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거 참 듣기 싫은 소리였다.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듣던 말이 빨리빨리~~!!
뭘 하든지 이넘의 "빨리빨리~!!"라는 말이 빠지는 곳이 드물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생활할 때 가장 "빨리"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란다. 뭐 개XX, 씨X럼 등도 아주 빨리 매우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빨리빨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직장생활하는 동안 누가 옆에서 다그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행동을 "빨리빨리" 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한 바가 있다. 점심(또는 야식) 식사시간이었다. 첫 직장(구로공단)에서 식사시간은 40분이었다. 연속생산공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면 모든 생산공정이 중단된다. 하지만 정확하게 12시 땡 하면 공정이 중단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식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식당은 공장 문 밖을 나가 기숙사가 있는 곳까지 가야한다. 걸어서 10분 걸린다.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아줌마들(당시에는 정규직이니 비정규직이니 하는 개념을 몰랐다) 합치면 약 300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맞이하는 식사시간이다. 좁다란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기다리고 기다리다 밥상에 앉아도 밥알 세면서 밥 먹을 시간이 없다. 밥을 먹는 건지 마시는 건지도 모른 채 후다닥 퍼먹고 다시 10분을 걸어서 공장으로 돌아온다. 커피 마실 시간은 커녕 짧으면 5분, 길면 10분의 점심시간은 말 그대로 전투다.
인천으로 옮겼던 직장에서는 그나마 점심시간에 여유가 좀 있었다. 그러다가 군대를 갔다 와서 복직을 한 후 생산현장에 배치받은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점심시간은 1시간. 그러나 연속생산공정이었기 때문에 교대로 식사를 하고 와야한다. 그래서 결국 한 조에 할당된 시간은 30분. 식당까지는 걸어서 약 7~8분. 조금 속보로 걸으면 5분이다. 줄 서는 것은 역시 마찬가지. 워낙 큰 회사다 보니 사원이 많았지만 식당 역시 커서 줄 서는 시간이 구로공단 생활할 때보다는 그리 많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기다려야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자꾸 점심시간 전에 밥을 먹으러 오는 노동자들이 있어서 회사에서는 관리자를 붙여 점심식사시간이 땡 하기 전에는 식당문을 열지 않는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밥을 받게 되면 역시 5분 정도 되는 시간에 밥을 후다닥 먹어 치워야 한다. 그래야 작업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판기에서 커피라도 한 잔 뽑아 마실 시간이 된다.
현장에서 생노가다를 하는 사람들은 항상 배가 고프다. 그래서 언제나 밥을 많이 먹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식사 후 6시간 계속되는(12시간 근무가 기본이었으므로) 강도높은 노동을 참기 어렵다. 밥은 산많큼 쌓이고, 반찬이나 국도 그만큼 쌓인다. 왠만한 식당에서 3인분 이상 하는 양이다. 그걸 5분, 길어야 10분 안에 위장 속으로 밀어넣어야 한다.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양이고, 그렇게 해야 일을 해서 월급을 받을 수가 있다. 어느 날 같이 근무하던 한 선배가 식사를 마치고 작업장으로 서둘러 돌아가는 길에이렇게 이야기했다. "밥을 먹었는지 마셨는지..." 인간다운 생활은 별로 아닌 듯 하다. 최근 삼성 SDI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근로감독이라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진 역사를 본 적이 없는 관계로 신뢰가 가지는 않지만 어쨌든 삼성의 문제가 한번쯤 다루어지게 되었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지나친 삼성의 노동강도가 문제가 되자 삼성측이 해명하는 것을 보면서 허탈한 웃음이 나오고야 말았다. 노동시간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자, 삼성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 다 빼면 노동시간이 8시간 이상을 지나치게 초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때 삼성이 이야기하기를 "점심시간 30분"을 주고 있단다. 30분... 삼성 공장 다 알다시피 엄청나게 넓다. 근무처가 외진 곳에라도 있으면 밥 먹으로 세빠지게 달려가야한다. 근무지 돌아올려면 또 세빠지게 뛰어야 한다. 밥먹은 보람이 없다. 그런데 점심시간마저 "30분"씩이나 준단다. 놀랠 노자다. 이렇게 해서 초일류 삼성이 있는 것이구나... 초일류도 좋고, 생산성 향상도 좋다. 그러나 밥먹는 시간마저 초치기로 따지도록 만드는 것은 좀 염치없는 짓이다. "인재 제일"을 주장하는 삼성이 그 "제일" 뛰어난 자산인 "인재"들이 허구헌 날 위장병에, 소화불량에 시달리도록 만든다는 것은 어째 말과 행동이 따로국밥이라는 생각이 안 드나? 밥 먹을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 수 있을 때, 인재제일이라는 구호가 실감이 좀 나지 않겠나? 한참 맛있게 밥 먹고 있는데, 점심시간 끝났다는 종 때리면서 "고마해라, 마이 무으따 아이가" 이래버리면 기냥 정 떨어진다. 삼성, 이제 정 떨어지는 짓은 고만 해도 세계 초일류라는 네임밸류가 추락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생노가다를 하는 사람들은 항상 배가 고프다. 그래서 언제나 밥을 많이 먹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식사 후 6시간 계속되는(12시간 근무가 기본이었으므로) 강도높은 노동을 참기 어렵다. 밥은 산많큼 쌓이고, 반찬이나 국도 그만큼 쌓인다. 왠만한 식당에서 3인분 이상 하는 양이다. 그걸 5분, 길어야 10분 안에 위장 속으로 밀어넣어야 한다.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양이고, 그렇게 해야 일을 해서 월급을 받을 수가 있다. 어느 날 같이 근무하던 한 선배가 식사를 마치고 작업장으로 서둘러 돌아가는 길에이렇게 이야기했다. "밥을 먹었는지 마셨는지..." 인간다운 생활은 별로 아닌 듯 하다. 최근 삼성 SDI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근로감독이라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진 역사를 본 적이 없는 관계로 신뢰가 가지는 않지만 어쨌든 삼성의 문제가 한번쯤 다루어지게 되었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지나친 삼성의 노동강도가 문제가 되자 삼성측이 해명하는 것을 보면서 허탈한 웃음이 나오고야 말았다. 노동시간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자, 삼성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 다 빼면 노동시간이 8시간 이상을 지나치게 초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때 삼성이 이야기하기를 "점심시간 30분"을 주고 있단다. 30분... 삼성 공장 다 알다시피 엄청나게 넓다. 근무처가 외진 곳에라도 있으면 밥 먹으로 세빠지게 달려가야한다. 근무지 돌아올려면 또 세빠지게 뛰어야 한다. 밥먹은 보람이 없다. 그런데 점심시간마저 "30분"씩이나 준단다. 놀랠 노자다. 이렇게 해서 초일류 삼성이 있는 것이구나... 초일류도 좋고, 생산성 향상도 좋다. 그러나 밥먹는 시간마저 초치기로 따지도록 만드는 것은 좀 염치없는 짓이다. "인재 제일"을 주장하는 삼성이 그 "제일" 뛰어난 자산인 "인재"들이 허구헌 날 위장병에, 소화불량에 시달리도록 만든다는 것은 어째 말과 행동이 따로국밥이라는 생각이 안 드나? 밥 먹을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 수 있을 때, 인재제일이라는 구호가 실감이 좀 나지 않겠나? 한참 맛있게 밥 먹고 있는데, 점심시간 끝났다는 종 때리면서 "고마해라, 마이 무으따 아이가" 이래버리면 기냥 정 떨어진다. 삼성, 이제 정 떨어지는 짓은 고만 해도 세계 초일류라는 네임밸류가 추락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