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 굴뚝으로 오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성탄절 즈음이면 어린이들이 백악관으로 카드 등을 통해 성탄절 관련 문의를 한단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동심이 반짝거리는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진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집은 굴뚝이 없는데, 산타할아버지에게 어떻게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혹시라도 굴뚝이 없는 가옥구조때문에 응당 받아야 할 선물을 못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린이의 눈망울이 떠올라 슬몃 미소를 짓게 만든다. 대통령이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모르겠다.
이번 성탄절에 트럼프가 '동심파괴'를 했다는 기사가 떴다. 7살 어린이가 산타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냐고 전화를 했는데, 질문을 받은 트럼프가 "아직 산타를 믿냐?"고 했다는 거다. 그리고 나서 잠깐 시간을 둔 후 "Because at 7, it's marginal, right?"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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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겨레 등 한국 언론은 이 부분을 "일곱살이기때문에 그게 '아직은 남는 장사'(marginal)인가보다, 그렇지?"라고 이야기했다면서 '동심파괴'행위를 자행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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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내가 '영알못 of 영알못'이긴 해도, 이걸 이렇게 번역하면 아무래도 좀 이상하지 않나? 이건 "7살이면 아직 산타를 믿을 나이지" 뭐 이런 수준 아니었나? 아무래도 영어를 잘 아는 사람이 번역을 했을 터이니 나보다는 신뢰할 수 있겠지만, 난 아무리 트럼프가 개또라이라도 7살짜리 어린이에게 "그게 남는 장사지"라고 이야기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겠다.
아무튼 어린이들은 산타가 어디쯤 오는지 항상 궁금하고,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 준다는 냉정함이 두려워 울지 않으려 노력하고(혹은 울었던 일을 부정하고), 집에 굴뚝이 있는 집 아이는 그나마 안도하는 반면 집에 굴뚝이 없는 집 아이는 불안하다. 하긴 굴뚝이 있다고 한들, 산타의 비대한 몸이 들어올만큼 거대한 직경을 가진 굴뚝을 둔 집이 몇이나 있겠냐만은, 아이들이 그것까지 따지진 않겠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410일을 보내고 있다. 노동자들이 1년을 넘게 그 좁은 공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죽음의 경계를 왔다갔다하고 있지만, 그동안 사측은 물론이려니와 정부차원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한 어떠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뉴스를 보니 두 사람의 건강이 매우 안 좋다는 검진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오히려 4백일을 넘게 그 공간에서 이들이 살아 남았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며, 화가 치솟는 일이다. 건강이 좋을 턱이 없고, 건강은 고사하고 그 마음고생은 또 어떻겠는가?
하지만 이번 겨울, 산타는 목동 열방합발전소 굴뚝에 다가오지 않았다. 지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은 공중에서조차 환대받지 못했다. 어쩌면 산타는 선물의 배달방식을 바꿨는지 모르겠다. 산타는 이제 굴뚝으로 오지 않는다. 굴뚝을 지키고 있던 홍기탁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산타를 본 적이 없지만, 그들을 굴뚝 위로 밀어 올렸던 자들은 산타가 준 선물과 함께 이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 겨울 산타는 아주 계급적인 입장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또한 더 이상 굴뚝으로 오지 않는다. 비정규직 루돌프는 이번 겨울엔 일당치기 썰매운전직조차 받지 못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