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기관
예를 한 가지 들어보자.
어느 예배당 먹사가 허구한 날 횡령에 간통에 추행에 막말을 공공연하게 한다. 그런데도 나름 유명 인사라서 언론도 많이 타고 정권과 교분도 있으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에서 10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예배당의 '주인'이며 신도가 벅시글 거린다.
이 먹사가 뿌리고 다니는 공해가 공익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판단한 어느 국회의원이, 이런 몰지각한 먹사가 '주인'으로 있는 교회에 다니는 신도들의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폐단을 막고자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해서 자기 홈페이지에다가 신도들 수만명의 명단과 그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했다.
자, 이 경우 평소 예배당 알기를 우습게 알고 꼴통 먹사들의 행태에 갖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행인은 쌍수를 들어서 환영해야 할까? 놉! 당연히 행인은 그 명단을 공개한 국회의원이 자격미달이라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국회법 제24조)"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특히 사생활 중에서도 사상이나 신념, 종교적 성향, 정치적 견해와 활동, 노조의 활동 등은 "민감한 개인정보"로서 당사자 이외의 자가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되는 개인의 정보이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 헌법에 따라야 할 의무를 가진 "헌법기관"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이러한 비밀을 보호하고 보장해주어야 할 지위에 있는 것이지 이를 공공연하게 까발려서는 안 된다.
이건 상식에 속하는 사항인데, 정작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이런 상식과 원칙을 무시하고, 게다가 법원의 명령도 불복한 채 노조가입된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짓을 저지른 바가 있다. 조전혁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뭐 워낙 잘 알려진 사실이므로 사실관계를 다시 늘어놓는 것은 손가락만 아픈 일인데, 조전혁이 오마이와 진행한 인터뷰를 보다보니 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을 듯 싶다.
아마 판사가 내린 판결에 불만이 많이 있는 듯 싶고, 헌법소원까지 했으니 결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조전혁은 자신의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지위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나보다.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인 조전혁은 이미 지난 교육감선거에서 "보수후보"로 출마한 공정택의 비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당시 조전혁은 공정택에 대해 "헌법기관"으로서 어떠한 비토도 놓은 바가 없다. 하긴 그런 수준이니 법조비리로 옷벗은 어떤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도 하고 있는 거겠지만, 이건 그냥 애교로 넘어가고...
이번 인터뷰에서 주목하고 싶은 건 다른 것이 아니다. 우선 조전혁이 가지고 있는 교육관이 "헌법기관"으로서 헌법이 규정한 바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과, 소위 '우파'에 대한 조전혁의 지론.
먼저 조전혁은 "애들 밥먹이는 교육보다, 밥 벌어 먹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밥먹이는 교육"에 대해 조전혁은 헌법이 왜 "적어도 초등교육"까지 의무교육 무상교육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무상이라는 건 의무교육과정에 수반하는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복, 학용품, 교재, 급식, 더 나가서는 교통비까지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에는 잘 살고 못 사는 것에 따른 구별이라는 것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헌법기관"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교육 무상교육의 의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조전혁은 기껏 "밥 벌어 먹는 교육"을 주장한다. 의미가 모호한데, 어떤 교육을 말하는 걸까? 기능교육? 물론 교육과정에 기능교육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적어도 중등교육과정에서 필요한 공교육의 내용이 "밥 벌어 먹는" 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위험의 사회적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밥 벌이를 국가차원으로 보장한다는 건 훌륭한 일이지만, 교육 자체를 밥벌이 수단의 기능적 획득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건 적어도 한국 교육을 그토록 걱정하는 조전혁이 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도 버젓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순간 순간 실소가 나오는 것을 어찌 할 수가 없다.
이 수준에서 사고가 머물러 있다보니 기껏해야 "선별적으로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계층과 사람들을 상대로 정확한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교육복지라는 건 선별적으로 이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보편적이어야 하며 누구에게나 해당되어야 한다. 어떤 개인이 국가차원에서 제공되는 교육복지에 불만을 품고 이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더 나은 수준의 교육을 수행하겠다고 하는 건 그 개인의 선택문제이다.
조전혁의 인터뷰에서 흥미를 끄는 또 한 가지는 우파와 좌파에 대한 비교. "좌파는 진짜 하기 쉽다. 나보고 좌파 하라고 하면 잘 할 것 같다. 좌파는 사람들 마음 살짝 살짝 움직여 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우파는 공부를 좀 해야 한다."
가끔 내가 좌판지 우판지 헷갈리는 행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면 좀 반가운 소린데,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기준점의 하나를 조전혁이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아무래도 행인은 좌파가 아닌갑다. 마음을 살짝 살짝 움직이는 게 그게 쉬운 일이 아닌 데다가 아무리 해도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행인이 우파를 하는 것이 훨씬 쉬울 거 같다. 행인이 우파 하면 잘 할 듯 싶다.
어쨌든 좌파든 우파든 공부해야 한다는 말은 금과옥조인데, 한국에서 우파노릇하고 있는 조전혁을 보면 어째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헌법기관"이 헌법의 정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봐서 그런데, 그러면서도 조전혁은 스스로 공부 많이 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듯 하다. 하긴 뭐 공부 많이 했으니 대학 교수도 하고 있는 거겠지만. 그러고 보니 조전혁은 그냥 우파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행인이 우파로 커밍아웃 하는 건 한 번 고려해 보도록 하자.
남 공부하라고 하기 전에 자기 공부부터 먼저하는 솔선수범을 "헌법기관"이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냥 행인처럼 놀고 자빠진 주제에 남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라도 하지 말던가...
조전혁 이분은 유난히 '애들 밥'을 노리시는 거 같다능......이전에도 워낙 비리가 많아서(교장 골프 외유 등등) 위탁급식을 폐지하고 직영급식으로 가는 상황에서 이분이 위탁급식으로 회귀하자는 법안을 내미셨던......그 앞에서 식판들고 싸웠던 기억이 ㅋㅋ
식판으로 두개골 절개 후 뇌를 한 번 들여다 보셨더라면 좋았르 것을...
이런사람이 교수라는 사실에 서글퍼야 하는데, 별로 이상하다 느끼지 않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는 1인
저도 이젠 원래 저런 사람들이 교수를 하는 건가보다 생각하다가 화들짝 하기도 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