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인터넷실명제 영면에 부쳐(2012년 9월 경)
'삽질한다'는 문장의 용례
처음부터 그런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는데 하등 도움 되지 않는 짓을 일삼아 하는 것을 일컬어 흔히 ‘삽질한다’고 표현한다. 농업이나 광업 등 1차 산업 내지는 토목업이나 건축업 등에서 사용될만한 전문용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어의를 달리하는 차원에서 사용되는 ‘삽질한다’는 표현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분야에서 역시 얼마든지 인용이 가능하다.
사실상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삽질하는 자가 도처에 널려 있으며, 우리는 언필칭 삽질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시공간에 놓여 있다. 우렁찬 삽질의 굉음은 4대강에서, FTA에서, 강정에서, 대선을 앞둔 정치판에서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진다. 아, 여기서 우리의 논의는 삼천리 남반부로 한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삼천리 북반부에서 벌어지는 삽질에 대해선 논외로 하자.
당금 천하에 삽질의 지존이 누구냐는 질문이 제기되면 응당 현직 대통령이 그 수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겠으나, 기실 삽질은 각하의 전유물이 아니다. 삽질의 주체는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데다가 삽질의 양상 또한 사막의 모래알만큼 빼곡하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유명을 달리하게 된 인터넷 실명제(본인 확인제, 게시판 실명제)는 4대강 사업과 함께 역사에 길이 남을 삽질의 한 축으로 손꼽히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삽질이 삽질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
삽질의 본색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2010헌마47 사건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10년 4월 미디어오늘 등을 청구인으로 하여 제기된 인터넷 본인 확인제 위헌확인 헌법소원이었다. 문제가 된 법령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 제44조의5제1항제2호, 동법 시행령 제29조, 제30조 제1항이었다. 법률상 규정된 명칭은 ‘본인확인조치’이며 언론사의 기사에 흔히 쓰이는 용어는 ‘인터넷 실명제’이지만, 그 성격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용어는 ‘게시판 실명제’라는 온라인 규제에 관한 법령이 이들이다.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이라는 제목의 망법 제44조의5는 2007년 1월에 신설된 조항이다. 본 규정에 따르면, 국가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 등과 일일평균 10만 명 이상 이용하는 정보통신서비스에서 설치 운영하는 게시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확인, 즉 인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 인증의 방법은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이용하여 신용정보회사의 본인확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본인확인조치’가 법률이 갖추어야 할 기본권에 대한 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비록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취지와 불법정보게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적 측면에서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본인확인조치’는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본인확인조치’로 인해 달성하고자 했던 공익적 목적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실현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적시했다. 즉 ‘본인확인조치’를 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애초 근절하고자 했던 소위 ‘악플’은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로서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제한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에 역행했다는 것이다.
‘본인확인조치’는 공익은 물론 중대한 사익의 침해까지 유발했는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외국인 등의 인터넷 이용을 봉쇄하고, 게시판 운영자의 업무상 불리한 제한으로 작용했으며, 본인확인정보 즉 실명과 주민등록번호의 보관 등으로 인하여 개인정보유출 및 개인정보의 부당한 이용 위험성이 증가했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했다.
이와 동시에 헌법재판소는 모바일 게시판, SNS 등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본인확인조치’를 적용할 수 없는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의 등장으로 인하여 이 제도가 실효성을 담보하지는 못한 채 제한된 인터넷 공간에서만 적용될 뿐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을 종합할 때 ‘본인확인조치’는 헌법이 정하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삽질의 현황
기실 게시판 실명제라는 제도가 도입된 것은 망법이 최초가 아니다. 가장 먼저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한 법률은 우습게도 공직선거법이다. 2004년 신설된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은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 및 대화방과 정당 및 후보자와 예비후보자가 개설하여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게시판 및 대화방에 의견을 올릴 때에는 실명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3년 2월 당시 한나라당의 이상배 정책위의장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이름은 이후 ‘실명제’과 확장되는 과정 곳곳에 등장하므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얼핏 보면 한나라당이라는 보수정당의 의원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는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정치적 견해를 제어하고자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강력히 촉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노무현 정권에서 각 정부기관에 의해서도 계속 제기되었다.
