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린'과 노동현장
경향신문 - [강진구의 고전으로 보는 노동이야기](10) 성냥공장 아동착취 고발... 163년 지나도 노동 참극은 현재 진행형
귀한 글이다. 이런 글을 보고 싶었고,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물론 희망이 현실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쓰는 건 언감생심이나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글에 언급된 '백린'은 '제네바 협약'에 의하여 미간인 및 본격적인 살상용도에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화학무기이다. 신호 및 연막용으로만 사용이 제한되어 있는데, 글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백린'은 어떻게 사용하든 인간이 접촉하면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한다.
백린에 접촉한 채 불이 붙으면 그 불은 꺼지질 않는다. 마치 네이팜이 동굴벽에 달라붙듯 백린은 사람의 피부에 달라붙어 타들어간다.
가스 상태로 흡입하면 글에 나와 있는 부작용 뿐만 아니라 오산화인의 경우 피나 피부 점막의 물과 반응하면서 탈수작용을 일으키며 열을 발생한다.
백린이 성냥의 원료로 쓰인 이유는 경제성때문이고, 이것이 무기로 사용된 것도 경제성 때문이다. 동시에 효과적인데, 불이 잘 붙기에 성냥 원료로도 효과적이고 사람이 잘 죽기에 무기로도 효과적이다.
이래 저래 다들 어떻게 하면 없는 사람들을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 하다. 성냥공장에서 죽어간 사람들도 힘 없고 가난했던 사람들이고, 백린탄에 죽어간 사람들 역시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노동현장은 물리적 측면에서도 전쟁터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백린이 보여준다. 오늘날의 노동현장에서는 백린이 사용되지 않겠지만, 대신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이 백린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처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