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
루저의 지존 마라도나(163cm)가 지휘하는 그라운드에서 스머프급 루저들의 활약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메시(169cm), 테베즈(170cm), 아게로(172cm)의 휘젓기와 가가멜급 위너 이과인(184cm)의 골 폭풍 앞에 한국 국대는 4:1의 스코어로 떡실신...
도나도나도나, 그대는 만국 루저의 자랑, 어찌됐든 일단 찬양 일발하고.
얼라? 나이지리아 카이타는 빨간 카드 받고 퇴장. 덕분에 오토대제의 스파르타 300용사는 용기백배, 1승을 챙겼다. 아르헨이야 이제 웃고 즐기는 일만 남았다지만, 일이 이쯤 되니 남은 세 팀의 최종전 결과가 혼전상황으로 치닫는다.
자, 여기까지 오면 온갖 메스컴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한다.
최악의 경우는 이거.
아르헨이 그리스를 골로 보낸다는 가정 하면 그리스 1승 2패
나이지리아가 한국을 깨면 한국과 나이지리아도 1승 2패
물론 그리스가 1승 2패가 된다는 전제 하에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이기거나 비기면 16강 진출.
어쩌다가 그리스가 아르헨을 깨고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이긴다면 3개국이 2승1패가 되고 역시 혼전.
이러다보니 골득실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따지기 시작하고 퇴장 1명에 부상 2명이라는 곤경에 처한 나이지리아의 처지를 동정하기는 커녕 은근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괘씸한... 이건 축구의 맛을 완전히 떨어뜨리는 건데 말이지. 아무튼 글타 치고.
이렇게 경우의 수가 계속 나오는 건 근본적으로 경우의 수를 따질 수밖에 없을 정도의 실력때문이다. 까짓거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밟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면 애초 이런 경우의 수는 무시되도 좋을 것이고. 하긴 공은 둥근 거다 보니 어떤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만 암튼 그렇다는 거다.
경우의 수는 스포츠 찌라시 기자들이 워낙 잘 따져주니 여기서 많이 논할 건 없고.
이런 기자들을 보면서 참 기자하기 쉽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은 요즘 당의 문제.
생각의 가지뻗기를 워낙 잘 하는 행인, 뭐 뻥구라라는 것이 당연히 그런 가지뻗기에서 나오는 것이긴 한데, 암튼 이 대목에서 돌이켜보면 당의 문제도 이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애초 연합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만큼 당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비중이라는 것이 빈약하다는 거. 랭킹 1~2위를 다투는 거대정당들을 축구 강호들과 비교하자면 진보신당의 랭킹이라는 거, 기껏해야 피파랭킹 105위의 북한 정도에 비교할 수 있을까나.
그래도 어쨌든 지역예선 거쳐 본선에 등장한 북한팀과 마찬가지로 진보신당은 제도정치의 본선에 진출해 있는 거. 여기서 한 자리 하자면 결국 다른 팀들과 박터지는 경쟁을 해야 하는 건데, 경쟁을 잘 해야 16강에도 오르고 8강에도 오르고, 그러다가 언젠간 결승전에도 가지 않겠나.
문제는 경쟁을 위해선 가진 게 있어야 한다는 거. 진보신당의 구성을 보자면 좀 안타까울 지경인데, 코칭스태프는 우라지게 많고 거기다가 축구협회에 비견될만한 겟꾼들도 어지간히 많다. 이건 뭐 코칭스태프와 자문단만 보면 사상 최강급인데 그러다보니 배가 산으로 갈 지경이고, 실제 필드에서 뛸 선수들이나 서포터들의 현황을 보면 이것도 답이 안나온다는 거.
국대급 선수라고 해봐야 투톱이라고 보던 포워드 2명에 미드필더와 쉐도우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줄 자원 1명 정도가 눈에 띌 뿐, 나머지는 아직 동네스리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 훌륭한 재원들이 곳곳에 눈에 띄고 있으나 전략전술의 미비와 훈련체계의 미흡으로 인하여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여기에 열 두번째 선수라고 할만한 서포터들을 보자니, 이게 가끔 민주당 서포턴지 국참당 서포턴지 모를 사람들이 앉아서 응원도 제대로 손발이 맞질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선 치루기도 전에 먼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현실정치와 축구가 다이다이로 비교할 만한 것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상황은 이렇게 비교가 된다. 그리고 어차피 목적의 달성이라는 것은 독불장군으로 달려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기에 경우의 수를 피치못하게 따질 수도 있다. 다 좋다.
