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소개]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연합

가끔은 진짜루 어이가 없을 때가 있는데, 오늘 어떤 기사에 거명된 어떤 단체명을 보면서 기어이 그런 어이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름하여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연합"

 

정말 궁금한 것은 이런 거.

 

1. "성문화"라는 것은 뭘까?

 

조갑제 선생님의 고견에 따라 독자들이 헷갈리지 않게 한자를 병기해준다면 性文化.

 

어떤 현상을 "문화"라는 범주로 묶어낸다는 것은 범주 안으로 수렴될 수 있는 현상과 그 밖으로 배제될 수 있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한국의 음식문화"는 "중국의 음식문화"나 "일본의 음식문화"랑 구분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음식문화" 혹은 "영국의 음식문화"라고 하면 그런 게 있냐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미국이나 영국에는 범주로 엮을 수 있는 어떤 식생활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굉장히 미미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다른 현상들에 붙어 있는 "문화"라는 접미어는 대부분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해 안 되는 "문화" 중에 "군사문화"라는 것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문화"라는 용어가 매치되지 않는 어폐라는 생각이 든다.

"군사문화" 혹은 "군대문화"라는 건 도대체 뭘까?

상명하복?

"X으로 밤송이를 까라"고 해도 까라면 까는 정신? 뭘까나?

 

한편 "안(not) 군사문화"라는 것이 있던가? 거참...

 

마찬가지로 "성문화"라는 용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도대체 그게 어떻게 "문화"라는 꼬리표를 달 수 있는 걸까 하는 거. 뭐 나름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말을 조합했겠지만 이거 도통 난해하다.

 

 

2. "바른"이라고 함은?

 

그래서 곰곰히 보면 이들이 "성"에 "문화"를 붙이기 위해 일정한 범주화를 하는 것 같긴 한데, 기껏 그것이 "바른"이라는 범주.

 

"바른"이 있으면 반드시 "그른"이 있겠지. 그렇다면 "그른 성문화"라는 것도 있겠고. 그런데 문화라는 것은 다양성의 한 표현일 수 있는데, 이것을 가치판단기준에 의거하여 "바른 문화"와 "그른 문화"로 나눌 수 있는 건가?

 

어쨌든 "문화"라는 것은 일정한 양식으로 생활에 수렴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터인데, 그렇다면 "그른" 것은 일정한 양식으로 수렴될 수 없다는 전제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아예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문화"의 범주로 성립할 수가 없는 거 아닌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3. 그렇다면 이들이 이야기하는 "바른 성문화"는 뭘까?

 

성행위에 있어서 "정도"를 걷는 것이 "바른 성문화"?인가? 표현에 따르자면 그러해야 할텐데, 그렇다면 여기서 의아해지는 것은 "정도"를 걷는 성행위는 어떤 성행위인가? 표준적 이성애? 광고에 따르면 딱 그 수준인데, 그렇다면 동성애가 "그른 성문화"라는 이야기일 것이고.

 

혹시 SM 같은 거를 "그른 성문화"라고 한 건가? 스와핑 같은 거를 "그른 성문화"라고 하는 걸까?

 

누군가를 졸라 패거나 괴롭힘으로써, 혹은 누군가에게 뒈지게 얻어 터짐으로써 엑스터시를 얻건 오르가즘에 빠지건 간에 그걸 내게 강요하지 않는 이상, 또는 그짓들 하다가 그들이 진짜 골로 가지 않는 이상 그들의 성적 환타지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음란물 덕후들이 동영상을 돌리던 말던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고. 어차피 그정도 수준이면 현행법으로도 형사처벌 된다. "그른 성문화" 어쩌구 할 일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이 이야기하는 "바른 성문화"는 뭔가? 혹시 조선시대 왕이 합방할 때 문 뒤쪽에 후궁들이 앉아 일일이 성교행위에 대해 지도편달하던 그런 거? 아 씨바... 진짜 궁금타.

 

 

4. "전국연합"이란다...

 

여기서 완전히 뒤집어졌는데, 듣보도 이런 듣보가 없는 "바른 성문화" 조성을 위해 달려나가던 단체들이 아예 전국단위로 연합까지 했단다. 그런데 그 면면이 대단히 재밌다.

 

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 나라사랑시민연대, 나라사랑어머니회,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 대한민국사랑회, 대한민국수호국민연합, 바른교육실천운동연합, 바른말하는농민들모임, 바른생활학부모회,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본부, 자유사랑청년연합, 자유정의진리를추구하는대학생모임, 청소년비전센타, 충효예실천운동본부, 특전사사회봉사단 등

 

성별, 연령, 직업군을 망라한 단체들의 집합인데, 도대체 이들 단체들이 "바른 성문화"를 위해 얼마나 그동안 애들을 썼는지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밝은인터넷 세상만들기 운동본부" 같은 곳은 기왕에 성소수자들(특히 동성애)에 대해 날세우고 환자취급하면서 각종 법제정비과정에 개입하여 난장질을 했던 과거는 익히 알고 있으나 다른 단체들은 잘 모르겠다. 명단 끝자락에 보이는 "특전사 사회봉사단"은 또 뭐냐? 이거 아무래도 특전사에서 상사로 있는 친구넘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 요샌 특전사에서 "바른 성문화" 교육도 하냐?

 

게다가 여기엔 "청년"단체도 있고 "대학생" 모임도 있고 "청소년" 단체도 있다. 그렇다면 이 "전국연합"의 한 조직인 "어머니회"나 "학부모회" 같은 곳에서 이들 "청년, 대학생, 청소년" 모아놓고 "바른 성문화" 교육이라도 시키고 있다는 말인가? 그럴리도 없지만 그렇게 한다면 더 위험한데, 어차피 이런 류의 광고를 하는데 돈을 쳐바를 정도의 개념이 있는 사람들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바른 성문화" 교육한답시고 가르치는 것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반감 정도를 고양시키는 것일 뿐일 것이므로.

 

 

 

우째 배추도 흉년이라는데 이분들은 개념도 흉년...

 

30억년을 기다려야 개념홍수를 쏟아줄 안드로메다와 조우한다는데 이분들이 30억년 살기를 바랄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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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16:51 2010/09/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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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carving78
    • At 2010/10/01 01:32

    http://blog.jinbo.net/hi/1320 "[단체 소개]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연합" 쩝ㅡㅡ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이런 연합들이 많냐ㅡㅡ

  1. 그래도 나의 유전자가 동성애를 거부하기 때문에 동성애는 반델세~
    성다수자의 볼권리를 보호해주시요~

    • rabidman님은 아예 히틀러가 유대인 거부 유전자가 있었다고 말씀하시려나요? 만약 그런 유전자의 존재가 정말 있다고 해도 그것이 당당하게 외치고 다닐정도로 자랑스러운 것이라 여기시는건지...??
      또 무엇을 볼권리를 말하시는건지??? 혹시 야시시한걸 말하시는 건가요?? 그거라면 당신이 동영상을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한 길거리에서 볼일은 없을겁니다~ 그런일이 있다고 해도 그건 다른류의 죄질로 경찰서 끌려갈텐데 걱정이 참 야한쪽으로만 지나치시군요.ㅋㅋ



  2.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