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상승에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2012년 10월 중순 경)

시간이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

다음 몇 가지 통계를 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한 유권자 의식조사의 결과에서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각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왜 투표를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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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총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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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한국정치학회,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 투표참여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 2011)


이들 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시간이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 비율을 수치로 환산해보면, 19대 총선에서만 전체 유권자 약 4천만 명 중 730만 명 정도가 직장 및 생업 등으로 바빠 투표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구체적 통계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현상은 비정규직일수록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는데, 위 표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고용계약 등에 따른 노동조건 때문에, 다시 말해 먹고 살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비율이 무려 70%에 육박한다.

이와 함께 확인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빈곤층 또는 저소득층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 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으로 강남구 역삼1동과 논현1동을 들 수 있다. 우선 다음 지도를 보자(보다 상세한 지도는 newjinbo.org/vote 사이트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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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총선 서울 강남구 역삼1동, 38.2%


19대 총선에서 강남구 역삼1동은 투표율 38.2%를 기록했다. 역삼동과 바로 붙어 있는 논현1동은 투표율 38.7%를 기록했다. 그런데 주택관련 통계자료를 검토하면 이 두 지역이 강남구 안에서도 일종의 섬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발견된다. 다음의 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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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인구 총조사 자료 결과. 무주택자 비율이 논현1동은 75%, 역삼1동은 80%에 달한다. 1인가구 비율 또한 논현1동은 43%, 역삼1동은 55%에 이른다.


보다시피, 무주택자 비율이 논현1동은 75%, 역삼1동은 80%에 달하며, 1인가구 비율이 논현1동은 43%, 역삼1동은 55%에 달하는 것이 확인된다. 이것은 다시 말해 소득수준이 낮고 주거가 안정되어 있지 않은 지역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정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다음 대조군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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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인구 총조사 자료 결과. 무주택자가 70%를 넘는 논현1동, 역삼1동과의 차이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아파트 거주가구가 거진 100%에 달한다.


못 사는 자, 투표도 하지 마라?

논현1동과 역삼1동에 비해 서울에서 투표율이 높은 지역의 주택관련 통계를 보면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이들 지역의 총선 투표율은 모두 60% 이상 수준이다. 이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역삼1동과 논현1동의 유권자들 중의 상당수는 생계에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야 할 경제적 환경에 처해 있으며, 그러한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물리적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빈곤층의 경우 투표에 참여할 심정적 여유는 물론이고 시간적 여유도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없어 투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따라서 그 시간을 만들어주는 일일 것이다. 투표시간을 보장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간단하면서도 즉각적으로 시행이 가능한 것이 바로 투표당일 투표마감시각을 연장해 주는 것이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생활주기에 맞춰 투표마감시간을 정해놓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과거 인도네시아처럼 투표마감시간을 오후 2시로 정해놓는 등 터무니없는 전례도 있으나 이런 현상은 독재가 판치던 국가처럼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다. 대부분 국가들은 현실에 맞게 유연하게 투표마감시간을 정하고 있는데, 그 예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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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마감시간을 연장했을 때 과연 효과가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임기만료에 의한 공직선거에서는 물론이고 보궐선거에서도 투표마감시각 직전에 투표율이 상당히 올라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공히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면 굳이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시되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투표시간 연장의 문제는 단지 유권자가 종료시점 직전까지 달려올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시간이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한다는 물경 730만 명이나 되는 유권자들에게 투표할 시간을 주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개정법률안은 나왔지만 …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기성 정당의 정치인들이 19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너도 나도 임기만료 선거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9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법률 개정안들을 놓고 회의가 진행되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의원들이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찬성을 함으로써 무리 없이 통과될 것 같았던 법률개정안 심의는 갑작스러운 의사진행의 난항을 겪으면서 마치 ‘봉숭아 학당’을 재연하는 것과 같은 파행 속에 의결이 연기되었고, 결국 9월 20일 회의까지도 이 법률개정안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의결이 이루어질 상황 직전에 새누리당의 전문위원과 소위 위원장이 갑자기 논의를 다시 하자고 하면서 법안심사가 마무리되지 못했다고 한다. 의사 회의록을 검토해도 소위 위원장이 법안심사를 회피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회의 중 제시되었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실제 투표율이 올라가느냐의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예산의 문제였다.

먼저 예산의 문제를 보면, 당시 회의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계자가 뜬금없이 예산이 배로 들어갈 거라는 주장을 한다. 위원들이 어느 정도 예산이 더 드는가를 묻자 이 관계자는 “최소한 2배 내지 3배”가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위원들이 그 근거가 무엇이냐를 물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위원들이 근거도 없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질타와 함께, 실질적으로 예산이 더 필요하지 않다는 반박을 한다. 예컨대 민주통합당의 유대운 위원은 다음과 같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근거없는 예측에 대해 반박한다.