하지만, 경우의 수를 따질 때는 따지더라도 일단은 실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거. 히딩크가 5대떡의 스코어를 남발하면서 마라톤선수 훈련시키냐는 욕을 처먹으면서도 줄기차게 체력훈련을 시킨 이유. 2002년 4강이 실력만으로 된 건 아니라고 할지라도 어쨌건 그만한 실력이 없었으면 그만큼 갈 수가 없었던 거다.
아닌 말로 본선 32강 치루고 나면 16강부터는 그야말로 승자만이 살아남는 토터먼트. 경우의 수라는 건 고만고만한 팀들이 고만고만하게 다투고 있을 때나 따져볼 재미가 있는 거고, 맞다이 뜨고 결판을 내야 하는 장에선 죽기 아님 살기밖에 남는 것이 없다. 여기서부턴 말 그대로 가진 게 얼마나 있느냐가 승패를 가름한다.
이래저래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요즘이지만, 개인적으로 당의 현 상태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중. 이게 "아Q"적 마인드인지는 모르겠으나, 62 지방선거의 평가과정은 그동안 미뤄뒀던 재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당장은 힘들지 모르겠지만, 실패의 과정을 이만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 과정을 치유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에 충분한 재료를 얻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펠레의 저주. 펠레의 상찬을 받은 자 지옥을 경험할 것이고 펠레의 독설을 받은 자 천국에 오를 것이라는 이 희한한 징크스 덕분인지, 왠지 이번 월드컵의 우승은 아르헨티나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래도 한국팀 잘 했다.
너댓차례 공 관리를 못하는 실수를 범하기는 했어도 일병 김정우는 메시로부터 한 차례 반칙도 얻어내고 메시에게서 공도 뺏아내는 훌륭한 실력을 보였다. 뭐 그렇게 즐기면 된다. 즐기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하는 거다. 당도 마찬가지.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먼저 기르면 된다. 뭐 지금까지도 뭐가 있어서 해온 거 아니잖은가? 이제부터 만들어나가면 되지.
정리할 거 정리하고 책임질 거 책임지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칼부림 벌어져 서로 피떡이 될지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대충 이정도 생각하고 또 월드컵 본방사수를 해야지. 그나저나 이 썅썅바같은 SBS는 해설자들 질 좀 높여주던가... 볼륨을 꺼놓고 볼 수도 없고... 쩝...
맞어.. 눈만 멀쩡하지 보지 못하면 못 즐겨. 알아야 보이고...근데 안 보일땐 정말 안보이거든. 가끔 치매 걱정도 되고...
세르비아가 독일을 눌렀다. 짠~. 그러기를 바랬는데 좋다. 세르비아가 독일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이런 것은 저속한 민족주의적 감상? 뭐래도 좋고, 아무튼 속이 시원하다. 문득, 나토의 유고 폭격을 놓고 진행되었던 페터 슈나이더(Peter Schneider)와 페더 한트케(Peter Handke)간의 논쟁이 생각난다. 보편적 인권이란 명목아래 유고를 폭격한 나토를 슈나이더가 옹호하고 나서자 한트케는 “세르비아의 다른 맛 나는 빵”을 이야기하면서 한때 급진좌파 경향을 보였던 슈나이더를 비판한다. 오래된 일이라(!) 논쟁의 자세한 이야기는 생각나지 않고, 한트케가 자기와 슈나이더와의 차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만 생각난다. 한번은 슈나이더가 한트케한테 그랬단다. “나는 글을 쓸 때 짝 달라붙은 바지를 입어야 해. 내 성(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해.” 이에 한트케는 “나는 통이 펑펑한 바지가 좋다.”고 한다.
어째서 일까요. 예전에는 레디앙이라든지 이런데 심심찮게 나오는 코칭스태프트들이나 겟꾼의 말에 공감하고 어려운 외계어(?)를 열심히 분석했었는데 이번에 심언니 사퇴와 시티즌 유 지지라는 충격을 받고 좀 현실을 돌이켜 보게 되었어요.
예전같았으면 심언니 잘못했어~ 징계먹어~ 우리 독자완주해야 해 이런 식으로 생각했을텐데 지금은 좀 무엇을 하기전에 말잔치는 그만두고 현실적으로 얼마만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게 되어요. 그럼에도 사퇴는 몰라도 시티즌 유를 지지한 심언니의 철학(?)은 아직도 수긍이 안되는 점이 있네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요. 이번을 기회로 사람들이 쉰당에 관심을 갖고 진정한 의미에 새로운 '신'당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요새 구라님 글을 읽으면 재미보다는 생각을 많이하게 되네요. 요새 산에라도 다녀오셨는지? ㅋㅋ
산에 있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