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辭典)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이건희가 정직한 세상을 원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열어 제꼈을 때, 기억하기로는 많은 사람들이 어이를 상실했더랬다. 말 그 자체는 틀린 것이 없으며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하다. 누군들 정직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원치 않겠는가?
그러나 발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말의 의미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외화된다. 예컨대 사기꾼의 평생 소원이 "사람들이 사기치지 않는 세상"이라던가, 또는 조폭의 일생의 목표가 "싸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한다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살 뿐인 거다.
과거 쿠데타를 일으켰던 투스타 선글라스잡이가 했던 유명한 말이 "다시는 이 땅에 나같은 불행한 군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였는데, 그로 인해 불행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는 일. 혹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뛰어들었던 YS나 김문수가 "정치적 도의"를 이야기할 때 받는 충격. 뭐 이런 일들이 워낙 빈번히 일어나다보니 감수성이 무뎌지긴 했겠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가 있는 거다.
청문회 하는 과정에서 보여졌던 저 높으신 분들의 말잔치에서 아주 쉽게 이와 같은 유형의 말장난들을 볼 수 있다. "정의를 가슴에 달고 살"면서 말바꾸기를 상시 해대는 어떤 총리후보자부터, "나라에 큰 일"을 하기 위해 자식의 국적을 바꾼 장관 후보며, 다른 이들에겐 "포유류인지 조류인지"를 명확히 하라고 엄포를 놓지만 정작 자신은 지가 뱉었던 말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또다른 장관 후보, 애꿎은 노동자들을 때려 잡은 것을 자랑할 만한 업적으로 자부하는 경찰청장 후보, 노후를 위해 쪽방촌 투기를 했다는 희한한 사고방식의 후보...
백미는 역시 대통령인데, 기껏 이런 후보자들을 인선해놓고 한다는 소리가 "공정한 사회"란다. 이건 매우 신기한 현상인데, 이건 뭐 워낙 낯이 두껍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도 모자라고 메멘토라고 하기엔 하는 짓이 너무 일관되고...
재밌는 건 이들처럼 말과 행동이 전혀 엇박자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승승장구 한다는 거. 어쩌면 이들의 사고방식에 자리하고 있는 각 용어들, 즉 "정직, 정의, 공정, 불행, 도의" 등등의 단어가 일반의 사고방식에 들어 있는 의미와는 애초부터 다른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이제 해야할 일은 국어사전을 완전 개정하는 것. 각 단어에 관해 현재 기술되어 있는 사전적 의미는 최소한 현 시기에는 그닥 적실성이 없다는 것으로 드러난다. 하긴 그 말들의 의미를 다시 일일이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전에 각주를 하나 달아서 "이 사전에서 설명되고 있는 각 단어의 의미와 용례는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음"이라고 부연설명하는 것으로 족할지도 모를 일이다.
MB에게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들으니...왠지 '공정'하다는 단어의 이미지에 뭔가 내가 모르는 부정적인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급 안좋게 느껴지더라는...혹시 그걸 노린것??
아마 이명박은 그런 걸 노릴려고 한 것도 아닐 거에요. 그저 사장님 입장에서 사원들 앞에 놓고 조회사 한 정도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
MB에게서 '공정'이라는 말은 혹시 '택'자가 빠진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어요.ㅋ
이명박 입장에서는 그 '택'는 생각하기도 싫을 겁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