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령길은 왜 통제할까?
노동정치사람이 새해 첫 둘레길 모임을 가졌다. 북한산 둘레길 탐방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했다. 이날의 코스는 우이령길. 북한산 둘레길 코스 중에서 이 구간은 탐방을 통제하는 유일한 구간이다. 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긴 했는데, 사전신청도 해야 한다고 하고 신분증도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나중에 누구랑 같이 가면 그때 가보자고 미뤄뒀던 코스였다. 그렇게 벼르고만 있던 길인데, 마침 모임에서 간다고 하니 땡큐, 사전에 신청을 하고 시간맞춰 나갔다.
날이 약간은 쌀쌀했지만, 그래서 그런지 먼지가 없어 살만하다. 이정도 기온이야 뭐 껌이니 차라리 더 춥더라도 먼지만 없으면 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다른 이들은 또 그렇지만은 않은갑다. 춥다고 하는 사람이 꽤 있더라.
날이 좋으니 아침달이 선명하다.
우이령길은 1968년 북한 무장침투조의 침입경로였다는 이유로 그동안 민간인 출입을 제한해왔다. 그러다가 2009년에 예약제로 탐방로를 열었는데, 예약제를 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약 40년 간 출입이 통제되어 있던 곳이라 자연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자연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탐방객 수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이 경로에 군사시설이 산재해 있고, 특히 군사작전구역이 걸쳐 있어 보안 등의 목적으로 민간이 출입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탐방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대전차 장애물
하지만 그런 이유들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데, 북한산 일대에 이곳보다 더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생태계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이 더 많지만 그런 곳을 통제하고 있지는 않다. 특히 사진에서 보듯이 대전차장애물이 현존하고 있는데, 이 말인 즉슨 이 우이령길이 예전부터 탱크가 다닐 정도로 넓고 잘 관리되고 있어서 북한산 일대에 있는 어떤 탐방로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압도적으로 잘 닦여진 곳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탐방로 일대가 훼손될 가능성은 오히려 다른 곳보다 월등히 낮아 보인다.
길들이 아주 기냥 다 고속도로여 기냥...
이 길을 굳이 제한하는 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암튼 그건 그렇고, 길 자체는 워낙 잘 빠져 있어서 다니기에 하등의 불편함이 없다. 약간의 고개가 있지만 총 6.8km 구간인데 평지를 걷는 것과 전혀 다름이 없다보니 널널하게 걸어도 2시간이면 탐방을 마친다. 이날은 쉬엄쉬엄 걷고 중간에 간식도 먹으며 많이 쉬었는데도 2시간 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이령길에서 보는 오봉은 참으로 아름답다. 오봉만 바라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언젠가 저 오봉을 함 타야하는데,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오봉, 오봉, 오봉...
산골짜기는 아직 겨울이다. 특히 이 골짜기엔 얼음이 가득하다. 얼마 전 삼천사 계곡을 갔을 때는 그래도 얼음장이 일부 녹아 물 흐르는게 보였는데 여긴 안 그렇다. 하지만 역시나 저 얼음장 밑으로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봄은 또 그렇게 한발자욱씩 다가오고 있으려니.
계곡은 꽝꽝 얼어 있다. 물소리가 들린다는 건 뇌의 착각일려나