2003년 상반기에 이미 당시 정보통신부장관이 공공기관부터 시작하여 민간영역에까지 적용되는 실명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같은 해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상위 50개 인터넷 언론사에 대하여 실명확인을 의무화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망법에 실명제를 도입하려했던 정보통신부의 안은 여론의 거센 반발에 의해 철회되었지만 선거시기 정치적 의견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상의 실명제는 그대로 제도화되어 2004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법제화된 것은 공직선거법 뿐만이 아니다. 청소년 탈선의 주범으로 전락해버린 게임과 관련하여 청소년 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법은 지난해 연말과 올 초에 실명제를 강행했다. 청소년보호법은 만16세 이상 청소년들의 0~6시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소위 ‘셧다운’ 제도를 시행하면서 실명제를 도입했다. 이와 동시에 게임산업진흥법 역시 게임물 이용자가 회원가입을 할 때 반드시 실명, 연령 등을 기입하도록 함으로써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라는 제도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 내지 비방을 듣고 싶지 않은 입법부의 구성원들과, 자신들이 뭔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강박에 사로잡힌 관료들의 합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실명인증을 수행하는 제3의 집단 즉 신용정보회사들은 앉아서 국으로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삽질을 넘어 공구리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며 소극적인 헌법해석을 해왔던 헌법재판소가 8인(원래 9인이나 현재 1인 공석) 재판관 전원일치로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것은 헌법적 관점에서 이 제도가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사실 새롭거나 획기적인 헌법적 판단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목해야할 지점은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에서 적시한 저 근거들이 이미 이 제도가 도입되고자 하던 때부터 인권단체와 시민사회가 일관되게 제시하던 문제들이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게시판 실명제, 인터넷 실명제, 본인확인제 어떤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그 의미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함부로 떠들고 다니지 말라는 일종의 위협이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발상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게시판 실명제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온라인 상의 어떤 공론장에 들어설 때 자신의 신분을 밝히라는 것이다. 환언하자면 네가 누군지 밝히지 않으면 아예 키보드를 두드릴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건 삽질 차원을 넘어 사이버 스페이스에 공구리질을 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온라인의 골목골목마다 방범초소를 세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의 부재를 드러내준다. 적어도 스스로를 IT 강국이라고 선전해왔던 한국의 정부와 입법부가 실상은 ‘민증’ 까는 거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존재라는 것을 유감없이 과시해버린 것이다. 이처럼 참담한 실상에 직면한 인권단체와 시민사회가 그동안 누차에 걸쳐 정부와 입법부를 지도편달 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논리가 바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나와 있는 바로 그 논리들이었다.
그러나 우이독경 내지 마이동풍이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정부와 입법부는 실명제를 강행했고 확장했다. 졸지에 소와 말 수준의 정부 내지 입법부를 가지게 된 국민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실명제에 대해 모든 방식을 동원한 저항을 하기에 이르렀고, 2008년 4월 인터넷 언론사 참세상이 공직선거법 상 실명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2010년 헌법재판소는 지금과는 달리 합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 또한 그다지 매끄러운 과정을 거쳐서 확립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반도의 IT 강국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세계사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삽질은 인권단체와 시민사회가 우려하던 여러 가지 폐단을 낳고야 말았다. 가장 가공할 위협은 바로 주민등록번호의 유출이었는데, 실명제를 위한 도구로 처음부터 주민등록번호가 이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매우 거셌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실명제는 시행되었고, 실명제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주민등록번호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정보는 전 국민당 최소한 2회 이상 유출되는 불행을 겪어야만 했다.
중국 모 포털사이트나 미국의 어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주민등록번호를 검색하면 한국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줄줄이 새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의 정부는 자국 국민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국위선양이라고 보도자료라도 배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불어 헌법재판소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그동안 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결국 실명제가 규율하지 못하는 기술의 영역을 만들어낼 것임을 누차 지적하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당황한 정부가 이러한 SNS까지도 규제해보려고 했으나 언감생심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을뿐더러 되려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의 발전마저도 가로막아버렸다. 블로터 닷 넷이 2010년 4월 소셜 댓글제로 전환한 이후 많은 온라인 서비스들이 이러한 체제로 바뀌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일반 계정에서 이루어지는 실명인증이라는 것이 촌스러운 일로 전락했다.
국경을 넘는 삽질의 위세
국익을 앞세웠던 전 정부와 국격을 국시로 승화시킨 현 정부가 합작하여 추진해왔던 실명제는 국제적으로도 삽질이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2008년 10월 9일 영국 가디언(Guardian) 인터넷 판에는 한국의 실명제가 기사로 실렸다. 이 기사는 한국 정부가 실명제를 위시한 인터넷 검열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최소 수천 명의 요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비웃었다.
