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X같은 말

쬐끔 다른 차원에서... * 이 글은 이러나님의 [정말 싫은 말]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중국 속담에 "도와주려면 끝까지 가고 도와주지 않으려면 죽여라"라는 말이 있다던가? 기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하라는 말일게다. 한 때 "미쳐야 산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열성을 다 바칠 때, 거의 미친듯이 몰아칠 때 뭔가 이룰 수 있다는 말이렸다. 뭐 하나 할 때 화끈하게 하는 것, 그거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뭘 하더라도 그것이 옳은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절대악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하는 것에 미치고 환장하다보면 백주 대낮에 남의 팔다리를 끊는데 재미붙이는 유영철이 꼴날 수가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미쳐도 곱게 미쳐라"라는 말일 것이다. 함부로 아무 일에나 미치다가는 저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 아니 온 인류를 미치게 만드는 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시라는 것을 건설한단다. 말 그대로 기업이 조성하고 기업이 행정까지 도맡아버리는, 그리고 거기서 기업이 원하는 이윤을 창출하는 그런 도시 를 만든다는 것이다. 돈보따리 싸들고 끝까지 버티던 재벌들이 환호성을 지르게도 생겼다. 그런데 전경련을 비롯한 기업집단에서 기왕 기업도시 허가해주려면 아예 그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처분권한까지도 허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토지수용권 협의 매수비율 폐지, 개발이익 자유처리권한 등이 있다. 협의 매수비율이라는 것은 해당 지역 주민의 50% 이상의 합의를 통해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너무 과도한 요구란다. 실상은 51%가 개발에 합의를 했더라도 49%의 반대가 존재하는데, 전체의 생존이 달려있는 개발사업에서 기껏 절반의 찬성만으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런데도 기업은 이것도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는 거다. 개발이익 자유처리권이라는 것은 기업도시를 개발하여 얻는 수익의 일정비율을 개발이익 환수를 통해 공공영역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막고, 모든 이익의 처분권을 기업이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이다. 지들이 얻은 수익은 단 한푼도 지들 주머니에서 빼나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게 어디 지들이 잘 해서 얻은 수익인가? 기업도시건설을 위해 정부가 기업에게 주는 특혜 중 하나가 토지수용권이다. 전형적으로 행정기관만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을 기업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은 토지 소유자나 건물 소유자로부터 시세가 아닌 공시지가만을 주고 해당토지 및 건물을 수용하게 된다. 소유권 절대의 원칙마저 무시하는 이 체제가 자본주의 사회인지 그것까지 의심하게 되는 구절이다. 이런 기업도시가 건설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자본의 독점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공시지가로 막대한 토지를 수용한 후 여기에 상상할 수 없는 프리미엄을 붙여 팔게 됨으로써 기업의 이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일정비율 이상의 지역주민 합의만 있으면 이런 일이 눈깜빡할 사이에 가능할 수 있고, 이런식으로 거둬들인 이윤에 대해 일정정도의 환수조차 이루어질 수 없게 되버린다. 이쯤되면 특혜라는 말조차 무색해지고 아예 절대독점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지경이다. 더구나 개발대상지역은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떨어지는 지방이 될 터인데, 그렇게 되면 지방 원주민들의 경우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몇 푼 되지 않는 돈 받아들고 평생을 살아왔던 삶의 터전에서 이들은 하루 아침에 쫓겨나야만 한다. 이들의 생존권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장해줄 수 있겠는가? 기업은 지자체에게, 지자체는 기업에게 서로 책임 떠넘기다가 볼일 다 보게 되는 것이다. 누구 죽일라고 작정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여기까지 오게 된다면 우리 헌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재벌 공화국이다" 더불어 또 이런 구절이 들어가야 하겠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자본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자본으로부터 나온다" 재벌공화국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열우당과 한나라당의 의원들이 오랜만에 상생의 정치를 몸소 실현했단다. 기업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것이 어떠냐고 서로 다독거리며 넉넉한 화해의 몸짓들을 나누었다는 거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될 수 있으면 기업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주는 것이 좋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최구식"이라는 의원이 절묘한 소리를 했다. "주는 김에 홀딱 벗고 주자" 간만에 보는 여야 상생의 정치는 이렇게 누드쑈로 절정에 달한다. 뭘 홀딱 벗고 주나? 전경련 회장 만날 때 홀딱 벗고 만난다는 얘기냐? 아니면 법 통과 시킬 때 홀딱 벗고 단상에 나가 법안 발의하겠다는 얘기냐? 그 주제에 홀딱 벗고 나가봐야 풍기문란죄로 즉결심판이나 받게 된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착각질을 하는 것은 쉽게 용서가 되질 않는 일이다. 국민들이 투표해서 지를 국회의원 만들어준 이유가 국민들 목에 칼질할 때 홀딱 벗고 하라고 그런 것이 아니다. 어째 대한민국 닭대가리들은 말을 해도 이렇게 싸가지 없는 말만 골라서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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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2 14:19 2004/10/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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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저도 내용과는 다른 차원에서 ; 인용한 중국속담이 엄청 아프게 느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