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가 법을 알어???
* 이 글은 안달복달님의 [지적재산권 침해죄 친고죄 조항 폐지마라]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한 국회의원이 무려 4가지의 법률 개정안을 한꺼번에 들고 나와 화제가 된 바가 있다. 국회의원의 이름은 정성호. 그가 들고 나온 법률은 다음의 목록. 1)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중개정법률안 2) 의장법중개정법률안 3) 저작권법중개정법률안 4) 특허법중개정법률안 "이렇게 부지런한 의원이 있다뉘?"하고 놀라 기절할 필요는 없다. 현행 각 법률 규정 중 '친고죄'로 되어 있는 것을 비친고죄로 전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것으로서 기껏해봐야 4개조문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 개정안의 전부다. 물론 이렇게 별 거 아닌 조문 변경을 이야기하면서도 4개 법률안의 개정을 발의한 것으로 실적이 남게 되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은 정말 해볼만 하다. 쥐뿔 한 것이 없어도 이렇게 엄청난 실적으로 둔갑시킬 수 있으니까.
제안의 이유를 함 보자. 뭐 법률이 4가지나 되지만 제안이유는 대동소이하다. 1)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개정이유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온라인콘텐츠 제작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또한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동법은 온라인콘텐츠의 복제 등의 죄를 친고죄로 규정함으로써 창작의지를 좌절시키고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동법에 친고죄를 비친고죄로 개정하여 동법의 온라인콘텐츠 개발의지를 고양시키고 개발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자 함" 2) 의장법 개정이유 "의장권은 특허권과 함께 정신적 산물로써 사익적 측면에서 그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공익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장권에 대한 침해 또한 의장권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권리침해에 대한 범죄를 모두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의장권에 대한 범죄행위 처벌의 실효성이 의심스러우므로 원칙적으로 비친고죄화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자 함" 3) 저작권법 개정이유 "저작권은 정신적 산물로써 사익적 측면에서 그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공익적 측면에서도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침해 또한 저작권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권리침해에 대한 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어 저작권법상 친고죄와 비친고죄와의 구별이 일관성이 없고, 사실상 저작권에 대한 범죄행위 처벌의 실효성이 의심스러우므로 원칙적으로 비친고죄화하고 예외적으로 명예훼손 등의 친고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범죄에 대하여만 친고죄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자 함" 4) 특허법 개정이유 "특허권은 정신적 산물로써 사익적 측면에서 그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공익적 측면에서도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허권에 대한 침해 또한 특허권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권리침해에 대한 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특허권에 대한 범죄행위 처벌의 실효성이 의심스러우므로 원칙적으로 비친고죄하화하여 특허뿐만 아니라 관련산업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자 함"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일단 정성호는 각 권리가 "정신적 산물로써 사익적 측면에서 그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공익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각 권리의 침해에 대한 구제과정에서 "범죄행위 처벌의 실효성이 의심스러우므로" 현행 친고죄 규정을 비친고죄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권리의 중요성, 이거 인정한다. 그리고 그 권리침해가 있을 경우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한다는 거 이것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친고죄를 비친고죄화 하는 것이다.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적어도 연관성이 있으려면 친고죄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뭔지, 비친고죄화 하면 그 문제가 어떻게 해결 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사회적 손실이 어쩌구 하니까 비친고죄화 해야 한다, 아주 중요한 권리니까 보호를 위해서는 비친고죄화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만 깔리고 있다. 씨잘데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이야기 함 해보라고 몇 차례 주어 박았는데도 별로 말이 없다. 여러 사람들이 꼬집고 할퀴고 해봤는데 종내 무소식이다. 정성호의원, 왜 말을 못하고 있는 걸까? 기본적으로 이 법안, 즉 현행 친고죄 규정을 비친고죄화 하려는 것의 본래 목적은 저 개정 제안이유에서 보여지듯이 고상한 것이 아니다.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독점 또는 독과점 업체들의 이익을 보장하려는 것이 친고죄 규정을 비친고죄화 하려는 이번 법 개정 논의의 핵심목표다. 이것은 특허를 비롯한 소위 "지적재산권"이 친고죄로 규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된다. 우선 아무리 사회적 이익 운운해도 각 지적재산권은 분명히 "사권" 발현의 한 형태이며, 따라서 논의되는 각 법률은 분명히 사권구제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사권으로서의 지적재산권은 그러한 이유로 인해 보호의 방법으로 민사적 해결책이 우선 동원되는 것이며, 구제를 보다 확실히 해야할 경우 형사적 처벌을 부차적으로 동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형사처벌이 지적재산권 보호의 원칙이 된다면, 현행 법률구조 전반의 원칙을 원천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다음으로 자신의 지적산물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사람들의 의도에 반해 처벌이 이루어지게 되는 경우 회복의 방법이 없다. 친고죄가 아닌 상황에서 처벌을 받게 되는 사람들을 반의사불벌죄로 다스릴 수 있는 내용이 개정안에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게다가 반의사불벌죄로 한다고 하더라도 권리자가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한 사람들이 처벌받고 있는 것을 일일이 확인할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권리자의 의도와 배치되는 권리보호라는 것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권리보호라는 명분으로 공권력이 무한 작동하게 되는 가운데 소위 "지적재산권의 과보호" 현상이 일어나게 되면, 자유로운 문화컨텐츠 개발의욕을 현저하게 저해할 수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해서 사회적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기검열의 발호로 인해 창작에 대한 의지가 항상 규제되는 상황에서 무슨 문화컨텐츠가 발전하게 될 것인가? 이러한 원칙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애초 지적재산권이 친고죄로 되게 된 데에는 실질적인 측면의 문제들이 있다. 즉, 지적재산권이라는 권리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은 고도의 전문성이 녹아있는 권리이다. 더불어 소위 지적재산권의 범주에 드는 권리내용은 추산할 수 없는 정도의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특허며, 의장등록이 어디 한 두가지인가? 결국 매우 전문화된 각종 지적재산권의 발현을 공권력이 일일이 파악하여 권리침해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공권력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봐야 시장지배적 특정 기업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권한범위가 국한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비친고죄화인가?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강력한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집단의 권리를 위한 개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대자본의 이익을 위해 법률구조마저 왜곡하려는 이 넋빠진 의원나리의 행위가 참으로 가관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적재산권의 비친고죄화는 정성호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일도 별로 없고,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률구조를 왜곡하는 것이며, 거대자본의 이익에 충실한 것일 뿐이다. 입법을 하는 자가 법에 대한 이러한 몰지각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답답해해야 하는 것인지, 화를 내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런 ㅤㅈㅞ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