“지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산사항을 보면 충분히 관리예산이 들어가고 있고 그 시간 속에서 대부분의 선거는 12시 안에 끝나는 지역구도 있습니다마는 그렇지 않은 지역구가 훨씬 더 많거든요. 예산 변동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산은 조금씩 남습니다, 지금 보면. … 지금 예산사항이라는 게 투표참관인이 있습니다, 그렇지요? 투표참관인 수당 지급하지요? 여기에서 2개 조로 나누니까 1시간씩 불어나는 겁니다. 수당 변화가 없습니다, 지금. 그래서 별도의 예산이 필요 없다는 얘기고요. 

두 번째는 개표참관인들 있지요, 그렇지요? 개표참관인은 시간이 늘어나는 게 없습니다. 왜 늘어나는 게 없냐면 개표를 그만큼 2시간 늦게 출발해서 같은 시간에 끝나게 되니까 해당사항이 없어요. 

세 번째, 관리자들의 문제입니다. 개표참관인, 개표종사원 마찬가지입니다. 2시간 늦게 출발해서 2시간 늦게 끝나는 거니까 똑같다는 얘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관리자들입니다. 관리자들은 어차피 1~2시간 내에 더 끝나는 것 의미가 없고 예산 수반이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돈 들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박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계자는 “개표시간이 밤늦게까지 지연됨으로 인해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이 증가된다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고 한 소리 덧붙였다가 무시를 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실제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했을 때 아무리 많이 잡아도 예산 증가분이 불과 20억 정도 소요된다고 할 때, 예산 때문에 시간연장이 불가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시간 더 줘봐야 투표율에 변함없다?

다른 하나가 투표율이 높아지느냐의 문제였다. 이와 관련해 역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계자가 투표율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했다가 위원들에게 호되게 질책을 당하게 된다. 실제 투표율이 올라갔다는 근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투표율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다가 위원들로부터 “국회의원들을 그렇게, 법안 심사하는 사람을 졸로보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힐난까지 받은 후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 투표시간이 연장되어 진행되는 보궐선거를 보면 투표마감 직전에 투표율이 당락을 좌우하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다음의 그림을 보면 그러한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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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26 지방자치단체 보궐선거 전체평균, 서울시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누적그래프. 파란선이 서울시장 투표율, 빨간선이 전체평균이다.


이 그래프는 2011년 10월 26일 지자체 보궐선거와 관련된 그래프이다. 아래의 곡선은 전국 평균이고 위의 곡선은 서울시장 투표율이다.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시간을 2시간씩 나누어 통계를 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매 시간 별 누적률이 확연히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은 18:00~20:00까지의 투표율 변화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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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26 지방자치단체보궐선거 평균(파란선), 제18대 국회의원선거 편차(빨간 선) 그래프.


19대 총선에서 투표마감에 임박했던 17시~18시 사이 한 시간 동안 투표율이 4.9%였다. 그런데 투표시간이 연장되었던 2011. 10. 26. 보궐선거를 보면 연장된 2시간 동안, 즉 18시~20시까지의 투표율이 8.1%에 달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를 보면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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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역 제5회 지방선거(파란색), 주민투표(빨간색), 2011 서울시장 보궐선거(초록색) 투표율 편차 그래프


여기서 보듯, 2011. 10. 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18시부터 20시까지 투표율은 8.7%를 기록하고 있다. 즉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실제 투표율이 평균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것이다. 따라서 투표시간을 연장해도 투표율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주장은 전체 누적 투표율을 전제로 할 때는 일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투표시간 연장의 효과와는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투표시간을 연장했을 때 나타나는 두 가지 문제점, 즉 예산의 소요와 투표율 상승의 효과라는 문제점들은 별다른 예산이 들지 않고 투표율은 실제로 상승한다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해소된다. 문제가 해소됨에 따라 임기만료 선거의 투표시간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법안심사는 쉽사리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회의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의 위력

의결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위원장이 새누리당의 관계자로부터 어떤 언질을 듣더니 갑자기 정회를 요구했다. 이때 한 위원이 “이게 뭔가? 위원들이 (논의)하는 부분에 대해서 옆에서 보좌진 얘기 듣고 또 하고”하며 회의진행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소위원장은 “보좌진 아니에요”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계속 정회를 요구하자 위원들이 항의하며 “방망이 두드리기 직전에 누구 말을 듣더니만 정회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다그쳤다. 위원들이 결국 소위원장과 귓속말을 주고받던 사람의 신원을 확인했더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이었다. 당리당략을 떠나 결과물을 만들자던 회의의 분위기는 쑥대밭이 되어버리고 결국 정회를 하니 마니 하는 이야기만 하다가 회의가 끝났다.