기사는 35%의 가정이 웹에 접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제도적 검토를 하고 있는 영국에 비해 97%의 가정이 초고속 광대역 접속을 하는 한국이 실명제를 통해 인터넷을 규제하려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이 기사가 인용한 하버드 대학의 조나단 지트레인 교수는 “법안은 쓸모없을 것”이라고 간단히 촌평한다.
이뿐만 아니다. 2011년 9월 4일자 뉴욕 타임즈는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실명제가 “멍청한(lousy) 아이디어”임이 입증되었다고 비아냥댔다. 특히 이 기사는 온라인에서 익명을 추방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이 아니며, 비록 익명이라고 할지라도 사이버 범죄를 추적하는 기술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한국정부의 국제적 삽질도 이어졌는데, 2009년 4월에는 유튜브 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릴 때 실명인증을 하라고 압력을 넣다가 되려 한국 계정 동영상 업로드와 댓글기능을 차단당하는 망신을 당했다. 유튜브는 국적을 우회하여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방법까지 공개를 하면서 한국정부에 대항했고, 게다가 그 해 말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되면서 PC를 이용하지 않은 유튜브 게시물 업로드가 가능해지면서 한국 정부로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급기야 2010년 5월 방한한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2년 간 한국의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그 원인 중의 하나로 인터넷 실명제를 거론하기까지 했다. 라뤼 보고관은 실명제의 신분확인수단(즉 주민등록번호)에 문제가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범죄를 저지를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을 때만 실명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한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는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러운 삽질의 일환이었으며, 삽질을 ‘종특’으로 삼고 있는 한국 정부와 입법부 덕분에 도매급으로 온 국민이 망신살이를 뻗쳤던 것이다.
삽질의 미래
삽질에 ‘미래’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다. 삽질은 그냥 끝내야 한다. 그대로 삽질을 멈추라고 명령한 것이 바로 금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인터넷 실명제 전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망법에 국한된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빨리 공직선거법 상의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올 초에도 이와 같은 의견을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했으나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이 의견을 무시해버렸다.
따라서 실명제라는 삽질을 멈추는 것은 단지 망법 개정만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청소년보호법, 게임산업진흥법과 같이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의 개정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다름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의 문제다. 실명제라는 삽질이 가능했던 결정적 원인은 전 국민에게 출생부터 죽을 때까지 변치 않고 붙어 다니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고유식별번호가 부여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가 대량 유출되는 사건이 반복되자 이번 8월 18일부터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완벽하게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할 수 없는 것이, 이미 주민등록번호는 유출될 대로 유출되었고, 법의 예외조항에 따라 대규모로 정보처리를 하는 민간기업들이 앞으로도 쭉 주민등록번호를 수집 및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것은 곧 언제든지 인터넷 실명제와 같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삽질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주민등록번호제도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삽질은, 그것을 4대강 사업이라고 포장하던 인터넷 실명제라고 포장하던 간에 삽질일 뿐이다. 삽질을 삽질이라고 인터넷에 올리면서 그 삽질을 삽질이라고 표현한 나의 신원을 밝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화들짝 놀라며 대체수단 강구하자는 얼빠진 소리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보인다. 하긴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이라는 분이 자기 듣기 싫은 소리 한다고 인권위 내 게시판을 실명제로 전환하는 판국이니 온라인에 대한 삽질의 욕망은 그 뿌리가 매우 깊다. 다들 조만간 삽질인명부에 등재되실 것이다.
삽질을 해봐야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실증적 사례를 보여주면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지난 2008년 10월 경,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아시아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으나 한중일 3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가 1조 8000억 달러에 육박하므로 한국에 직접적인 위기가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일본 방송사인 BS2에 기사로 나간 후, 해당 기사 사이트에는 일본 시청자들의 덧글들이 달렸다. 그 중 四十代라는 아이디의 유저가 “너희(한국)는 겨우 2300억 달러밖에 없잖아”라는 덧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 직후 チルドレン이라는 아이디의 유저는 “죽을 거면 혼자서 목을 매라고”라는 덧글을 올렸다.
비록 주어는 없었다고 하나 자살을 종용하는(!) 악플이었음에도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이 일본인 유저는 자신의 실명을 인증할 이유도 없었고 그럴 방법도 없었고 그걸 강제할 법도 없었다. 하지만 한국인이 이 일본인 악플러들의 글을 번역해서 한국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릴 경우 반드시 실명인증을 해야 했다는 슬픈 사연이 전해져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