라고 진작부터 마음 먹었는데 무척 씁슬하네요. 다른 투표는 해야죠. 덜 나쁜 놈으로 --;;
그러게요... 좀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10만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10만표는 고사하고 1만표도 못 모을 것이 뻔한데 무슨 영향력이 있는 걸까요? 민주노총도 마찬가지.. 그런데 지금 진보정당에, 진보신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민주노총의 영향력은 도대체 뭘까요? 유일하고 단일한 민주적인 노동운동조직? 1만명도 동원할 수없는? 그런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결별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문제는... 그런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이라는 것이 분명히 어떤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죠...
결별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래도 미련이 남아 제 길을 찾길 바라는 게 어쩌면 저의 소심함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경기본부 얘기 결국 여기도 나오는군요; 저도 경기도민인데... 망할 일입니다 ㅠ_ㅠ;
인지능력의 퇴화가 가져오는 결과는 본인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퇴행을 자각할 정도면 벌써 치료에 들어갔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