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오해"와 검찰홍보기획단
소비사회라는 현상이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상품이라는 것이 존재한 이래 그 연원을 면면히 이어왔다고 한다면, 그와 동반하는 광고 혹은 홍보라는 활동 역시 그만큼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하겠다. 역사적 배경에 대해 문외한 입장에서 자본주의 이전 단계로 소비사회현상의 근원을 소급하는 것은 힘에 벅찬 일이지만, 단순히 오늘날의 상황만 보더라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필요라는 감정을 누가 만들어내는가에 대해 여러가지로 분석한 것들이 있으니 그걸로 대신하기로 하고.
문제는 광고와 홍보가 실제 그 내용에 부합하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광고는 성행하고 소비는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시장만능의 입장에 서지 않더라도 겉 다르고 속 다른 것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는 이러한 눈속임들을 가려내고 부적합한 상품을 도태시키기는 한다. 그럼에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거리들은 수시로 이루어지고, 내내 속다보면 그러려니 하고 단념하는 현상마저 벌어지기도 한다.
시커먼 속을 화려한 외양으로 포장하는 것은 음흉한 장사치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빛난(?) 인사들의 경우를 보면 정치인나 관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듯 싶고, 하긴 소위 시민운동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 숱하게 보긴 했다. 여하간 그래서 포장지 이쁘다고 내용물까지 깔쌈하리라 단정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여겨지는데, 요새 워낙 포장기술이 발달해서 속을 알아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헛웃음 나오게 만드는 뉴스가 있다. 검찰이 '홍보기획단'을 만들어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과의 거리를 좁혀보겠다"고 한다. 기사를 보면 검찰은 그동안 국민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해서 매우 상심한 듯 하다.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검찰이 선택한 방법이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수사관행을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홍보"라는 것이 사람을 실소하게 만든다.
검찰이 자기 홍보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검찰은 수시로 검찰 홍보 찌라시를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다. 지금도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사이버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엔 검찰에 관한 각종 홍보내용이 올라와 있다. 그것도 모자라 검찰은 진작부터 '검토리가 본 검찰 이야기'라는 홍보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동안 자체 홍보에 열을 올려왔다.
실제 홍보가 모자라 국민이 검찰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하는 건 아니다. 행인 주변에도 검찰로 봉직하고 있는 사람들 몇 있지만, 최소한 이들이 스폰서 두고 술 얻어먹으면서 정치인들과 협잡을 하거나 동네 유지들에거 이것 저것 받아 처묵처묵 하고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현장 검사들 하는 거 보면 3D 직종이라 할만큼 어렵게 일하는 검찰이 여전히 많다는 거 인정할만하다.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는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한들, 검사동일체 원리에 입각해 상명하달의 수직적 위계체계를 고수하면서 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자신의 업으로 삼는 검찰 구조 자체가 현재의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검찰은 지금까지 과거 개청 이래 군부독재시기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조직이 저지른 범죄적 행위에 대해 단 한 번의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과는 커녕 지금 이 순간에도 부적절한 기소남발과 공소유지를 통해 헌법이 보장한 각종 기본권을 근본부터 흔드는 행위를 하는데 검찰은 앞장서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오해는 검찰의 볼멘 목소리와는 달리 "불필요한 오해"가 아니라 자업자득이다. 과거 일본의 검찰이 정치인들과 관료들에 대해 엄정히 법을 집행하던 당시나 이탈리아에서 '깨끗한 손'을 주창하면 검찰들이 정치인과 마피아들에 대해 칼날을 들이밀었던 때에 일본검찰이나 이탈리아 검찰이 "홍보기획단" 만들어서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광고선전에 열을 올렸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 실제 검찰이 해야할 일들, 즉 사회의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고 감춰지고 덮혀진 추악한 부분들을 가차없이 드러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한다면 검찰에 대해 국민이 "불필요한 오해"를 할 일이 없다.
검찰이 양두구육의 구태를 벗어버리기 위해 내부정화와 자체개혁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그것이 실제 유효한 결과를 낳게 되면 특별한 홍보 없이도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개혁에 대한 요청이 있었으나 검찰은 스스로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러면서 기껏 한다는 짓이 "홍보기획단"이나 만들고 있다는 거, 여기에 또 얼마나 많은 인력이 투입될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이 소비될 것인가?
하긴 불법증여에 귀신같은 재주를 보이는 기업인이 정직한 사회를 이야기하고, 불공정한 인사를 밥먹듯이 하는 행정부 수장이 공정한 사회를 이야기하는 현실에서, 그 내용이야 어쨌든 껍데기에만 기름을 치는 것으로 자기 임무를 다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검찰이 있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수도 있겠다. 국민의 정당한 불신을 "불필요한 오해"라고 매도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검찰의 사고방식은 아마도 천지개벽에 준하는 사변이 있지 않고서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