회의록을 검토해보면, 법률개정안이 통과되기 직전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의 어떠한 언질이 있었고, 새누리당 소속인 소위원장이 개정안의 심의완료를 중단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다음의 그림을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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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나경원 전체 득표율 차이가 7.2%였는데 당시 18~20시까지 투표율이 8.7%를 기록했다.


앞서 보았듯이, 2011. 10. 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마감시간이 연장되어 투표가 진행된 18시~20시까지의 투표율이 8.7%였다. 그런데 해당 보궐선거 결과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불과 7.2%의 득표율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이 수치만으로 볼 때, 그 두 시간 동안 이루어진 투표가 박원순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두 시간 사이에 올라간 투표율 덕분에 당락이 갈릴 수 있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항간에 떠돌던 “투표율이 올라가면 한나라당에 불리하다”는 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심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16~18대에 내리 국회의원을 역임한 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역구는 대구 달성군이었다. 16~18대 대구 달성군의 투표율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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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투표율을 연령별로 세분하여 구분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가 발생한다. 달성군의 선거인 및 투표자의 연령대 비율을 분석한 결과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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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 따라 외형적 판단을 하면, 전체적으로 유권자 수가 늘고 있는 것에 반해 투표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연령에 따른 분석에 의할 때, 이러한 현상은 39세 이하 청장년층의 투표율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추정된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전체 투표율은 39세 이하 투표율과 정의 관계에 있으며, 40세 이상 투표율과 부의 관계에 있다. 즉 40세 이상의 투표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39세 이하 투표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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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 시간이 없어 투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과 이 그래프에서 39세 이하 연령층의 투표율을 연관 지어 생각해보야 할 것이다. 대구 달성군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에 비추어볼 때, 39세 이하 연령층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투표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달서구에 위치한 성서산업단지와 바로 붙어있고, 서구의 대구염색산업단지와 북구의 검단산업단지와 근접한데다가 군내에 달성산업단지 및 각종 농공단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 달성군이다.

투표율이 높았다면 박근혜는 3선을 할 수 있었을까?

달성군에 거주하는 주로 39세 이하 경제활동인구 중 많은 사람들이, 이들 공업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 및 시내에 있는 금융업체 및 대형매장 등에 취업한 사람들이라고 할 때 위 각 통계수치들이 가지는 의미가 확인된다. 즉, 대구광역시의 각 산업단지의 배후지역인 동시에 자체적인 산업기반을 가지고 있는 달성군의 특수성이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이 투표하지 못하는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만일 투표시간이 충분히 부여되어 투표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으나 시간이 없어 투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이 보장된다면, 대구 달성군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특정 인물이나 정당에 귀속적 동류의식을 느끼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표를 주는 기성세대와 달리, 경제환경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39세 이하 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가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달성군의 정치지형이 흔들리지 않을까?

9월 18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해프닝은 바로 이런 배경으로 인하여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회의록에서는 확인되지 않지만, 인터넷 매체인 미디어스의 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전문위원이 소위원장에게 ‘시간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언질을 주었고,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모여 ‘그걸 합의해주면 어떻게 하느냐’는 등의 지적을 했다고 하는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디어스는 민주통합당 관계자의 전언을 빌어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미디어스, “새누리당, 대선 투표시간 연장만은 절대 안 된다?”, 9월 20일자), 지금까지 분석한 것을 토대로 할 때 새누리당의 이러한 위기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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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스 9월 20일자 기사 캡쳐


물론, 투표율 제고는 투표당일 마감시간을 한 두 시간 연장한다고 해서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표율을 올리고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며 다양한 소수정당들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관계법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진보신당이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첫째 노동자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 둘째 유권자들의 관심제고와 참여의 동기를 고양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의 철폐, 셋째 위헌적인 정치관계법의 제조항 정비, 넷째 전면적인 혹은 획기적으로 확장된 비례대표제, 다섯째 각종 공직선거의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었다.

이 중 어느 하나만을 정리한다고 하여 선거풍토가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별도의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기회와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장차 각 대안이 일반적으로 승인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것이다. 이번에 투표시간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법률안의 통과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 소위원장의 어이없는 태도로 인하여 투표율 제고를 위한 출발이 또다시 늦어지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기득권에 집착한 기성정당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난망한 일인지 확인하게 된 사건이었다. 선거사무행정의 편의를 위하여 근거도 없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료들, 투표율이 올라갈 경우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보수정당의 의원들이 합작하여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를 묵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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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0 16:29 2016/10/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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